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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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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


BY 홍당무 2012-01-09

이 세상에는 많은 어머니 그리고 아줌마 그리고 여자가 있습니다.

모두가 하나같이 가슴안에 쓰레기통 두서너개쯤 부둥켜 안고 살아갑니다.

보고있어도 못본척, 들어도 못들은척 하고싶은 말들을 다 뱉어내지 못하고 송두리째 가슴 속 쓰레기통에 담아둡니다.

썩어문드러진 가슴 한켠에서는 썩은 악취가 나기도 하고, 부글 부글 끊어올라 심하게 부패가 되기도 하는

응어리진 그 가슴을 안고 모진 세월을 살았던 나의 어머니.

지금도 눈에 선하게 드리우는 나의 어머니가 9살 코흘리개 내 손목을 잡고 흐느낍니다.

 

\"너를 두고 어찌간다냐.\"

\"나 혼자 편하자고 너를 두고 가믄 내가 내밍대로 살것냐.\"

\"짠하고 불쌍한 내새끼......부모복도 읍는 불쌍한 내시끼.\"

 

배움이 부족하고 가진것이 없었던 가난했던 그 시절에 아버지는 날이면 날마다 술잔속에서 허우적 대시고

모든 푸념을 불쌍한 내 어미에게 푸셨으니

하루가 멀다하고 밥상머리를 뒤집고 무얼그리 잘못한것이 많다고 마누라를  쥐잡듯이 잡아대느라

내 어미의 몸뚱이는 늘 만신창이가 되어있었지요.

떠날갈곳이 있으면 훨훨 날아도 가고싶건만 그러기에는 삶이... 현실이 그리 녹녹치 만은 않았으니...

오늘 갑자기 그 어머니께 못다한 말 전해보려 합니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그 서럽고 복창사나운 세월을 무던히도 잘 견디시고 오늘 우리들은 그런 어머니의 인내와 희생으로

또 그 사랑으로 이렇게 행복하게 웃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구나 힘들게 살아왔고 가난과 배고픔또한 우리가족들만의 이야기기가 아니던 시절이였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다 어머니처럼 살지는 않았을겁니다.

아버지가 밉고 원망스러워 맹장이 터져 사경을 헤매던 아버지가 차라리 돌아가시길 바랬던 철부지 어린딸에게 당신이 말씀하셨지요

 

\"그라믄 쓴다냐...애비없는 자식은 호로새끼라고 안하냐.\"

\"그래도 느그 아부지가 살아계시야 느그들이 힘을 얻는것이다.\"

 

그렇게 두분이 40여년을 우리들과 함께 할수 있으니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 모릅니다.

서른네살  노처녀로 죽을까봐 노심초사하시더니 어머니가 한눈에 반할만한 남자와 결혼을 하고 첫 아들을 낳았지요.

당신의 한을 풀었노라 기뻐하시는 모습에 내 자신이 너무도 자랑스러웠답니다.

 

\'부모의 마음이 이런거였구나\'

\'내 심장을 도려내어 만든 보석처럼 아리고 쓰라린거였구나\'

\'가슴이 막 설레이고 이유없이 흥분이되는구나\'

\'자식이 아프면 나도 아프구나\'

\'자식이 옹알이를 하고 목을 가누고 기어다니는 모습만 보아도 세상 무엇과도 바꿀수 없이 신비롭고 즐거운거구나\'

저도 알아버렸답니다.

저도 어머니가 되어가고 있더군요.

 

매화꽃처럼 순수하고 맑아서 매화라 불리시던 우리 어머니.

늘 마음이 여리고 배려심이 많은 나약한 나의 어머니.

 

그런 당신께 정말 힘들어도 힘들다 말 못하고 슬퍼도 슬프다 말못하는 이유는 당신이 나보다 더 많이 아플거라는것 알기 때문입니다.

결혼하면서 많이 예민해지고 이것 저것 신경쓰느라 힘들때 어머니께 고약한 말로 상처를 주었지요

\"엄마가 나한테 해준게 뭐있어\"라고요

 

꽃으로도 때리지 말아야할 상처투성인 우리 어머니 가슴에 대 못을 박구나서 얼마나 가슴을 치면 후회를 했는지 모릅니다.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에 오늘 이렇게 긴 편지를 띄우게 되었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열심히 더 열심히 행복하게 살면서 그 고마움은 갚아가겠습니다.

아프지 마세요. 먹고 싶은것 가지고 싶은거 \'아니다,없다,괜찮다\'하시지 마시고 이제는 더이상 생선 머리만 맛있다고 드시지도 마세요.

어머니께 편지를 띄우는 오늘이 있어 저는 너무도 행복합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