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아들을 낳았다.
아니 며느리가 낳았는데 같이 만들었으니
맞는 말인것도 같다.
며느리가 손녀를 낳고 3살즈음에 더이상 애를 낳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무심결에 두살터울로 낳아 정신없이 얼른 키우고 너 하고싶은거 하라고 했다.
손녀를 맡기고 휴가를 간다기에 둘째를 만들어오라고 생각없이 말했었고
손녀가 엄마무릎에 뒤로 돌려 앉으면 동생이 생길려나ㅎ했었다.
그런 말들이 며느리에게는 스트레스였나보다.
나는 당연히 아이를 두명은 가질거라고 생각했다.
며늘은 손녀를 키우면서 힘들어했고 한명만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공무원인 아들의 월급으로는 두명을 키울수 없다고 했다.
처음에는 화가났다. 손녀가 외롭잖아.
친구들이 많으니 괜찮아요.
그래도 친구는 친구일 뿐이야. 해가 지면, 또 휴일이면 자기집에 다 가버리지.
아이가 자라면서 형제가 없이 혼자가 되면 너희들도 외출할때 한명보다 두명 두고 나가면
좋잖아. 성인이 되어 집안일로 의논하기도 좋고..
그래도 한 명으로 만족할겁니다.
괘씸했지만 마음을 바꾸었다.
그래 너희들 자식이지 내자식이냐.
나야 너희들보다 일찍 죽을거고 손주들이 적으면 선물값도 절약되고 좋지 뭐.
더이상 미련을 가지지 않았다.
지난 해, 꿈을 꾸었는데 빨간 고추를 한 광주리를 따서 들고오는 것이다.
누가 아기를 가질려나? 딸은 이미 임신중이고 며늘은 안낳는다고 했고.. 에이 개꿈이네.
아들이 전화를 했다. 며늘이 임신을 했다고.
고마웠다. 마음을 바꾸어 둘째를 가져주니 그저 고맙다고..
며늘도 쑥쓰러운지 말을 얼버무렸다.
기도를 했다.
하느님.
며늘이 어려운 결심을 하고 둘째를 가졌으니 이왕이면 예수님 닮은 아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며늘도, 아들도 기뻐하는 마음, 딸만 둘인 사돈마음도 조바심이 생기지 않게
아들이면 두루두루 다 좋겠네요.
4개월이 넘어가면서 딸이라고 했다.
하느님께 머리를 쥐어 박혔다.
그것도 기도라고 하냐? 아들이든 딸이든 그저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라.
히히, 잘못했습니다. 딸도 이쁘고 고맙습니다.
우짜든지 건강하게 태어나게만 해주세요.
7개월이 되면서 초음파를 찍었는데 아들이란다.
아들의 전화를 받고 남편이 큰소리로 웃었다. 그렇게 좋은가??
사실 나는 상관이 없었다. 평소 딸만 한명 더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자매들이 잘 지내는 모습에 혼자인 딸이 외로워 보여 딸을 한명 더 낳을수만 있다면..
쓸데없는 욕심을 부렸었다.
지난 주에 손자를 보러갔다.
며늘은 자꾸 아들을 닮았다고 하는데
꼭 다문 눈매와 얼굴형은 바깥사돈을 많이 닮은 것 같았다.
누굴 닮았든지 간에 손자를 보니 흐뭇했다.
며늘도 아들답게 씩씩하게 키우고 싶다고 했고,아들도 지 아들을 멋지게
키워보고싶다고 한다.
남편은 가부장적인 아버지였다. 아이들과 대화가 없는, 아이들에게는 그저 무서운 아버지다.
아버지는 곧 법이었고, 우리집의 질서였다. 아버지의 뜻을 거스리는건 있을 수 없었다.
남편이 아프면서 아들에게 같이 운동도 하고 이야기를 자꾸 하라고 했더니
어릴때부터 아버지와 스킨쉽도 없었는데 새삼 하려니 이상타라고 했다.
그래, 너는 다른 아버지가 되어봐라.
아들,며늘이 좋아하는 모습과 사돈이 좋아하는 모습이 참 좋다.
손녀가 동생을 보더니 표정이 미묘하다.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싫은 것같기도 하고..
누구라도 동생을 안아주면 우는 표정으로 다 밉단다.
동생을 시샘하는거다.
퇴원해서 손자를 집으로 데리고 온 다음날,
아침 일찍 손녀를 데리고 진해로 왔다.
한달동안 손녀를 봐주기로 했다.
일주일 째. 손녀와 씨름중이다.
일을 하면 했지 아이는 안봐준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절절이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