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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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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섬에 온 손님들


BY 金木犀 2012-10-09

유난스레 더운 올여름이라선가? 7월엔 내가 병이 나 외출을 못했고 8월엔 사촌오빠가 암으로 입원하자마자 다음날로  열이 펄펄 끓으며 남편이 응급으로 실려갔다.염증반응은 있는데 폐도 신장도 심장도 멀쩡하니 도대체 어디가 잘못이란 말인가? 원인을 몰라 항생제 투여도 못하고 밤을 새우고 난 새벽 느닺없이 걸려온 전화는 멀쩡하던 우리 친구 아무개가 갑자기 죽었노란 통곡소리..그리고 고약하리 만치 여기저기서 터지는 아프다는 소식들, 그렇게 이승의 날은 생노병사로 여지없이 흘러가고 있는 것인가?

 

퇴원 후 남편의 예후가 좋지 않아 바깥 출입을 많이 삼갔더니 당뇨를 달고 다닌대서 당나라 군대라 칭했던 친구들과의 나들일 전혀 하질 못했다.드디어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이 왔으니 뭉치자! 자라섬 어떠냐는 메시지가 지난 주 금요일 밤 날름 당도했으니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치랴? 머리에 지진이 난듯 즉각 발동이 걸려 다음날로 가평으로 몰려갔으니 낚시질도 좋으려니와 수다 떠는 재미도 완죤 그만이더라.

 

옛날 처녀들은 주로 음식준비를 하고 옛날 총각들은 낚시대를 드리우기도 하고 어항을 놓기도 하며 분주하건만 강 상류에서 땅파기 작업을 하는지라 물이 흐려져 정작 잡힌 건 손가락만한 물고기 스무마리 나믓... 눈치 빠르게 누치 댓마리 더 사다 수제비 뜯어 넣고 매운탕 끓이고 부추전 부쳐 둘러앉아 세월이나 낚자며 잔을 돌리는데 어떤 옛날 총각이 마눌님에게 단디 혼나고 왔다고 울컥하자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는 나두 나두 몹시 구박 덩어리란 하소연들

 

아침 새벽에 나가 달 보고 들어올 땐 쌈 할 시간도 없고 돈 잘 벌어다 주니 깡짜도 없었는데 끈 떨어지자 점점 더 드세지는 마눌님 등쌀에 기력이 없단다. 젊은 날 딴짓을 한 적도 없고 죄라면 가족을 위해 착실히 산 죄 밖에 없다나? 듣던 우리 옛날 처녀들 위로 한 마디 안 할 수 있나? 그래도 엄처시하가 좋은 거야 늙으면 남잔 갈 데 없어 우린 갈데 많아 그러니 찍소리 말고 살아 유행가도 안 있나? 있을 때 잘 해라고, 앙!

 

고갤 주억거리는 착하기만 했던 옛날 총각 당나라 병사들을 보자니 갑자기 목이 쏙 들어간 자라섬을 닮은 듯 해 맘 편치 않다. 웅성거리다 힘내라고 위로 한마디 척하니 얹혀 줄 밖에..다들 장가 잘 갔어 부인들 다 시원시원들 하드만.. 봐라 봐 이렇게 밑반찬 잔뜩 챙겨서 보냈잖아 집에 가면 여기 싸온 고추짱아찌 가지무침 감자볶음 열무김치 만드는 법 물어서들 메세지 꼭 띄워라 너무 맛있다야,

 

귀가한 뒤 이내 메세지로 레시피가 왔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