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기억들이 새록새록 봄의 기운을 받아 싹이 돋아나듯 여기저기로 쑥쑥 올라옵니다. 식구들 중 제일 약하고 작았던 나는 욕심도 없고 늘 형제들한테 이리저리 치였지요. 자그마치 형제가 일곱이였습니다. 울 아버지, 엄마는 이 일곱을 어떻게 키우셨는지... 어릴때 위험한 일을 한 걸 지앙스러웠다고 하죠. 예, 저 지앙 좀 떨었습니다. 동전도 삼켜보고 (기도가 막혀 죽는 줄 알았습니다) 압정도 삼켜보고 (목에서 피가 나올 정도로 켁켁 주위에서 엄청 놀랐죠) 콧구멍 양쪽에 그 큰 강낭콩을 넣어보고 (콧구멍 터지는 줄 알았죠) .. 글쎄요, 크게 자리잡아 기억나는 건 이 세가진데요. 더 있겠죠? 지금 생각하면 실험정신이 있어서인가도 싶어요. 아버진 교육자셨고 엄만 아주 평범한 주부셨어요. 집에 나무도 많이 길러 전 식구가 옮기고 물주느라 생고생을 좀 했죠. 그래서 더군다나 4월엔 아주 바빴습니다. 하필이면 제가요 식목일날 태어나서 생일상이라곤 친정에서 단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아들들은 잘 챙겨주시고 언닌 욕심이 많아 생일되기 몇일전부터 졸졸 따라다니며 노래라도 불러 미역국이라도 먹었죠. 동생둘은 할아버지 기일 이틀 뒤라 음식이 많았거든요. 저희 집이 큰집이라 제사도 여러번 지냈답니다. 그런데 전 바빠도 한참 바쁜 4월생이라 되려 나무 옮기고 팔고 하느라 완전 뒷전이었어요. 지나고 몇일 후에야 \" 워메, 야 생일이었네.\" 전 너무 바쁜때라 그러겠거니 했는지 중학교때까지도 신경도 안들였어요. 그런데 저희 시댁은 형제가 넷입니다. 어머님께선 때마다 아침 생일상을 촛불과 함께 나물 몇가지와 과일, 미역국까지 끓여 차려 놓으세요. 처음 저는 참 으아하면서도 정말 부러웠어요. 지가요, 시집가서 처음으로 생일상을 받아봤거든요. 정말 목이 메여 밥이 안넘어가더라구요. 고등학교땐 친구들과 선물만 주고 받았죠. 저희 시부모님께 너무 너무 감사해서 제가 다 울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어머님이 가르쳐주신대로 식구들 생일 때마다 이른 아침에 상을 차려 놓습니다. 문제는 제 생일이죠.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대접을 받아봤어야 대접을 받죠. 그리고 이 나이에 형편에 내 생일까지 다 챙기기엔 제가 저한테 너무 소홀했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아니다 너무 서운해지는거예요. 엄마가 가까이서 사시게 됐는데 난 내 생일을 기억이라도 해주실줄 알았어요. 하다못해 전화라도. 생일 당일날 전화도 한통 없고 몇일 전에도 \" 아이, 너 언제가 생일이다.\" 란 말도 안하시더라구요. 내심 전 기대도 많이 했는데 너무 서운하더이다. 엄마, 진짜 너무하시다. 내가 자식인 건 맞는지. 진짜로 어디서 주워왔는지. 그렇다고 난 내 할 도리를 안하진 않습니다. 너무 알아서 잘해버리면 신경을 안써요. 여러분 열손가락 중 물면 다 아프다는 말 거짓말이에요. 많이 아픈 손가락이 있고 덜 아픈 손가락, 안아픈 손가락도 있는거예요. 좀 모자라고 관심을 받게 해야 하는가봐요. 너무 완벽하게 하려 하지마세요. 무지무지 서운해집니다. 엄마, 그리고 나 진짜 너무 서운해. 눈물나려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