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165

네 잎 클로버


BY cheong23 2011-12-29

 가족들과 함께 교외로 나갔습니다. 모처럼 푸른 초원을 바라보는 기분은 마치 한 마리 새가 되어

하늘을 나는 것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가족들도 나와 같은 기분이었는지 두 팔을 벌려 새가 나는

시늉을 하며 들판을 달렸습니다. 들판에는 클로버 밭이 펼쳐진 곳이 있었습니다.

그곳에 이르자 남편과 두 아이가 행운을 불러오는 네 잎 클로버를 찾겠다고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클로버를 들여다보며 찾았습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찾지를 못했습니다. 나는 그런 욕심 없이 흔한 세 잎 클로버 몇 개를 골라서

책갈피 속에 조심스럽게 끼워넣었습니다.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이 뭔지 알아?\"

 \"행운이요.\" 두 아이들이 냉큼 대답을 했습니다.

 \"그럼 세 잎 클로버는?\"

 \"세 잎 클로버에도 꽃말이 있어요?\"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이란다. 엄마는 행운을 찾아다니기보다느 행복을 가꿀 거야.\"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이 \'행운\'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이 \'행복\'이라는 것을

몰랐나 봅니다. 아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찾기 힘든 \'행운\'을 쫓아다니면서

정작 우리 곁에 있는 \'행복\'을 느끼지도 못하고 지나치는 게 우리의 욕심이니까요.

저도 지천에 널려있는 세 잎 클로버보다 네 잎 클로버를 찾아다니던 소녀였으니까요.

 마침 공연 중인 <파랑새> 연극을 두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초등학생 2학년인 큰딸과 1학년인 작은 아들은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지켜보았습니다.

 연극이 끝난 뒤 \"재미있었어?\"하고 두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작은 아들은 \"너무 재미있었어.\" 말하는데 큰딸은 고개만 살짝 끄덕이며 \"응.\"한 마디뿐이었습니다.

마음속으로 \'별로였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밤, 큰딸이 일기를 열심히 적더니 갑자기 \"안녕히 주무세요. 엄마, 사랑해요\"하며 생긋 눈웃음을

보이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나도 정리를 다한 뒤 이불은 제대로 덮고 자는지 확인하려고 딸아이 방에

들어갔습니다. 책상 위에 얌전히 놓인 일기장을 보니 갑자기 궁금증이 일어 살짝 펼쳐보았습니다.

 \"......행복의 파랑새는 우리들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참 행복한 아이다. 아빠, 엄마도 계시고

 동생도 있고 나를 이렇게 건강하게 태어나게 해주셨으니까 말이다. 아빠, 엄마 사랑해요.\"

 글을 읽는 순간 딸아이가 언제 저렇게 컸나 하는 대견함과 속 깊은 생각에 왈칵 눈물이 났습니다.

그리고 확 달아오르는 부끄러움도 느꼈습니다. 그동안 속 좁은 엄마인 나는 \'지금 살고 있는 오래된 낡고

 작은 아파트에서 벗어나 좀 더 넓고 새로 지은 화려한 아파트에서 살았으면, 남편이 면허증을 따자마자

 장만한 중고차를 바꾸어 최신형인 근사한 자가용을 타고 다녔으면, 돈이 많아서 아이들게게 예쁜 옷과

원하는 책들을 구입하여 거실 한 벽면을 책장으로 꽉 채우고, 별 어려움 없이 쓰고 싶은대로 쓸 수 있도록

풍족했으면....... 아이들이 얼마나 행복해할까.\' 이런 생각만 했었습니다.

그래서 딸아이도 아빠가 돈을 많이 벌어서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원하는대로 할 수 있으면 만족하며

행복을 느끼리라 생각했었습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가 말하길,

 \"엄마, 내 짝꿍이 해외여행 간다고 일주일 동안 학교에 못 나온대.\"

그런 말을 할 때, 딸아이가 얼마나 부러우면 엄마한테 친구 이야기를 늘어놓을까 했습니다.

나는 그때도 딸아이를 위로할 뜻으로 \"우리 딸 많이 부러웠겠네.\" 했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습니다.

 \"하나도 안 부러워. 난 엄마랑 동생이랑 서점에 가서 여러 책 둘러보면서 내가 원하는 책 한 권 사줬을 때

너무 좋아. 엄마 기억하지. 서점 들렀다가 돌아오는 길에 포장마차에서 우동 사먹은 거, 그날 너무 행복했어.\"

하며 딴청을 떨던 딸아이, 그래서 항상 미안한 마음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엄마와 동생 손잡고 서점 다녀오면서 밤에 사먹었던 우동 한 그릇에 행복을 느꼈다는 말에

당혹스러웠습니다. 일상에 소소한 일들이 딸아이에게는 작은 행복으로 다가 왔나 봅니다.

 우리 가족이 건강하다는 것이 행복이고, 감사할 일입니다. 사람들은 살면서 얼마나 많은 욕심을 찾아

나서는지 아직도 내 마음 속에 그런 욕심이 남아 있음을 딸로 하여 돌아보게 합니다.

 포근하게 잠자고 있는 딸아이 얼굴은 편안해 보입니다. 볼에다 살며시 뽀뽀를 해주니 미소를

지어보이는 듯합니다. 내일 아침에는 딸아이가 좋아하는 된장찌개와 달걀찜으로 아침상을 차려줘야겠습니다.

그리고 꼭 안아주고 싶습니다.

 책갈피 속에 깨워 넣었던 몇 개의 세 잎 클로버를 조심스럽게 펴봅니다

행운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착하고 예쁜 마음을 가진

두 아이에게 세 잎 클로버를 반듯하게 코팅을 해서 좋아하는 책에 책갈피로 끼워 줄 겁니다.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