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던 찜통 더위가 조금 기가 죽더니 밤새 비가 쏟아졌다.
달려나가 비를 맞고 싶을만큼 비가 반갑다.
여름이 이런 식으로 물러가주었으면 좋겠다.
매일 아침 여덟시에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
언니네 집에서 국립암센터까지는 십오분 거리라 편하다.
방사선 치료란 사람을 석쇠에 굽는 것이라는 표현을 쓴다.
유방 한쪽이 까맣게 변질 되어도 삼사개월이 지나면 복원 될것이라니
믿어보기로 한다.
복원 되지 않는다 해도 별 상관이야 없지만.
좀 웃기기야 하겠지.
\"유방 하나가 없는거야?\"
\"아니 쪼꼼 함몰되었을뿐이야.\"
궁금해하는 친구의 질문에 대답해주었다.
\"그렇다면 아직 뭐..\"
\"아직 뭐라니.\"
\"연애 할수 있다구.\"
\"설마 유방땜에 연애 못하겠니.\"
둘이서 웃고 만다.
돈 없고 늙고 병들고..
삼박자가 이리 맞을수 있겠는가.
내 모양이 처량하다.
\"병투성이 할마씨지만 병원비 치뤄주는 남자 있는 할마씨 있으면 나와보라구 그래.\"
비관하는 내게 위로차 보내준 친구의 문자에 웃는다.
병원비 내어준 남자가 누구냐는 질문이 쏟아진다.
고건 비밀이다.
나도 비밀 하나쯤 가질란다.
가진것은 사람뿐이다.
영양보충 차 점심 사주러 오는 친구들이 고맙다.
스테이크도 먹고 복요리도 먹고 택배로 오는 보양식도 받는다.
나는 언제 이 모든 것을 보답할수 있을까.
의사에게 물었다.
방사선 치료만 끝나면 완치인가요?
아니란다.
암이란 완치가 없단다.
사개월에 한번씩 검사를 하고 십년동안 재발이 되지 않으면 완치되었다고 할수 있단다.
십년이라니.. 칠십육세. 그 나이에도...
허긴 암이 나이를 보며 찾아오진 않으니까.
암튼 김새는 대답을 들었다.
병이 들면 결국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기 마련이다.
폐를 끼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디 먼 시골에 가서 글을 쓰며 노후를 보내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가까이 있어서 반가운 사람은 아닐것이다.
상황판단을 잘 해야 현명한 늙은이가 되는것이겠지.
도움을 줄수 없으면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9월3일에 치료가 끝나면 오산으로 돌아가 중단한 작업을 다시 할수 있을까.
나는 또다시 희망 한자락을 거머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