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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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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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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BY lala47 2011-06-19

한달만에 일산을 떠나려니 아버지가 많이 서운해 하셨다.

\"내가 생각해보니까 그렇게 먼곳에 네가 혼자 지낸다는게 영 불안하다. 내가 따라가서 너희집을 알아놓는것이

좋을것 같다. 너한테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속수무책이잖니.\"

아직도 무언가 하실수 있다고 믿으시는 아버지...

 

일산을 떠나서 수지로 갔다.

오산에 가는 길에 수지를 경유하라는 며늘아이의 말도 있었지만 윤지가 보고싶기도 했다.

뱃속에 아기의 태명이 \'축복\'이라는 말에 웃었다.

\"엄마 뱃속에 축복이가 있어.\"

\"착한 언니가 될거야?\"
\"엉.\"

건강한 며늘아이는 입덧을 거의 하지 않는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윤지는 오랫만에 만난 할머니 곁을 떠나지 않았다.

또 읽어줘.

동화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주버님 홈페이지에서 아주버님이 두돐쯤 되어 보이는 아들을 안고 있는 사진이 있더래요.\"

큰아들의 소식을 들었다.

둘째 아기를 임신한 소식을 형에게 알려주고 형의 축하도 받았다고 한다.

나는 미국에 손주가 자라고 있는것을 알지 못하는 할머니다.

굳이 그 홈페이지를 알겠다고 하지는 않았다.

다가가는 일은 하지 않기로 한다.

잘 있다니 그것이면 족하다.

자식을 기르다보면 부모의 마음을 알 날이 있겠지...

 

며늘아이와 한정식 집에 가서 맛난 점심을 먹고 다음날은 아들과 어울려 코다리 냉면도 먹었다.

\"엄마 이뻐지셨네.\"

아들의 말에 며늘애가 맞장구를 친다.

\"엄마. 마늘 장아찌 담그었어요? 정말 맛있어. 아직도 작년에 주신거 먹고 있잖아.\"

\"올해는 안했는데.\"
\"지금이라도 하면 안되나?\"
\"글쎄..\"
\"엄마가 마늘장아찌를 안담그기도 하네.\"
\"그러게.\"

 

오산으로 돌아갈 차비를 하는 내게 윤지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할머니 또 올게.\"
\"아냐. 가지마. 가는거 싫어.\"
\"몇 밤만 자고 또 올게.\"
\"지금 있어. 지금 와.\"
지금을 강조한다.

몇번을 주저 앉다가 겨우 윤지를 달래놓고 수지를 떠났다.

 

오산에 돌아오니 닫혀진 집은 불덩이였다.

그동안 봄이 물러가고 여름이 온것이다.

창에 쳐 있는 비닐을 뜯어내고 환기를 시켰다.

\"집 정리만 하시고 다시 오세요.\"
며늘아이의 전화를 받았다.

 

방에 에어콘을 가동해보니 이상이 없었다.

이곳 오산의 작은 공간에서 느끼는 자유로움과 편안함은 내가 누리고 싶은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