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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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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길에서


BY 연서 2011-10-24

나의 게으름을 떨치기 위해 힘들게 오른 등산길...

그 길에서 뵌 할머니 한분은 평지에서 걷기 운동할때 싣는 밑창이 둥글게 되어 있는 운동화를 신고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산을 오르고 계셨다.

등산길 초입에서 뵌 할머니가 힘들게 오르는 등산길에 계속 마음이 쓰이는 건 무슨 오지랍일까..

예전같으면 단번에 올랐을 계단길도 대여섯번은 쉬어야 오를 만큼 체력이 바닥이면서..

 

산등성이에 있는 정자에 오르니 먼저 올라계신 할머니는 친구인 듯한 할머니와

내 또래의 아줌마랑 함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아.. 그 말씀을 드려야 하나

세분이 담소 나누고 있는 곳으로 가서 말씀을 드려야 할까..

당신들보다 더 못올라가는 내가 나서서 아는 척을 하면 우습겠지..

수 많은 갈등속에서 세 분을 바라보다 슬쩍 그 곁으로 다가갔다.

다가가서도 선뜻 아는 척을 못하고 망설이고 있자니

또 먼저 떨치고 일어서서 다시 출발하시는 세분...

 

에고 그래, 내 코가 석자고만.  이대로 가다가는 정상은 커녕 중간에서 돌려 내려오기도 쉽지가 않겠다..

혼자 앞서가는 세분을 바라보면서 오지랍 넓은 내 맘을 다잡아 보았다.

다시 기운을 차려 쉬엄 쉬엄 올라가려니

내 또래 아줌마가 따님이었던 듯

할머니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뒤따라 가다 드뎌 참지 못하고... 말을 걸고 마는 나..

\"아줌마,(사실 할머니 소리가 먼저 나오려고 했다. 그치만..)

 그 신발로 산에 오르시면 고생하세요. 산은 평지가 아니라서 그런 운동화 신으시면 균형잃기가

쉽상이라서 잘못하면 크게 다치실 수도 있어요.\"

\" 어머, 그래요. 오늘 딸아이 따라 처음 와 본건데.. 그렇죠?\"

\"네, 저도 그 신발 있는데 첨엔 평지에서도 균형잡기가 만만치 않던데요. 지금도 가끔 삐끗하기도 하구요.\"

\"맞아요. 나두 그렇더만 아이고 어쩌나..\"

 

따님이 두번째인가 오른 산이라고 말하는 할머니와 그렇잖아도 산등성이 지나 하산할 계획이라는

따님에게 계단길이 아닌 조금 둘러가는 길을 안내해 드렸다. 

나는 조금 더 운동할 겸 올랐다가 내려가기 위해 그분들과 헤어지는데 고맙단 인사를 계속 하신다.

그렇게 헤어지면서 같이 산에 가자고 하면

1초도 지나지 않아 \"싫어\"라고 딱 잘라 말하는 딸아이 생각을 했다

그 딸아이도 내 나이 되어 저렇게 내 손을 잡고 산에 다녀줄까?

나도 울 엄마가 살아계셨으면 살아서 저리 건강하시면

저렇게 손잡고 산에 같이 다닐수 있었을텐데..

부럽다.. 아주 많이...

 

정상까지는 힘에 부치고 중간 둘레길을 돌아 아까 안내해 드렸던 하산길을 택해 내려오는데

아차 싶었다

모처럼 운동나오셨으니 조금 둘러 가는 길을 알려드렸는데

이길도 만만치 않은 둔덕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내 기억에 이 길은 거의 평지였었는데..

하산 길 내내 그냥 내 말을 무시하고 계단길로 내려가셨기를 바라면서

혹시나 앞서가신 분들이 모르는 길을 헤매지 않았기를 맘속으로 빌었다.

 

나의 지나친 친절이 그 분들께 폐가 되지 않아야 할텐데..

늘 낯선 사람한테 말 붙이기를 꺼리는 내가 무슨 생각으로 그리 아는 척을 했을까.

에효.. 어설프게 오지랍 넓은 나를 어쩌면 좋을지..

 

그래도 문득 문득 고개들어 바라본 산은 가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