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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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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초를 키우며...


BY 시냇물 2012-05-24

 

반평생 넘게 살아오면서 내 손으로 직접 꽃이나 화초를

산 게 몇 번이나 있었던가?

아니, 그런 걸 사거나 기른다는 건 엄두도 못내고 

그저 먹고 살기에만 급급했는지도 모른다

 

그랬던 내가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보이지 않던

식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작년 가을에 벼르기만 하다 모처럼 남편과 양재동까지 가서

이것저것 화분을 사 들여 왔다

노랗고 탐스럽게 핀 국화 화분이 그 중 제일 마음에 들어

행여나 꽃이 시들세라 아침마다 아기 돌보듯 물을 주며

들여다 보면서 그윽한 향기를 맡는 것도 새로웠다

 

 

그 외 이름도 모르는 열대식물들, 녹색 식물, 다육이까지

거실과 안방 창가에 놓고는 물도 주고, 먼지도 닦아 주며

하루하루 정을 붙여 갔다

 

 

그 중 흑고무나무와 벵갈고무나무, 또 한 나무는 옥상에

온실처럼 만들어 놓은 곳에 옮겨 놓고 겨울을 나게 하였다

나름대로 얼어 죽을까봐 저녁이면 꽁꽁 싸매 주고, 아침이면

햇빛을 보게 열어 주면서 관리를 하였는데

열대식물이다보니 겨울 추위가 매서웠는지 그만

시름시름 하더니 잎을 하나 둘 떨어 뜨리며 시들어 가서

보는 나를 안타깝게 하였다

 

사람처럼 말을 하거나 제 힘으로 움직이지도 못하니

관리하는 사람이 제대로 키웠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세심한 정성이 부족한 것 같아 어찌나 미안하던지....

 

그래도 관심을 주었던 애들이라 차마 내버리지는 못하고

옥상에 올라갈 때마다 한 번씩 눈인사를 하곤 했는데

봄이 되면서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자 놀랍게도

새 생명으로 되살아나는 끈질긴 모습을 보여 주었다

 

흑고무나무는 잎이 다 떨어져 가지도 빼들빼들 말랐더니만

원래 줄기 옆에서 정말 아주아주 작은 새 잎이 힘겹게 돋기 시작하더니

아기들 새끼손톱만큼이나 작은 그 잎이 처음부터 까만 색으로

돋아나는 걸 보니 어찌나 신기하던지 새삼 자연의 신비 앞에

경이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가 화원에서 화초들을 사올 때 여주인 말이

화초들은 너무 애지중지 해서도 안 되고 그냥 무심한 듯

가끔씩 들여다 보면서 관심을 주어야 더 잘자란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기를 키울 때도 흔히 너무 이뻐 하면서 만지면 손을 탄다는

말도 있듯이 화초 역시도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걸

화초를 키우는 초보자가 경험으로 깨우친 사실이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어 가면서 화초를 키우다 보니

우리 곁에 자연의 그 수고로움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한 현실이

될지를 화초들을 통해 절감을 하는 요즘이다

 

그래서 옥상에 올라갈 때면 잘 자라주는 그애들이 이뻐서

한 번이라도 더 손길을 주게 된다

 

젊어서는 사느라 바빠, 도통 그런 데 눈돌릴 여유가 없었다면

이제는 서서히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그들과의 친화는 분명 또 하나의 삶의 의미가 되는 것이리라*^^*

 

 

\"우리는 흙에서 났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