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일에 제주를 가 17일에 돌아왔다
우리는 제사가 14일인줄 알았는데 가 보니 16일이라기에
14일에 관광을 먼저 하였다
사실 제주에 와서 어머님도 뵙기 전에 관광부터 한다는 게
마음에 걸려 시누한테 전화를 했더니 15일에 뵈러 가자고 하였다
15일 아침이 되니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동생과 우리 부부, 누님을 모시고 요양원에 계신
어머님을 뵈러 갔다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방마다 침대에 눕거나 앉아 있는
환자분들을 볼 때면 마치 영화속의 한 장면인 것만 같다
느릿느릿 움직이거나 표정없는 멍한 얼굴로 낯선 방문객들을
바라보는 그곳 환자분들의 모습에선 생기라곤 전혀 느껴지지가
않기에.
간호사의 안내로 어머님이 계신 병실로 들어서니 어머니 역시
자식들을 보아도 표정에 변화가 없고 몸에 살이라곤 하나 없이
뼈에 가죽만 남아있는 상태이셨다
올해 98세의 연세이니만큼 자식들 입장에선 더 이상 고생하지
않고 자식들 앞에서 돌아가셨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그 역시 우리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니.
어머님이 자꾸만 돌아다니시려고 해 침대에 몸이 묶여 있는 걸
간호사들이 풀고 일으켜 휠체어에 앉혀 손님 맞이 방으로 밀고 갔다
이런 어머님의 모습을 본 남편은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우리가 사 갖고 간 우유를 데워 작은 카스텔라 하나를 우유에 담궈
누님이 한 숟갈 씩 떠드리니 어머니는 마치 아기처럼 오물오물 잘도
받아 드신다
그러다가는 멍한 눈으로 둘레둘레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곤 하신다
자식들이 연신 누군지 알아보겠냐고 물어봐도 대답도 없이
그릇에 담겨 있는 먹을 거에만 관심을 보이신다
한 그릇을 금방 다 드시고는 아기처럼 응응하며 다시 카스텔라를
손짓하신다 누님은 더 이상 드시면 소화를 못 시키신다며 얼른 감췄다
어머님 앞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자식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둘러보시기만 할 뿐 멍한 표정엔 변함이 없어
내 마음도 안타깝기만 하였다
작년에 뵈었을 때는 누군지 그래도 한참을 걸려서라도 얘기는 하셨었는데...
조금 있으니 간병인이 점심 식사를 조금 일찍 하시는 게 좋겠다며
되직하게 쑨 미음과 맑은 국이 쟁반에 담겨 나왔다
이번엔 내가 한 숟가락씩 떠서 입에 넣어 드리니 어찌나
잘 드시던지 수저에 묻은 것까지 쪽쪽 빨아 드시는 모습이
측은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남편 말로는 그렇게 되시긴 전만 해도 어찌나 깔끔하고, 경우가
똑 부러지는 분이 아니셨다는데 이젠 자식도 몰라보고
오로지 본능만 남은 채로 떠 드리는 미음을 마지막 한 숟가락까지
남김없이 싹싹 드시는 걸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였다
만일 평소의 어머니셨다면 이런 모습의 본인을 못 견뎌하셨을 거라는
생각이 드니 치매는 인간의 존엄성마저 무너뜨리는 무서운
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앉아 계시더니 어느새 꼬박꼬박 졸고 계셔서
침대로 모시고, 우리는 자리를 떠났다
남편과 시동생, 누님이 먼저 나가고 맨 마지막으로 내가 손을 잡아
드렸는데 내 손을 꼭 잡고는 놓지 않을 듯 손가락을 꽉 붙들었다
그런 어머니에게 \"다시 올게요!\"라고 하며 잡힌 손을 빼내려니
가슴이 뭉클하며 차마 그 모습을 뵐 수가 없어 얼른 병실을
나왔다
어머니가 말씀은 못 하셔도 내심으론 자식들이 떠나가는 걸
무척이나 안타까워하시는 듯 함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을까?
누가 이런 모습의 노후에서 자유로울 수가 있을까 싶으니
죽는 그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다 가는 것 또한
행복이 아닐런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