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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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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새롭게 사는 인생


BY 그대향기 2010-10-19

 

 

 

사람의 생명은 그 누구도 장담을 못하는 법.

언제 어느 시에 어디서 어떤 일을 당할지 아무리 현명한 사람일지라도 모르는 일.

하물며 늘 바쁘게 동동거려야 하고 우리 일보다는 업무상이나 할머니들을 우선적으로

돌봐 드려야하는 공적인 사람인 우리가 한가하게 우리의 미래를 알아내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작은 소홀함 하나라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걸 목숨걸고 알아낸 어제는

등골에 식은 땀이 흐르도록 너무도 섬뜩한 하루였다.

 

지난 주 목요일에 업무상 부산에 출장을 갔었다.

1톤 트럭에 짐을 가득 싣고 간  출장 길에서 트럭 바퀴에 바람이 좀 빠져 있는 듯 보였고

승차감이 좀 떨어지는 듯도 했다.

\"짐차 바퀴가 좀 낡아보이는데 갈아야겠네~~\"

남편이 낡은 바퀼 보고 한마디했고 나도 더 낡아지기 전에 갈아야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부산 시내를 한바퀴 도는 출장이어서 그럭저럭 일은 잘 보았고

싣고 갔던 짐들도 다 내려주고 잘 돌아왔다.

 

오늘부터 800명 2박3일 수련회가 있어서 어제 새벽에 마산 새벽시장을 가기 위해

집에서 나와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을 때 지난 주 보았던 낡은 바퀴가 생각나서 내가

\"트럭 바퀴 갈았어요?\"

남편한테 물으니 아직...이라고 했다.

\"어째 트럭이 좀 흔들흔들거리는 듯 하고 소리도 덜덜거리지 않아?\"

난 차만 타면 자는멀미를 하는데 그 날은 웬지 불안하고 승차감마져 불쾌했다.

남편은 운전을 참 잘하는 사람이라 차만 타면 안심하고 잠을 자는 내가

그날은 어째 기분이 조급증이 나는게 이상했다.

톨게이트를 지나서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한지 5 분쯤???

남편도 차에서 소리가 좀 난다는 내 말에 그런것 같다고 하는 순간.....

 

드르르르륵~~~~~~~~~~~~~

털털털털~~~~~~~~~~~~~~~

다다다다다다다닥~~~~~~~~~~

 

무시무시한 굉음과 함께 갑자기 차가 심하게 흔들렸고

정신이 아득~~해 졌다.

순간 남편은 긴장했고 난 안전띠를 꽉 잡고 앞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 아찔한 순간에도 비상등에 손을 대는걸 잊지 않았고

아~~~

이대로 고속도로에서 중앙분리대를 박던가 앞차와 충돌해서 죽는구나.....

이게 차사고라는거구나.....

이렇게 가는구나..............

우리애들은???

우리애들한테 작별인사도 못했는데......

어제 큰딸하고 둘째 막내까지 다 만나본게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이구나......

그래도 남편이랑 같이 갈 수 있어서 행복하네........

 

수도 없이 많은 생각들이 그 짧은 순간에 내 머리를 스쳤고

우리 차가  꽝~~~하고 터지던가 어디로 곤두박질 하는 순간을 기다렸다.

조용히 눈을 감을까?

남편의 손을 잡을까?

아니면 끌어 안을까?

무시무시한 굉음을 듣고 난 우리 부부는 차의 핸들을 붙잡은 채로 다음 순간이 두려웠다.

소리가 나는 순간 남편은 내 가슴께를 뒤로 누르며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고

꽉 잡고 있어~~!!!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잡고 있으면 뭐가 달라지는지??.....

 

과연 우리의 마지막은 여기가 끝인가?

그런데...........

그런데 차는 멈추질 않았고 소리만 요란한게 아닌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면서 가만가만 갓길로 차를 세우고 바퀴들을 보는데 아~~~~

감사합니다.

앞바퀴가 터진게 아니라 뒷바퀴가 파열되면서 고무가 차체를 마구 두들겼고

너덜너덜해진 바퀴고무가 마치 지옥에서 올라 온 마귀손처럼 풀~풀~열을 내며 너풀거렸다.

고속주행이었기에 그 마찰열도 대단했고 힘도 엄청났다.

뒷바퀴부분의 보호대가 심하게 다 우그러들었고 바퀴의 고무는  완전히 다 벗겨져서

얇은 튜브부분만 겨우 남아있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우린 둘 다 지켜주심에 감사했고 너무 놀란 가슴이 쉬 진정이 되질 않았다.

장거리 주행 전에 꼭 갈았어야 했던 낡은 바퀴가 뒷바퀴였으니 망정이지 만약에 앞바퀴였더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고속도로에서 가끔 바퀴파열의 잔해가 검게 나뒹굴 때 참 조심 좀 하지..그러고 봤었는데

그 당사자가 되고보니 사람 일이란게 한치 앞도 모른다는  느낌이었다.

조심해야지..하면서도 뭐 괜찮겠지..하는 안일함 때문에 큰 사고로 이어진다.

정비불량.

순전히 이번 사건은 인재다.

우리 불찰이 가장 크다.

갈아야 한다고 했을 때 그 당장 갈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건데

아깝다고 조그만 더 조금만 더 타고 하다가 그만...

만약에 말이지 앞바퀴라도 터졌더라면 어쩔 뻔 했던가?

고속으로 달리던 차였으니 방향이 급회전되면서 어디로든 박았거나 다른 차가 와서 박았겠지....

 

그 사고로 우리 부부가 다 죽었더라면 아이들은 어땠을까?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너무 슬프고 두렵겠지만 우리 부부 앞으로 들어 놓은 생명보험금이 좀 있으니까

아이들 공부는 겨우 마칠거고 그럭저럭 살아는 가겠지?

엄마아빠가 좀 보고는 싶겠지만 말이야.

그런데 만약에 죽지는 않고 중상으로 식물인간이라도 되어서 살아남는다면?

평생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해서 말이 부모지 아이들한테 짐덩어리로 남는다면?

안하고 싶다.

아이들한테 그런 부모로 살아남고 싶지 않다.

누구는 그런 부모로 남고 싶어서 남겠냐만 난..나는 진심으로 안 그러고 싶다.

 

어제가 내가 덤으로 다시 살아가는 날이다.

그 길로 아주 아주 아이들 곁이나 내 사랑하는 모든 것들로 부터 이별이었더라면

오늘 이 글은 적지 못했을거고 이 작은 행복은 없었을 것이었다.

아직은 내가 이 세상에서 해야 할 몫이 남았나보다.

하나님께서는 이 부족한 사람을 아직은 이 세상에 더 쓸모있어 남겨두시려 하시나 보다.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는지?

오늘 800명 분의 밥을 해 대면서도 연신 싱글벙글~

고등어 다섯상자에 조기 1000 마리 손질로  밤 11시까지 해야했던 준비작업으로

행사하기도 전에 지칠만큼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저 감사~~~

살아남아 내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다시 만나게 하심에 그저 행복하고 감사~

 

타이어 파열 후 정신이 좀 든 다음 그 길로 엉금엉금 기다시피 고속도로에서 내려와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타이어집마다 문을 두들겨 교환을 요구했지만 시골이라 맞는 바퀴가 다 없었고

30 여분을 찾아 낸 결과 어느 집에서 4개를 다 갈고 2개는 없어서 다른 집에서 갈았다.

원래는 예비 타이어로 교환을 하고 시장을 보려고 했는데

그 예비타이어마져 너무 낡아서 바람이 안 들어갔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뒷타이어파열로 트럭의 나머지 다른 타이어를 몽땅 다 갈아버렸다.

그런 다음 갈 때는 국도를 조심조심 달렸고 돌아 올 때는 고속도로를 달려서 돌아왔다.

타이어를 갈고나니 이렇게나 조용하고 승차감도 좋은걸 가지고....

거금 몇십만원은 들어갔지만 그깟 몇십만원이 우리 목숨과 바꿀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