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종숙을 배웅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남은 술을자작으로 다 먹고또 얼마을
먹은지 갈짖자 걸음으로 집으로와 아내 얼굴 보기가 민망해 지게을 마당에다
팽기치고 방에 들어와 이블을 쓰고 누어버렸다 감실댁은 덜컥 겁이났다
기어이 올것이 온것같다 장터에서 무슨일이 있어 저리도 취해서 왔는지
이제 영락업시 소박대기로 내몰리는건 아닐까
기태씨는 얼마나 잔는지 슬몃이 일어나니 밥상이 웃목에그대로 있고
호롱불도 켜저있고 아내는 웅크린체 모제비로 누어서 잠이 들어있다
가만히 이불을 덮어주고 나와 찬물 한 대접을 마시고 들로 나와서 생각해도
아내한테 어떡게 말을 해야 할지 자신이 없다 남편도 아내도 마음을 열지 못한채
가을이 오고 일에 매달려 시간을 보내느라 그 일을 잠시 잊어버렸다
아니 잊어버린게 아니고 잠시 접어 두었는지도 모른다
가을걷이도 끝나고 집집이 돌아가며 이엉을 역느라 분주한 나날이 이어갈 무렵
기태씨는 용기을 내 아내와 마주 앉았다
\"임자 내 야기 단디 들어소 지난 여름 장터에서 덕동 제종숙부님을 만내가
야기 하시는데 대소가 어른들이 마케모디시가 이논 해보이 제물을 준데케도
양자는 마카다 안준다카고 방법은 새사람을 딜고오는거 뿐이다 카시며 내 보고
대답을 하라카시더만 내 임자한테 이논 해보고 말삼 드린다 켓소 임자 생각은 어떠소 \"
\"........................\"
\"새사람 온다케도 내 임자는 안놀기요 \"
\"글타꼬 두 집 살림은 어른들 보기 민망 ..............
남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감실댁은 울음을 토한다 그럼 한 남자와 두 여자가
한 지붕밑에서 살아야 하는가 이 박복한 인생을 꼭 살아야 하는지 차라리 .................
누가 대답이라도 해주어서면 좋으련만 울어봐도 어른들이 결정한 일이라 해결될 일도.
없던일로 할 수도 없다 남의집 대을 이을 자식을 낳아주지 못한 자기탓이니 감실댁은
울음을 그치고 맘을 다잡았다 한 집에 세 사람이 살아갈 운명이라면 그렇게 라도살아야한다
소박대기로 내치지않는 남편이 고맙다 그 해 겨울은 길고도 어두웠다
두 사람의 마음도 길고도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것 같았다
먼 산에 뻐국새가 울고 들판에 농부들의 발길이 잦아지며 농번기가
시작되고 일에 매달려 잡념을 할 시간이 없이 감실댁은 바쁜 나날을 보냈다
기태씨 제종숙 내외분은 매파을 앞세워 참한 규수을 찾으려 나섰다
밥술이나 먹는 집에선 귀한 딸을 남의 소실로 줄리없고 형편이 어려워도
사람 됨됨이가 올곧은 규수를 찾아야 하는데 사람은 많으나 사람속에 사람
찾기는 어려웠다 착한 규수가 있어면 논 마지기을 주어서라도 데리고 오고 싶다
들판에 모가 심어지고 밭에도 채소가 윤기을 내며 잘 자라는 윤 오월 보름날
해가 뉘엇뉘엇한 저녁무렵 기태씨 대문앞에 가마 한 채가 서고 가마문이
열리며 새색씨차림의 여자가 내려서 중갓에 흰 두루막을 입고 선 남정네
앞에 다소곳 고개을 숙이고 섰다
\"애비말 단디 맹심해라 오늘부텀 이 집이 니집이고 죽어 귀신이 되기전엔
이집 문턱을 넘어오면 니죽고 내 죽는다 인날에 숙이는 죽어뿌고 엄고
귀막고 눈감고 입닫고 살아야한데이\"
\"예 아부지 핀히 가시소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