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침이란걸 맞으러 갔다. 염증을 어떻게 침으로 다스리냐고 묻겠지만 시종일관 손목과 팔꿈치 관절염을 달고 살게 되는 탁구코치의 즉빵이라는 감언이설? 과 순수한 설득력에 빠져서 아는 언니와 둘이서 갔다.
생각보다 병원은 규모가 작았지만 추석을 지낸 후유증 탓인지 예약을 잡을수 없을 만큼 사람이 많았다.
함께간 언니도 한의원과는 별 인연을 두지 않고 살아 왔었단다.
어쨌든 내가 침을 맞고 왔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다들 나의 첫경험을 듣고 싶어했다.
그들에게 힐링한 기분이라고 말해줬다.
의사샘이 너무 친절하고 인상이 좋고 편했다.
지난번 정형외과 의사한테 느꼈던 불쾌한 기분하고는 차원이 다른세계? 같았다.
효과는 잘 모르겠지만 힐링을 했으니 나아가고 있는 느낌은 분명한것 같다. 문제는 실제로 낮고 있는지 어쩐지는 모를만큼 여전히 팔목이 불편하고 목뒤가 뻐근하다.
갱년기에는 관절도 문제가 생긴다더니 내게는 관절이라는 놈이 손톱만한 쥐새끼가 되어서 내 몸속으로 기어들어가 이곳 저곳 기어다니면서 구석구석을 불편하게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오늘이 두번째 한의원에 가는 날이다.
동네 아줌마들하고 밥을먹다. 신불자 언니 전화를 받았다.
일하던 식당에서 짤렸단다.
갑자기 기분이 엿같아졌다.
같이 밥먹던 아줌니들에게는 차마 털어 놓지 못한다.
못사는 언니가 자랑은 아니니까
언니를 만나서 둘이 파마를 했다.
제기랄
머리도 완전 아줌마 뽀그리 파마가 돼 버렸다.
내가 다니는 미장원은 미용사도 많은데 파마가 삼만오천원이다
차마 그냥 나오기 쑥스러워서 팁으로 만원을 더 언어주고 나왔다.
내기분은 엿같지만 만원으로 그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남자다
서른 여섯인데 서른살 아내가 부동산 관련일을 하고 있고 아이는 낳을 생각이 없단다. 개척교회를 하다가 여자를 만나고 미용사가 되고... 그는 적어도 남에게 피해는 주고 살 사람은 아닐것이다. 그래서 너무 이쁘다고 생각했다.
다른때 같으면 밥을 먹고 헤어졌겠지만 짤린 언니와 마주 앉아서 밥먹고 있다가 체할것 같아서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미용실을 나와 곧바로 찢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오느길에 딸래미한테 카톡을 날렸다
이모가 식당에서 짤려대. 은이랑 진이가 빨리커서 돈벌어다 이모 갖다 줬으면 좋겠다
딸에게 답장이 왔다
기대하긴 힘들것 같다고 그럴땐 에니팡이란다
자기는 학교 축제라면 커다란 곰돌이 모자를 쓰고 친구랑 장난치고 있는 사진을 함께 보내왔다.
역시 딸이 청량음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