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마음, 남자의 마음
인간이 자연의 이치에 합일하여 완성에 이르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운을 잘 다스려 중용을 이루어야 합니다. 인간은 남자와 여자로 구분되지만 기운으로는 남성과 여성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다만 어느 것이 드러나 있느냐에 따라 현재 남자 또는 여자로 달리 나타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이 스스로의 기운을 조화롭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남자라고 해서 남성 기운만 고집해서도 안 되고, 또 여자라고 여성 기운만 고집해서도 안 됩니다. 남성 기운과 여성 기운을 남녀 특성에 맞게 적절히 조화시켜야만 중용에 이를 수 있습니다.
남자 속에는 여성이 둘이 들어 있고, 여자 속에는 남성이 둘이 들어 있습니다. 최근 심리학에서 말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란, 남성과 여성은 서로 친밀해서 가까워지려고 하지만, 깊숙한 무의식 속에는 남자는 여자 기피증, 여자는 남자 기피증이 있다는 뜻입니다.
남자는 처음에는 양성 기운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보통 앞뒤를 잘 살피지 않고 먼저 행동합니다. 그래서 남자는 일단 하고 보자는 식으로 쉽게 나아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달리 말해서 기분에 의해 많이 좌우되는 편입니다. 그래서 남자는 사업을 할 때도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쉽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또 낙관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두려움을 느끼지도 않습니다.
남자는 자신이 가진 남성 기운을 충분히 쓸 줄 알아야 합니다. 혹시 실패할까 봐, 혹시 손해볼까 봐, 근심이 앞서서 시작을 못하는 사람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은 결코 발전이 없습니다. 남자는 행동을 통해서 노하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성 기운은 자신의 반경을 넘어 넓게 퍼져 나갈 수 있습니다. 남자는 비록 자신이 손해보더라도, 자기 일이 아니라 남의 일일지라도 성실하게 해줄 수 있습니다. 남자가 자기보다 조직을 먼저 생각하고 국가관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남자의 양성 기운 때문입니다. 남자는 자기의 기운이 쓰여져 나간 그 반경 안에 자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남자는 여자를 대할 때 매우 친절하게 대합니다. 커피도 사주려고 하고 여자에게 어려움이 있으면 해결해 주려고도 합니다. 그것은 양성 기운은 자신의 이득을 따지지 않고 자신을 넘어 쉽게 나갈 수 있으므로 쉽게 여성을 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양성 에너지를 다 쓰고 나면 이제 남자 내면에 존재하였던 음성 기운이 작용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자기가 양성 에너지를 써서 획득한 것들은 모두 자기 것이라고 여기게 됩니다. 사업해서 번 돈은 모두 자기 것이고, 자신이 취한 여자는 모두 자기 여자라고 믿습니다. 그 대상 속에 자신이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대할 때도 남자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여자에게 친절하게 대했던 남자가 갑자기 무관심해지고, 계속 사귀어 봐야 별 득이 없다고 생각되면 모른 척하거나 냉정하게 절교할 수 있습니다.
여자는 음성 기운이 먼저 작용하기 때문에 주변을 흡수하여 자기 세계를 먼저 구축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여자는 유혹을 합니다. 흔히 남녀의 결혼이 가능해지는 것은 여자가 승인하기 때문입니다. 여자가 본인이 싫으면 꺾을 수 없는 것이 여자의 마음입니다.
여자는 무슨 일을 할 때는 양성 에너지처럼 쉽게 나아가지 못하여 두려움에 주저하나, 정말 어렵고 힘든 상황이 닥치면 오히려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남자의 양성 에너지는 처음은 강하나 그만큼 쉽게 시들해지는 속성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기분으로 쉽게 나서나 나중에는 꽁무니를 빼는 것이 남자입니다. 하지만 여자는 처음에는 주저하지만 일단 시작한 후 음성 에너지가 작용하면 포기하지 않는 것이 여자입니다. 음성 에너지는 어떡하든지 자기 세계를 지켜내려고 하기 때문에 여자는 아무리 힘들어도 이를 악물고 참아낼 수 있습니다.
일단 여자가 자기 세계를 구축하면 그때부터는 양성 에너지가 작용하게 됩니다. 자기 세계가 구축되기 전에는 주변을 자기에게 끌어들이기 위해서 매력을 유지하려고 하였으나, 여자는 자기 세계가 구축되면 그 세계를 지배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자기 의도에 맞지 않는 것은 강제로라도 맞추게 하려고 들들 볶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바가지를 긁는 것입니다.
한 가정이 깨어졌다면 원인은 남자가 제공하였지만 깨뜨리는 것은 여자입니다. 남자는 연애할 때는 양성 에너지로 하지만, 일단 결혼하여 가정을 구축하게 되면 음성 에너지로 끝까지 지키려 하는 것이 또 남자입니다. 그래서 남자는 바람을 피우더라도 가정을 깰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만약 부인이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둔다면 남자는 절대 먼저 가정을 깨뜨리지 않습니다. 가정이 깨질 상황이어도 남자는 앞뒤를 잘 따져 가정이 깨어지는 것이 손해임을 알아 가능한 한 막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여자는 양성 에너지가 작용하기 때문에 남편의 행위를 이해하며 묵과하기보다는 맞부딪쳐 막으려 하고,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앞뒤를 가릴 것 없이 파산을 결행할 수 있습니다.
남녀 모두가 조화로운 삶을 영위하려면 음성 기운과 양성 기운을 적절히 조화하여 쓸 줄 알아야 합니다. 어떤 남자는 누구보다도 바쁘게 열심히 생활하지만 결실이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자신이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였다는 것에 만족을 느낄는지는 모르나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 사람은 음성 기운 없이 양성 기운으로만 움직였기 때문에 소득이 없는 것입니다. ‘이 일을 하면 이만큼의 수익이 생기겠다.’ 하는 계산이 없이, 조금 기다리면 모든 것이 잘 될 수 있는 상황이 오는데 그것을 참지 못하고, 막연하고 성급하게 움직였기 때문에 노력에 비해 얻은 성과가 없는 사람입니다.
남자는 음성 기운을 두 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양성 기운으로 행위하기에 앞서 음성 기운을 먼저 사용하여 깊이 통찰하여 눈앞에 보이는 세계를 넘어 미래의 결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용을 갖춘 남자는 명확한 승산을 보고 치밀한 계획과 준비를 갖춘 다음, 때가 오면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루어낼 수 있습니다. 그는 노력의 낭비가 없으며, 반드시 필요한 때 반드시 필요한 일을 하기 때문에 가장 경제적인 사람입니다. 그 작용은 범인의 눈으로 보아 신묘하고 조화로워 귀신같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영웅이라고 합니다.
여자의 음성 기운은 자기 손길이 닿아 구축된 자기 세계 반경의 범위에만 통상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여자는 자기 자신, 남편, 자식만 생각하며 그 이상의 국가, 사회, 정의라는 추상적 개념은 거의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선거를 하면 여자들은 후보들이 주장하는 정치노선이나 정책을 면밀히 분석하여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분에 맞느냐 안 맞느냐에 따라 지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은 음성 에너지 자체가 넓게 나아가지 못하고 자기 중심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여자는 남성 기운을 안으로 두 개 가지고 있으므로 음성 기운을 사용함에 있어 남성 기운에 의해 그 반경을 넓게 퍼져 나가게 할 수 있습니다. 나이팅게일, 테레사 수녀, 헬렌 켈러 등 보통 인류가 기억하는 훌륭한 여성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위대한 음성 에너지를 자기 반경에 국한시키지 않고 인류와 세계를 품었던 여성들입니다. 사랑과 봉사, 희생으로 상징되는 위대한 어머니의 모습이 중용을 갖춘 여성의 모습입니다.
어머니는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고 포용합니다. 자식이 아무리 악인이라고 할지라도 어머니는 용서할 수 있습니다. 비록 아버지는 부자의 의를 끊고 감옥에 간 아들을 한 번도 찾아가지 않을 수 있으나, 따뜻한 음식과 옷가지를 준비해서 찾아가는 것이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이러한 위대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세계를, 인류를 품으면 그것이 곧 성인입니다.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양성 기운의 활동을 통하여 생겨난 피로를 여자의 음성 기운 안에서 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성은 어머니 품안에서 편안히 쉴 수 있습니다. 독수리가 하루 종일 하늘을 씩씩하게 날아다녀도 밤이 되면 땅에 내려와 쉬어야 합니다. 위대한 음성 에너지란 바로 어머니의 품과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남자지만,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자라고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대지에 비유됩니다. 마치 대지가 아무리 강한 햇빛이 내리 쬐고, 비가 오고, 폭풍이 몰아쳐도 말없이 받아들인 다음, 정화된 자기 기운을 다시 대지 밖으로 조용히 뿜어내어 만물을 기르는 것과 같습니다.
씨앗이 싹이 트기 위해서는 땅의 기운이 있어야 합니다. 5, 6월의 태양이 더 뜨거운데도 우리가 7, 8월이 더 뜨겁게 느껴지는 것은 땅이 5, 6월에 받아들인 햇빛을 7, 8월에 지열로 품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씨앗이 싹이 트는 데 햇빛이 필요하다고 태양 앞에 던져놓으면 말라죽게 됩니다. 씨앗은 땅에서 내뿜는 지열에 의해 싹이 트는 것입니다.
빗물은 일시적으로 만물을 적실 수는 있지만 꾸준히 수분을 공급해주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땅은 비가 올 때 말없이 받아들였다가, 비가 그치고 햇빛이 날 때도 꾸준히 수분을 뿜어내어 만물을 기릅니다. 그 작용은 조용하고 드러나지 않지만 만물에 고루 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이것을 ‘음덕’이라고 했습니다.
여자는 음덕을 갖추어야 합니다. 음덕을 갖추려면 양성 기운에 의해 넓게 퍼져 나간 세계를 음성 기운으로 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동양의 윤리관은 여성의 순종과 인내, 희생과 절개를 무척 강조하였습니다. 이것은 여성을 속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위대한 어머니의 힘을 갖추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