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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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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인?금성인?


BY 시냇물 2011-09-28

 

지난 주의 일이다

작은딸램이 내 속을 아프게 한 일을 했는데 그걸 혼자서

끙끙거리며 삭히려니 적잖이 가슴앓이를 했다

 

만일 남편과 그런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의논할 수 있었다면

이렇듯 혼자 속끓이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하고 또 우울했다

 

애들은 그냥 나의 딸들, 남편의 아들들은 그냥 또 그의 아들로

지내니 어떻게 무슨 일이 생겨도 의논을 할 수 가 없다

 

그게 재혼의 극명한 현실임에도 막상 닥치면

그냥 마음이 쓸쓸해지곤 한다

 

그런 상황에서 남편은 내 이런 속을 알리 없으니

여름에 비가 많이 올 때 안방 외벽에 물이 스민 곳을

찾아 외벽에 장치를 해서 매달려 작업을 했다

 

혼자 그런 일을 할 때면 어김없이 내 도움이 필요한지라

나 역시 곁에서 돕긴 하지만 머릿속 생각은 온통

딸램에게 향해 있었다

 

그래서인지 일이 끝나고 남편이 입었던 작업복을 어디다 벗어

놓았는지를 나는 보지도 못했다

 

다음 날 남편은 아침 일찍 또 일을 시작하려는지

어제 입었던 작업복 남방을 어디 두었냐고 묻는다

 

나는 그 옷을 전날 꺼내 주긴 했지만 벗은 걸 챙기지는

않았던지라 모르겠다고 얘길 하자 안방으로 들어 가더니

장롱속에서 남방을 찾아 입고는

\"당신 치매야? 입었던 걸 왜 장롱에 걸어 놨네\"

하며 옷을 입고 나온다

그 옷을 보니 비슷하긴 하지만 어제 입었던 옷은 아니라고 하니

다시 다용도실로 가서 서랍 속에서 또 다른 남방을 꺼내 입고는

\"당신 치매 맞아 어느새 장롱 속에 넣었구만\"

 

내가 보기엔 그 옷도 전날 입었던 그 남방은 아니길래

그것두 아니라구 나는 그 옷을 어디다 벗어 두었는지

보지도 못했고 만지지도 않았다고 했더니

말꼬리를 잡고 늘어진다며 화를 내고 언성을 높인다

 

정작 화를 낼 사람은 누군데,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아니 내가 아니라고 하면 그런가 부다 하질 않고

도리어 치매,치매하면서 왜 내 말을 안 믿어 줘요\"

하며 내 생각을 말을 했더니 남편은 자꾸 자기를

화나게 한다며 오히려 큰 소리로 나를 잡는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렇잖아도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것 같은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게 큰소리를 내니

어디로 그냥 도망이라도 가고 싶을만큼

나도 기분이 엉망이 되었다

 

그러더니 자기가 생각해도 미안했는지

자기 마음을 차근차근 얘길 하며 내게 들어 보라고 한다

일리는 있지만 맞는 말은 아닌 듯 하여

내 생각도 얘길 했다

 

그렇게 길어질 뻔한 우리의 냉전이 급수습이 되었다 

 

우린 가끔 이렇듯 서로가 다른 별에서 왔다는 걸

잊어 버리곤 충돌을 일으킨다

 

아, 남자와 여자는 영원한 이방인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