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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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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에.


BY lala47 2012-09-08

 

무섭던 더위가 물러가고 가을이 문턱에 와 있다.

여름 내내 암과의 전쟁 속에서 최악의 여름을 보냈다.

방사선 치료가 끝나고 삼개월에 한번씩의 검사를 예약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암환자에게 국가가 지원해주는 치료비가 구십오프로라고 하지만 보험이 되지 않는 부분도

적지 않음으로 결국 암이란 돈과의 전쟁이 되는 셈이다.

돈이 없어서 죽을수 밖에 없는 것은 비극이 아니라 현실이다.

 

나는 백팔십만원으로 방사선 치료를 끝냈지만 이천만원이 드는 골수암 방사선 치료도 보았다.

만약에 재발을 한다면 아무에게도 알릴 필요는 없을것이라는 생각을 막연히 해본다.

더 살겠다고 우기는 노인들의 모습이 내 모습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오랫동안 주인을 잃었던 집을 청소하고 빈 냉장고를 채우고 나니 귀가를 실감한다.

치료가 끝났지만 체력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자주 지쳐 눕게 된다.

암은 암인가보다.

이제부터 혼자 이겨내어야 할 부분이다.

혼자 있으니 다행이다.

누구에게도 누를 끼치는 일은 하지 말아야한다는 결심을 굳힌다.

 

글을 쓸 의욕이 아직 돌아오지 않음은 체력때문만은 아닌것 같다.

가을과 함께 마음이 먼데를 헤맨다.

정리되지 않은 것이 있던가 돌아본다.

몸이 약해지니 마음도 따라가는 모양이다.

 

나를 잊지 않고 전화해주는 친구들이 있고  할머니 보고싶다고 보채는 윤지가 있어서 웃는다.

그들과 알콩달콩 살아야겠는데 아직 기운이 없다.

시간이 걸리겠지..

그리 생각하기로 한다.

기다려야지..

조바심 내지 말아야지..

자신에게 다짐한다.

안되면 말고..

그런 여유도 부려본다.

 

어제는 지하철 이호선을 타려다가 잘못해서 육호선을 탔다.

어제는 종일 실수였다.

동창회가 다음 주인데 이번주로 착각을 하고 갔고  지하철도 잘못탔다.

도대체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육호선 응암역을 지나자 윤지 윤하 생각이 나서 아이들을 보러갔다.

반가워서 해맑게 웃는 아이들을 바라보니 마음이 행복했다.

마음에 행복을 담고 아이들과 하룻밤을 자고 집으로 돌아오는 찬안행 급행은

빨리도 나를 오산까지 데려다 주었다.

다시 시작해야겠다.

체력도 떨어지고 지구력도 떨어졌지만 천천히 시작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