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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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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


BY *콜라* 2011-07-01

~ 정말 맛있다. 이거 누가 만든 거에요?

 좀 가르쳐 주세요. 네?

 

외부손님을 초청한 교회의 큰 행사에서 30대 엄마들이

민망할 정도로 졸라댔다.

 

출장요리를 시켰으니 야채샐러드가 있으면 좋을 듯 해서

우리나라 봄동 비슷하면서 줄기가 사각거리는 중국 야채 복초이

샐러드를 만들고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씨에

행여 아이들이 감기라도 걸리지 않을까 염려되어

통양파와 말린 송이, 통마늘, 굵은 멸치, 다시마에 대파뿌리를 넣고

진하게 육수를 우려낸 다음 끓인 오뎅 국도 한 들통 가지고 갔다. 

 

대한민국 아줌마라면 자다가 벌떡 일어나도 만들 수 있는

샐러드와 오뎅국에

무슨 비법이 있으랴. 나도 얼렁뚱땅 배운 것이라  

묻지마 샐러드’라 부르는 이 샐러드는

특히 30대 엄마들이 환장하고 덤빈다.

 

아마도 소스가 

식초의 새콤, 벌꿀의 달콤, 그리고 청양고추의 매콤, 양파의 익숙한 향에

부드러운 포도씨유의 깔끔한 맛이 어울려

한국인들의 입맛에 잘 맞는 이유때문인 듯 하다.

 

그날 어른들은 공개적으로

교회 주방장으로 콜라를 임명한다는 공표를 할 지경(?)에 이르게 된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

 

비법이나 특별한 재료가 필요한 것도 아니니

레서피 알려달라는 사람을 만나면 쥐구멍으로 숨고 싶은 소스와

눈감고도 만들어 낼 몇 가지를 두고 어른들이 이처럼 과대평가하는 이유를...

 

그저 재료 챙겨 넣어 푹 끓인 육수에 

뜨거운 물에 데쳐 기름끼 뺀 오뎅넣어 끓이면 끝나는 오뎅국이나

 

오리와 계피, 은행, 상황버섯, 통후추 등등 재료만 꼼꼼이 챙기면

더 이상 내 손길을 필요로 하지 않는 오리약탕은

오직 가스레인지와 솥이 조리를 완성하니

갸들이 칭찬받아 마땅하다.

 

매운고추장 닭불고기도 고추장이 요리사다. 

정말 소인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사옵니다가 정답.

그러나 칭찬은 과분하게 돌아오니 참으로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처음엔 수고로움에 대한 표현이려니 하고 넘기다가

그날은 이 불가사의한 일에 대해 객관적인 확인이 하고 싶어졌다.

남편을 앉혀 놓고 진지하게 물었다.

 

자기! 솔직히 말해 봐~ 정말 맛있어서 맛있다고 하는 걸까. 아니면

다들 공주과로 자란 분들이라 일할 분들이 없어서

팔뚝 굵은 나를 일 시키기 좋으니까 그러시는 걸까? 딱히 특별한 비법도 없고

그냥 대충 쓱쓱 넣고 만드는데…”

 

곰곰이 생각에 잠긴 남편, 씽긋 웃으며 판결을 내리셨다.

 

둘 다 맞는데....... 나는 너가 둘 다 해당없었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맛은 있는 것 맞지만 그렇다고 교회주방에서 설치지 마라는 뜻이다.

어른들의 즐거움을 빼앗는 일 수도 있고

내가 힘들거나 시간 빼앗기는 게 싫은 것이다. 

 

나 답지 않게 선량한 집사님 권사님들의 칭찬까지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유

있다.

 

먼저, 세상에서 가장 쉽다는 김밥!

그것이 내가 가장 만들기 힘들어 하는 요리(?)이기 때문이.

스스로 선천적으로 요리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밥을 조금 많이 넣으면 끝으로 삐질삐질 밥알이랑 속이 튀어나오고

적게 넣으면 중간은 통통한데 양쪽 끝이 말라비틀어진 오이지가 되는 통에

신중을 기해서 밥을 균등하게 펼쳐 흩어지지 않게 누른다음

조심스럽게 김발을 말며 성공이다 싶으면 옆구리가 터져있다.

 

 교민행사일,다섯 개쯤 오이지 김밥을 생산한 다음, 약간 발전한 것이 임산부 김밥.

중앙으로 배가 봉긋하게 솟고 양쪽은 쭉쟁이라

끈으로 묶으면 딱 캔디모양일 때도 

보시던 어른들은 하하호호 웃음으로 넘기셨다. 

 

거 봐~ 아까보다 낫잖아. 양쪽으로 평평하게 전체 모양만 잡아주면 되겠네..

 

의기양양해서 밥의 양을 조금 더 넣어 양쪽으로 펼친 다음

앗싸! 성공 외치며 보란 듯 김발을 풀었다.

김밥 옆구리가 터졌다.

 

괜찮아. 그건 우리가 점심으로 먹으면 되니까 어여 싸봐~

 

김밥장사 망치고 있음에도

그렇게 김밥을 못 싸는 여자가 있다는 게 놀랍고 신기하기만 한

아줌마들의 웃음소리가 행사장을 진동할 뿐

누구도 구박하지 않았다. 이때까지는....

 

이것은 콜라가 이뻐서가 아니었다.

씩씩함이 컨셉인 콜라가 그 쉽고도 쉬운 김밥 앞에서 쩔쩔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은 어른들은

\'아하! 우릴 웃기려고 일부러 망치는 것\'이라는 오해대문이었다.

 

부디 부디 많이 망치라는 덕담도 아끼지 않던 분들이

도무지 변화와 발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서서히 웃음기가 걷혀지며

내 손에서 장갑을 벗기고는 조직 재정비를 하셨다.

 

나가서 손님몰이나 해~

 

결국 나는 호객꾼으로 인사강등 조치되어

좋게 말하면 길거리 프로모션 주자로

김밥 1천 줄을 파는 일에 기여를 하긴 했다.

 

이렇듯 음식이라면 너무나 거리가 멀었고 할 줄 아는 게

김치찌개, 된장찌개, 볶음밥, 카레라이스 등 생명유지형 메뉴였고

남편에게 등 떠밀려 요리학원 다녔던 내가

갑자기 꿈에 현몽한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손끝에서 조미료가 나올 턱도 없는데

넘버1’으로 발탁되어 교회 주방장으로 추대(?)되었으니

스스로도 믿을 수 없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오늘 아침에도 밥을 볶아서 김밥 비슷하게 말아

조카와 남편, 잠시 연수 온 친구 딸에게

순서대로 한 줄씩 통째 먹으라고 재촉했다.

 

우리집 김밥을 먹는 룰은 \'통째\' 먹는데 있다.

왜냐하면 한꺼번에 나란히 놓았을 경우,

어떤 놈은 뚱뚱하고.어떤 놈은 홀쭉하고

 또 어떤 놈은 옆구리로 밥알이 튀어나올테고

.

 

눈치 없는 남편은 다 말은 다음 썰어서 달라고 버틴다.

만약 썰기까지 한다면

속이 쏟아지거나 끝부분을 먹을 때는 몇 개의 밥알만 씹을 사람.....

상상만 해도 그 형태유지에 나는 자신이 없다.

 

일단 제일 만만한 남편을 윽박질렀다.

김밥은 기냥 한 줄씩 썰지 않고 배어 먹으면 더 맛있단 말이야. 얼른 먹어~

누가 김밥 배어먹으면 더 맛있다고 했다고 우격다짐에 가깝지만

맨 윗사람을 잡았더니 애들은 군말없이 한 줄씩 잡고

식탁에 앉아 먹고 있는데 ㅋㅋ 웃음이 난다.

 

짝은엄마! 이렇게 먹으니까 젓가락도 필요없고 설거지 안해도 되고..

좋은데요. 그치 은영아?

 

작은아빠 눈치보면서

작은 엄마의 말에 무게를 실어주려는 조카의 깜찍한 편들기에

남편은 그래!! 그래!! 너도 여자라고 작은엄마 편들어라

눈을 흘기면서도 못생긴 걸 두 줄이나 먹고 출근을 했다.

 

 조만간 당당하게 썰어 데코레이션한 번듯한 김밥을

내 놓으려 다짐하는데 전화가 왔다.

 

\"콜라!! 얼른 나와서 교회 김치 담자. 사람들이 다 집사님 불러다 담으래,.\"

 

아무래도 구멍가게라도 직장을 잡아 출근을 하든

뭔가 일을 벌여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