돈이 많은 친구가 자기네 별장에서 둘이서 며칠 지내자고 졸라댄다.
이런 핑게 저런 핑게로 나는 매번 거절을 한다.
내가 왜 그럴까.
벨이 꼴린것인가.
지난 번 수술할때 벨이란 놈을 잘 못 건드린걸까.
남의 행복이 내 불행이 되어서는 안되는데 나이가 드니 이상하게 옹졸해진다.
가진게 없는 탓이겠지.
누구의 탓도 아니건만 마치 남의 탓인것처럼 불평하는 내가 우습다.
나도 내가 이렇게 옹졸한 사람이 될줄 몰랐다.
감기 몸살로 초저녁부터 이불을 쓰고 잠 속으로 빠져있는데 친구는 별장에서 혼자 바다를 보며
앉아 있노라고 전화를 했다.
외로운 모양이다.
가정부겸 운전수로 쓸 아줌마의 월급을 이백오십만원으로 정했다고 말한다.
돈 많아서 좋겠다고 속으로 생각한다.
나는 친구가 돈자랑을 그만 했으면 좋겠다.
갑자기 천정에 비가 샌 자욱이 더 크게 보인다.
곰팡이 색갈을 하고 있다.
나는 어디까지 갈것인가.
종점은 얼마나 남았을까.
지루하다.
별장에서 며칠 쉬게 해주는 배려가 아닌 진심이 있는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다.
친구가 이상한것이 아니라 내가 이상한지도 모르겠다.
친구의 배려는 그 친구로서는 최대치일것이다.
사람마다 생각의 깊이가 다른 법이니까.
없는 놈이 불평이 많은 법이기도 하지.
어느새 나는 인간의 부류를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나누려고 하지 않는가.
예전에 내가 아니다.
변했다.
감기에 걸렸다.
암이라는 거대한 병과 싸우느라고 감기에 방심했다.
목소리가 문주란처럼 변했다.
피로가 겹친게다.
추석날 대공원에 갔던것도 무리였고 추석 다음날 아이들집에 가서 윤하가 예뻐서 많이
안아주다보니 힘이 들었다.
팔개월짜리가 음악이 나오면 몸을 흔들어대니 예쁘지 아니한가.
오빠는 강남스타일... 윤지도 춤을 춘다.
보고싶어 달려가지만 일박이일이 지나면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
피로가 겹치고 면역력이 떨어졌으니 감기인들 피할수 있겠는가.
근무력증으로 감기약을 못먹으니 오렌지 쥬스를 한병 사왔다.
손가락 관절염으로 쥬스병을 열지 못하니 바라볼수 밖에 없다.
항홀몬제.. 위력이 대단하다.
거 누구없소....혼자 중얼거린다.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