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남편이랑 시장엘 갔다.
파릇파릇 봄나물들이 가는곳 마다 발길을 잡는다.
쑥을 한웅큼씩 할머니 두분이 팔고 계신다.
엄마생각나서 한웅큼 샀다.
조금더 올라가니 또 할머니 한분이
싱싱해 보이는 미나리를 파신다.
거머리 없어요? 했더니 없다고 하셨다.
믿고 사왔다.
겉보기엔 없어보여
잎사귀랑 줄기랑 분리하느라
열심히 다듬었다.
아~! 거머리는 없다고 했으니 안심하고
다섯 여섯줄기씩 잡고 뚝뚝~
줄기는 빨갛게 초고추장으로 무쳐서
요즘 입맛없는 우리 가족들에게
상큼한 봄맛을 주려고 한다.
어? 이상하다.
썩은 풀인가?
미나리 썩은게 가끔 보인다.
어라?
움직인거 아냐?
왜 이렇게 시커멓고 반짝 거리지?
하고 들춘순간~!
\"으악~!!!!!!!!!!!!!!!!!\"
들고 있던 미나리를 내동댕이 치고는
샤워하고 있는 남편을 덜덜 떨며 불렀다.
왜?
아~ 왜 그러는데~!
비누칠한 상태니 나와 보지도 못하고
무슨일이냐고 물어보는데 그만 입이 딱 붙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눈은
미나리에 가 있었다.
작은건줄 알았더니
이거이거~~~~
한없이 쭈욱쭉~!
늘어난다.
10센티미터도 더 되는것 같다.
어이구!
내가 꿈틀대는 벌레를
세상에서 젤로 싫어한다.
무섭고 징그러워서다.
아마도 거머리가 그냥
원래 크기대로 가만 있었으면
견딜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놈은 계속 쭈욱쭉!
위협하듯이 몸을 키운다.
난 베란다로 도망가서
남편이 나올때까지 꼼짝을 못했다.
막내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나리에 있는 거머리 어떻게 퇴치 하는 거냐고.
\"언니! 방법없어~ 그냥 갔다버려. 맛있게 먹었다 생각하고\"
\"뭐? 아깝게 그걸 왜 버려?\"
\"큰언니 ~! 거머리 한마리 봤어?
한마리가 눈에 안보이는곳에는 100마리쯤 있다고 보면돼!\"
\"새끼 손톱만한 것부터 눈에 잘 안보이는 것들이 먹으면 혈관을 타고 다닐지도 몰라!\"
\"아유~! 나도 몰라 ~! 알아서해..그냥 갖다버려!\"
으이구~!
도움이 안돼,
미나리 대공 사이에 작은 거머리들이
득시글 거린다고 수선~수선~
데쳐도 미나리 속에서 죽은걸
그냥 먹을거냐고 약올리고
이놈의 동생 얘길 듣고 나니
평생 미나리를 못먹을것 같다.
남편이 드디어 나왔다.
거머리 사건을 얘기 했더니
자긴 거머리가 이세상에서
젤로 무섭고 싫다고 한다.
그래서 어떻게 못하겠다고...
당신이 나보다 나이도 많고
나보다 키도 크고
당신은 남자잖아 하면서
징징 거렸더니
한줄기 한줄기 거머리 눈치보면서
미나리를 다듬는다.
먼저 다듬은 미나리를 데치다가
내손에 거무티티한것이 붙어있는게
살짝 보이는 순간 또
\"으악!\"
하고 비명을 지르고 손을 털었다.
남편도 혼비백산하고^0^
바닥에 떨어진것은 미나리 떡잎^^ㅋㅋ
얌전히 미나리 다듬던 남편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어이쿠!\"
사실 우리남편은 바퀴벌레도 못잡는다.
베란다로 삼십육계 줄행랑을 놓은 나를 보고
어쩔수 없이 거머리가 붙은 미나리를
10원짜리 동전이든
개수대에 집어넣고는 털어댄다.
헉! 거머리가 헤엄을 친다.
10센티미터가 아니다.
뱀이다. 새끼뱀.
20센티는 되는것 같다.
우리 남편 뱀인것 같다고 한다.
뱀은 아닌데~
화장실 변기에 버리던지
바깥에다가 버리던지 하라고 발을 동동 굴렀다.
남편이 화장실 바닥에다가 물을 쏟아놓고는
발로 꾹꾹 밟아 비비는 소리가 들린다.
더 소름이 끼친다.
그냥 변기에 버리래니까 왜 그러냐고 했더니
그럼 앞으로 변기를 못쓴다고^^
변기에 앉을때
거머리가 점프를 할꺼래나 뭐래나...ㅋㅋㅋㅋㅋ
우리 부부 하루라도 웃긴날이 없으면
재미없는 사람들이다.
맨날 맨날 벌어지는 일들이 개그소재다.
어제 그 난리를 치고 다듬어 놓은 미나리를
데쳐서 냉장고에 넣어놓고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동생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왱왱 거리고 있다.
거머리 한마리 보이면
그속엔 100마리가 있다고 생각해!
정나미가 떨어져서 뭘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놀라 거머리와 관계된 사진을
못찍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