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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으로 창을 내겠소?


BY 시냇물 2012-05-29

 

지난 주부터 시작된 안방과 거실 창틀을 교체하는 부분

리모델링 공사가 차츰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다

 

남편은 워낙 재주가 많은 사람이라 이런 공사는 더욱이나

업자에게 맡기질 않는다

돈은 돈대로 들고 자신의 마음에 들게 해주지는 않기에

왠만한 건 기어코 자신의 손으로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처음엔 그게 못마땅하고 이해가 안 됐는데 시간이 흐르고 보니

나 역시 남편의 그 생각에 차츰 물들어 가는 것 같다

 

건물이 지어진 지 20년 정도 되어간다니 창틀이나 문들은

다 예전에 만들어진 아주 구식이 되버렸다

 

요즘은 창틀도 하이샷시다, OO 창호다 해서 방음과 난방이

한꺼번에 해결되는 좋은 제품들이 많이 나와 있는지라

직접 유리공장에 주문을 하니 창틀을 원하는대로 만들고

비용은 업자를 시키는 것 보다 훨씬 절감이 된다

 

 

문제는 시공이다

4층까지 사다리차로 올려다 준 창문이 틀은 비교적 무게가

덜 나가 남편과 나 둘이서 충분히 들어 올려도 되는데

페어 글라스로 만든 창문은 그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사위들을 일요일에 불러 도움을 요청하려니 다들

사정이 있어 그 또한 여의치가 않아 둘이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우선 창틀을 올려 대강 고정을 시킨 다음 그 무거운 문을

 창턱까지 한꺼번에 들어 올릴 수가 없어

식탁 의자를 창밑에 세 개나 갖다 놓은 다음

양쪽에서 들어 한 번 의자에 놓고 쉰 다음 창틀에 올렸다

 

 

처음엔 창이 4개였고 불투명 유리라 안에서 바깥 풍경이

보이질 않았는데 이번엔 고심하던 남편이 과감히 문을 크게

2개로 내고, 유리도 투명으로 하니 훨씬 공간이 넓어진 듯

하고, 시원해서 자꾸만 밖을 내다보게 된다

 

 

사실 생각보다 창밖의 풍경은 멋지진 않다

바로 앞은 건물이고, 집들이 언덕까지 들어찬 모습이기 때문에..

그나마 창의 반쪽으로 조금 보이는 녹음이 점점 짙어지는

산의 모습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산 앞으로 아파트가 지어지면서 그 산도 반이나 가려져

겨우 반쪽만 보이는 게 무척이나 아쉽다

그래도 남쪽으로 난 창이라서 햇살이 잘 들어오는 건

다행이다

 

이러니 나이를 먹을수록 도시에 사는 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눈에 보이는 건 답답한 콘크리트 숲이고, 건물들 뿐이니

숨 한 번 제대로 쉴 수 있고, 눈 한 번 호강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우린 그나마의 위안이라도 즐기려고

이참에 과감히 소파의 위치도 바꾸어 거실에 앉아

그 조금의 녹색이라도 수시로 창을 통해 바라본다

 

 

밖의 풍경도 아쉬움이 많지만 건물 밖의 창도 위 아래로 나뉜 형태라

시야를 가리기는 매 한가지라 그게 더욱 아쉽기만 하다

그냥 하나의 통창이었으면 훨씬 시원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