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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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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년 전 편지


BY 그대향기 2010-10-28

 

 

사랑스런 둘째딸 00야~!

지금이 새벽 2시 50분이구나.

요즘 계속되는 불면증이 너로 인한 극심한 상심때문에 한 동안 이어질 것 같구나.

맑고 청순하기만 했던 네가 요사이 사춘기의 절정에라도 도달해 보려는듯이

다소 과격한 언행이 많이 발생되고 있구나.

그로인해 아빠나 다른 가족들에게 적지 않은 걱정거리가 되고 있단다.

엄마나 아빠도 사춘기라는걸 거쳐왔고 너만한 중학시절도 보냈기에

충분히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영리하고 명랑한 00가 요즘은 조금 걱정이 된단다.

 

성경말씀에

\'노하기를 더디하면 장수보다 낫고

자기자신을 다스릴줄 아는 자는 성을 빼앗는 것 보다 낫다\' 고 했다.

모든 일에는 앞과 뒤가 있고

시작해야 할 때가 있고

끝내야 할 때가 있단다.

 

00야.

지금은 너 자신의 속, 그러니까 내적인 성숙을 다져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란다.

학습적인 성취도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는 것은 사람과 사람과의 유대관계

즉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이란다.

많은 독서량을 자랑하는 00가 이런 말은 충분히 이해하리라 믿는다.

네가 보기에 얼마만큼의 존경도가 매겨질지는 모르겠다만

너희 삼남매를 위해서 성실히 살아가는 엄마아빠라고 자부할 수 있단다.

 

사회적인 출세도 중요하겠지만 주변에서 인간적인 인정을 받는게 출세보다도

더 비중이 크다는 것을 좀 더 어른에 가까우면 깨닫게 될거야.

신뢰받는 사람이 된다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말이야.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진리를 터득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지만 00야~!

아빠와의 대화나 언니, 남동생 그리고 반 친구들하고의 평소 언행에 지금보다

신중한 언어선택이 요구된다고 봐.

지금부터 조심하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는데

많은 불이익이 초래될 수도 있단다.

한템포씩만 늦게 내 뱉고 한번씩만 더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도록 노력해 보면 좋겠구나.

 

그렇다고 느려터지라는건 아니야.

생각의 신중...행동의 신중을 강조하는 것이란다.

성급함은 결코 자랑이나 장점이 될 수는 없어.

너 자신은 오직 너만이 경영 할 수 있다.

너를 경영함에 있어 주체가 너 자신이 되어야지 타인의 간섭이나 다른 어떤것이

주체가 되면 안되겠지?

부끄러울 것이 없는 경영, 후회가 적은 경영, 최선을 다하는 경영

타인 앞에서 너 자신을 상품이라 생각하고 내 세울 때 흠이나 티가 없는 최상품이 되도록

세밀한 부분에까지 노력을 아끼지 않도록....

 

겉이나 속이 다 최상품이 되도록 너를 채찍질하고 가다듬고

너의 꿈을 향해 너를  기다리는 세상을 향해

충분한 자양분을 마음껏 먹고 마시도록...생각를 키우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시선을 넓히고..

00 야.

생각의 각도만 살짝 바꾸면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세상인지 너 아니?

무한하지는 않지만 유한성의 그 숨막히는 매력 때문에라도 우리는 아주아주 열심히 살아야겠지?

우리 즐겁게 살도록 노력하자꾸나.

사춘기는 널 키울것이고 그 시기를 잘 앓고나면 넌 훌쩍 자라 있을거야.

 

네 마음 너도 모르게 넘쳐나는 그 에너지를 지혜롭게 다스리도록.

늦은 가을이구나.

더 많은 독서를 하면서 들떠는 마음을 다독이고

너의 중학교 바로 옆에 있는 화왕산이라도 주말에 친구들과 오르면 어떨런지...

맑은 공기는 너를 진정시켜 줄 것이고

정상에 오르고나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성취감도 얻을거야.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한 건강한 사춘기를 선물받을걸??ㅎㅎ

 

내일은 또 다른 새로운 태양이 뜰거야.

언제나 긍정적인 생각의 통로를 활짝 열고 화이팅~~

시간이 많이 늦었구나.

이 밤도 넌 심한 몸부림을 치면서 곤히 잠들어 있구나.ㅎㅎㅎ

엄마도 그만 자야겠다.

오늘 밤에는 엄마도 가볍게 잠이 잘 왔으면 좋겠구나.

 

이쁜 꿈 꾸고 널 많이 사랑하는 엄마가.

2003년 11월 22일 새벽 3시 15분에 둘째한테.

 

 

*이 편지는 둘째가 한창 사춘기를 지날 무렵에  전한 편지다.

  오늘 비워 둔 둘째 방을 청소하다가 둘째의 책상 서랍에 간직되어 있던

  이 편지 글을 읽으니 새삼스러웠다.

  유난히 사춘기를 심하게 앓던 둘째였다.

  지금은 어학 연수를 마치고 서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복학을 준비중이지만

  한창 사춘기가 진행중이던 중학생 시절에는 가족들을 힘들게 만들었던 둘째.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둘째는 심한 사춘기와 고교생활 또한 유별나게 힘들긴 했지만

  지금은 사고의 폭도 많이 넓어져 있는 듯도 했다.

  긍정적인 생활방식도 눈에 띄게 늘었고...

  무엇보다도 자립심이  강한 둘째로 자라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