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태씨 집은 삼대째 외아들로 내려오는 손이 귀한 집안인데 기태씨 대에선
결혼한지 사년이 되어도 소식이 없자 대소가 어르신들의걱정하시는 소리가
자자했다 집성촌이라 일문중이 오소도손 모여 살아서 대사때는 일손이
많아서 좋으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게 험이라면 험이다
기태씨 부인 감실댁은 몇 일후 있을 시아버지 기제일에 시누이들이
오면 시어른이 안계시는 집안에 맏 시누가 어른이라 이번엔 또 무슨
말을 할까 미리부터 걱정이 된다 제사날 시누이 .제종숙모.(칠촌아지매)
삼종동서(팔촌형)모두 모여서제수을 장만해서 저녁제사을 모시고 음복을
나누는 자리에서 맏 시누이가 입을 열었다
\"아제요 기태 나이도 있는데 이자는 더 지두리지 말고 일을 만들어 보이소
우리 아베가 기시면 여지꺼정 있서께심니꺼\"
\" 글시 우째야 하겠노 생각 좀 해바얄따 \"
당숙는 젊은 질부 보기가 민망해 헛기침을 했다
감실댁은 슬며시 뒤문으로 나와 뒤란에 와서 숨을 죽이고 속울음을 운다
자식을 점지해주지 않는 삼신할미도 야속하고 같은 여자이면서 동생댁
마음을 살펴주지 않는 맏시누이도 야속하다 얼마나 있어쓸까
발자국 소리에 고개을 들어보니 남편이 앞에 와 섰다
\"임자 미안하네 내 맘 알지러 어른들 가시는데 퍼떡 인사나 하려 가세나 \'
어느날 늦닷없이 시당숙이 친가로 내칠지 감실댁은 나날이 조마조마하다
기태씨도 아내보기가 괜시리 민망하고 어색해 들판에서 서성대는 날이 많았다
안동 장날 기태씨는 낮 두어자루와 쌀 한말을 지게에 얹고
집을 나섰다 꼭히 살것도 없지만 장터에서 친구라도 만나면
탁배기 잔이나 나누며 얘기라도 나누고 싶어서다
쌀을 곡물점에 넘기고 낫은 대장간에다 맡겨두고
주막거리로 나서는데 저 만치 앞에 제종당숙이 오신다
\"아재 장에 오신닉껴\"
\"글찬아도 니을 쪼매 바시면 해꾸마\"
\"탁배기나 한 잔 하시려 가입시더\"
점심시간이 이른때라 주막은 비어있다
탁배기와 술국을 시키고 당숙께 술을 권했다
\"한 잔 드시이소\"
\"오냐 니도 묵어라 \"
숙질간에 술 잔이 몇 차례 돌아도 당숙은 말이 없다
\" 먼 하실 말삼이 있서시니껴\"
\" 지난번 아부지 지사때 니 누부가 한 말 있제
\" 내 동상캉 당숙부.대소가가 마케모디가 의논 했제
재산을 준다케도 양자는 아무도 안줄라카고 방법은 새사람을
데불고 오는긴데 니맴은 어떤지 모리겟다 아이가 \"
기태씨는 대답을 할 수없다 감실댁 얼굴이 눈 앞에 아룽 거린다
\"예 알거심더 내자캉 이논해 봐얄시더\"
\"그라머 나는 고마 장보로 갈란다 \"
제종숙을 배웅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남은 술을자작으로 다 먹고
또 얼마을 먹은지 갈짖자걸음으로 집으로 와아내 얼굴 보기가
민망해 지게을 마당에다 팽기치고 방에 들어와 이블을 쓰고 누어버렸다
감실댁은 덜컥 겁이났다 기어이 올것이 온것같다
장터에서 무슨일이 있어 저리도 취해서 왔는지 이제 영락업시 소박대기로
내몰리는건 아닐까 얼마나 잔는지 슬몃이 일어나니 밥상이 웃목에그대로
있고 호롱불이 켜저있다 아내는 웅크린체 모제비로 누어서 잠이 들어있다
가만히 이불을 덮어주고 나와 찬물 한 대접을 마시고 들로 나오서 생각해도
아내한테 어떡게 말을 해야 할지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