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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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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와 친 할머니의 차이


BY 수련 2011-09-06

딸과 사위가 늦은 휴가를 받아 집으로 내려왔다.

4박5일 휴가를 떠나면서 외손자를 봐달라고 눈치를 보며 미안해 했다.

 

가까이 살면 내가 자주 아이를 봐주면 딸이 좀 수월할건데

너무 멀리 사니 딸이 많이 힘들어했다.

 

한번은 젖몸살을 하는지 온몸이 아프다고 하는데

남편을 두고 갈수없어 안타까움에 마음이 아팠다.

 

두어시간 거리만 되어도 당일치기로 자주 오르내리겠건만

천리길이니 어찌...

 

그래도 지 자식이니 알아서 키우겠지, 나는 밭일과 너희 아버지 뒤치닥거리만해도

버겁다며 애써 모른채 했다.

 

아이를 떼놓고 휴가를 가는 딸에게 마음놓고 푹 쉬고 오라고 했다.

두달만에 보는 딸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

\"엄마, 요즘 찬우가 너무 힘들게 해요. 잠시도 가만 안있어서 밥도 제대로 못먹어\"

 

출산 후 살이 빠지지않는것 같아 운동을 하라고 했었는데

언제 살이 빠졌는지 눈이 쑥 들어가 안쓰러웠다.

 

외손자를 사흘째 보고있다.

진짜 힘들다. 일을 하면 했지 아이를 못본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절절이 와닿는다.

밥도 제대로 못먹고 세수도 못하고 양치질만 겨우 하고 지낸다.

오죽 내가 힘들어 보이면 숫제 집안일은 모른채 하는 남편이 서투른 손으로

밥그릇을 싱크대에 갖다준다.

 

10개월째 접어드는 남자아이라 잠시도 가만히 있지않고 쇼파, 탁자, 침대.. 기어올라가고

잠시 한눈팔면 곤두박질하여 울어제낀다.

업고 일을 하려니 허리가 끊어질듯 아프다.

 

자꾸 손주 엉덩이를 때렸다.

\"이놈, 왜이리 설치니. 그러니 너거 옴마가 그리 말랐구나.예키 요놈\"

또 엉덩이를 툭툭 쳤다.

 

친손녀가 어릴때 안사돈이 엉덩이를 잘 때렸다는 말에

속으로 \'아니 애를 때릴일이 무에 있다고..치..\'

했었다.

그저 이쁘고 사랑스럽고 아무리 힘들게 해도 예뻐죽겠는데...

 

이제사 안사돈이 이해가 된다.

 

손자가 당신딸을  힘들게 하니 저절로 엉덩이에 손이 간다는것을...

 

며늘이 힘들어 할때는 말로만 쉬엄쉬엄하라고 하면서

속으론 \'애 키우는게 쉬운줄아냐? 우리도 다 그렇게 너희들 키웠어\' 했는데.

 

입장을 바꾸어봐야 상대방의 심정을 알수 있다.

손녀를 때렸다는 안사돈에게 눈을 흘겼는데 이제 내가 그 자리가 되었으니...

 

내일 딸과 사위가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다.

이틀쉬고 시댁으로 명절지내려 간다는데 집에 있는 동안 쉴수있게 손자를 봐줘야겠다.

 

가스렌지위에 곰거리(소뼈)끓는  냄새가 진동한다.

 

아, 나는 친정엄마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