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만에 퇴원을 했다.
수술 날자에 수술이 연기된것은 폐암이 의심된다는 이유였다.
폐 CT. 폐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초조했다.
유방암뿐이 아닌 폐암까지 겹쳤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엄마. 하나씩 해결해나가자구요.\"
아들의 말에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그건 그냥 끄덕임이었다.
하나씩 뭘 해결하자는건지..
유방암 환자들은 삼박사일만에 퇴원을 했지만 나는 병실을 지킬수밖에 없었다.
폐암이 아닌 염증이라는 결론에 유방암 수술을 했지만 남들처럼 삼박사일만에 퇴원을 시켜주지는
않았다.
수술실에 실려가는 엄마의 동영상을 찍어대는 아들때문에 웃지 않을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살기위해서 갖은 고생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명을 내 마음대로 할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던 사실에 반성했다.
포기할 부분은 우리네 인간에게는 없는것이다.
우리는 주어진대로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야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분에 대한 작은 보답일것이다.
과일을 갈고 씻어서 자주 가져오는 친구.
곁에서 숙박을 하며 간호를 해주는 친구.
위로금을 모아서 가지고 온 친구.
반찬을 만들어 온 후배.
속이 타서 눈물을 글썽이던 언니.
매일 전화하시는 고모.
그리고 나의 아들과 며느리..
또 한사람..
퇴원 하는 날 갑자기 나타나서 병원비를 계산한 사람..
이 모든 사람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 건강을 지켜야겠다.
아들집으로 돌아오니 현관에서 내게 달려오는 윤지의 환한 얼굴과 윤하의 방실거림에
가족에게 돌아왔음을 실감했다.
윤지는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갈까봐서 자꾸 내 물건을 감춘다.
\"할머니 우리집에 오래 오래 계실테니까 걱정하지마.\"
엄마의 말에 윤지는 안심을 하면서도 내게 약속을 하자고 한다.
\"그래. 엄마 말씀이 맞아. 할머니 오래 있을게.\"
그말을 듣고서야 설합에 숨겨놓은 내 핸드폰을 꺼내주었다.
\"아주 아주 우리랑 살았으면 좋은데..\"
또 하나의 산을 넘었다.
앞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하고 항암치료 결정이 나는대로 또 힘든 시간이 있겠지만
살아야하는 이유를 이제 터득한것같다.
깨달음을 갖을때까지 우리는 숱한 매를 맞아야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