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더워도 이렇게 더울수가....
연일 35도를 넘어가는 이쪽 날씨에
주방에는 가마솥이 몇개나 들끓고 있으니 그 열기는 가히~~`
대형 식기세척기가 돌아가면서 내 뿜는 습한 공기는 사람을 아주 숨막히게 만든다.
튀김이며 나물 데칠 때 나오는 열기는 얼굴을 벌겋게 익게 만든다.
도망갈수도 없고 도망간다고 끝나는 일도 아니라
마음 단단히 먹고 세상에서 가장 헐렁하고 시원한 복장으로
새벽부터 주방에서 헉헉대느라 날짜감각도 없다.
그냥 수련회가 몇개 지나갔나~~그것만 세고 있다.
땀띠는 벌써 나를 점령했고
얼굴은 땀을 하도 닦아대느라 쓰리고 따갑다.
이번주는 350명 2박 3일 두팀이지만
다음 주에는 800명 2박3일 한팀,500명 한팀 ,두팀이다.
그 담주에 또 두팀...........
덥다는 소리는 이제 안하련다.
덥다덥다 자꾸 하면 더 더우니까.
머리는 최대한 숏커트로 날려 버렸고
목에는 긴 가제 수건이, 옷은 땀 흡수가 잘되고 통풍이 잘되는 면소재나 마소재
아니면 인견으로 된 반바지나 헐렁한 칠부바지.
낮에 열기에 지친 몸으로 저녁에 집에 오면 만사가 귀찮다.
내 한 몸 씻고 자는 것도 귀찮을 지경인데
남편도 어지간히 더웠던지 욕실앞에는 벗어 놓은 속옷이 한 바구니
대체 하루 온 종일 몇번이나 샤워를 한거냐구???
이 맘때는 우리집 세탁기도 수난시대다.
겨울처럼 빨래를 모아 둘 수도 없고 둘이서 하루 동안 벗어 놓은 옷만해도
드럼 세탁기 한번 세탁 할 것으로는 충분하다.
타올은 또 얼마나 적셔뒀던지..................
샤워를 하기 전에 온 집안에 흩어져 있는 옷이며 타올들을 세탁기로 모아 돌리고
걸레를 찾아 거실이며 안방을 완전 땀범벅이 되어 닦아 나간다.
주방에서 흘린 땀이 모자라 또 땀을 보태냐구 글쎄.
그래도 땀으로 먼저 뜨거운 샤워를 하고나면 일반 물샤워가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허브향이 좋은 샤워제품으로 충분히 거품을 낸 수건으로 온 몸을 문지르다보면
하루의 피로도 사라지고 은은한 허브향이 기분을 상쾌하게 해 준다.
풀을 빳빳하게 먹인 인견 요이부자리가 또 더위를 식혀준다.
수련회 시작하기 전에 아는 사람이 국내산 편백나무에서 뽑은 피톤치드 오일을 줬는데
많이 피곤한 날에는 목 뒤에나 베개에 한두방울 살짝 뿌리고 자면 숲에서 자는 착각에 빠진다.
샤워를 하는 동안 에어컨을 살짝만 틀어 둔 거실이 시원하다.
이제는 더 이상의 땀은 거부하겠어~~!!!
이러다 탈수현상이 오는 건 아닌지 몰라~~
목에 두른 대형 가제수건이 걸레처럼 짜지 않더라도 금방 물이 주르르륵
너무 찬 음료수를 많이 마시면 배탈이 날까 봐 연한 매실 물을 마신다.
수련회 시작하기 전에 힘 내라고 남편이 사 준 보양식은 전복과 해삼이 듬뿍 들어 간 물회였다.
오독오독 씹히던 전복과 해삼이 쫄깃한 메밀냉면과 어우러져 더위를 싸~악 가셔 주는 것 같았다.
방학을 하고 내려 온 둘째는 알로에 젤 크림을 사 가지고 왔다.
더운 주방에서 지친 피부를 회복시켜줘야 한다면서..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샤워 후에 얼굴이며 목, 전신에 바르니 흐미.....시원한 거~~
유기농으로 키운 알로에로 만든거라고 적혀 있어서 그런지 기분이 더 좋다.
아니면 딸이 사 준거라 그런가??ㅎㅎㅎㅎ
중간중간 냉동고(사람이 서서 들어갔다나갔다 하는)에 부식을 가지러 갔다가
괜히 이것저것 만지다가 느직느직 나오는 기발한 피서법을 터득했다.ㅋㅋㅋㅋ
땀방울이 금방 고드름이 되고만다.
흐미~~
쎤 한거~~~에에취~~~
어쨌든 8월 중순까지는 주방에서 여름을 살아야 하는 몸이다.
해마다 느끼는 기분이지만 나한테는 여름보다는 겨울이 더 좋다.
최소한 내 직업으로 내가 살아가기에는.
이 여름을 잘 살아내야 내 꿈도 이루어 질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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