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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동반자들 1-불협화음편


BY 밀양에서 온 순복이 2010-10-19

퇴근길...

걷기에는 썩 좋은 산책로는 아니지만 직장생활의 고단함에  몸도 맘도 무거워

자동차 매연 마셔가며 고가도  두개를 걸어 걸었다.

단순 부품조립일 이라도 좋으니 내 일만 가진다면 더 바랄것이 없었는데

나이 삼십중반에 재취업을 하고 후반인 지금 대리라는 직함까지 얻었는데도 이놈의 직장생활이라는게

점점 더 바라는것은 많고 남들보다 도태되지는 않을까 늘 좌불안석이다. 쩝~

 

다리 두개를 걸어오니 금방 구두 안 발이 아프다며 엄살이고 머리칼이 바람에 날리니 앞을 가린다며

눈이 머리칼을 째려본다. 너무 비협조적인 나의 동반자들...

 

배는 또 허기진 허연 이빨을 더러내며 길옆 포장마차 떡볶이,리어카에 발갛게 익어가는

홍시,빠리바게트의 슈크림빵을 사먹는게 어떻냐며 슬쩍 충동질이다. 

하긴 열두시에 점심으로 가정식 백반으로 떼우고는 고된 노동에 부장님 눈치보는데

에너지를 무지 소비한 탓에 나도 입이 궁금한 찰나였다.

그런 나는 기다렸다는 듯  팔랑귀가 되어 배의 말에 반색을 하고 만원이라는 거금을 냉큼 지불했다.

 

집에서 홍시 3개와 슈크림빵을 서너개 후딱  먹어치운 배는 좋아라 하며 쇼파에 푹 퍼졌다.

아니 아예 아무 생각이 없다.

내 동반자중 제일 눈치가 없구 참을성이 없다.씍쒹 숨을 쉴때마다  배꼽이 보였다 말았다..정말이지 비호감이다.

 

발을 아직 아픈지 발가락이 화끈거린다며 말없이 찬물에 발을 담근다. 외반족이라 매일 구두신기가

너무 힘들었으리라. 작은 장애를 가진 못생긴 발이지만 내동반자중에서는 제일 고생을 많이 해서 늘 마음이 간다.

그런데 이건 또뭐야...

 

늘 감성이 풍부한 눈과 마음, 남들보다 두배로 느낀다는 건 남들보다 두배로 살기도 힘들다는 건 아닐런지...

26층 타워형 아파트에서 보는  어둠, 적막감, 나는 오늘도 왜그렇게 무능했을까 하는  자괴감에

끝내 눈과 마음은 눈물을 쏟고 만다.

다들 왜이러니...!

 

그러자 그때까지 묵묵히 있던 손이 나섰다.

컴퓨터를 켜고 열손가락을 키보드위에 올리더니 싸이월드 미니홈피 이집저집을 찾아 다닌다.

윤희네.지원이네.수옥이네..한참을 시간가는줄 모르고 마실을 다니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눈과 마음이

깔깔깔 좋아라 한다. 언제 철이 들려나 나의 동반자들은...

 

불을꺼고 모두 한이부자리에 누웠다. 마치 아무일 없었다는 듯 말간 얼굴로 내일 또  출근해야하니까...

눕자말자 발은 금새 곯아 떨어졌다. 코가 발한테서 지독한 냄새 난다며 \'어이쿠\' 코를 감싸쥔다.  되려

모두 코에게 눈치를 준다.

찔끔-~

얼마나 쫓아다니고 고단했으면 아까 씻는다고 씻었는데도 발의 냄새가 가시질 않을까?

맘이 싸~하다.불쌍한 발...

 

마지막으로 마음이  모두에게  푸념처럼 속삭인다.

이렇게도 살아보고 저렇게도 살아보고, 아무리 살아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모두 다 \'끄덕끄덕\'

 

 잘자요.나의 예쁜 동반자들 코~Z Z 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