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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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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도전


BY 시냇물 2010-09-12

 

72세 할머니의 행복

 

무얼까 궁금하여 열심히 TV를 시청하였다

이름하여 이제 글자를 익히느라 매일 일기를 써가는 재미로

사는 할머니 이야기였다

 

어려서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린 동생을 돌보느라

학교갈 기회를 놓치고 나니 영 배움의 기회를 잃고 말았던

할머니는 자식들 다 키워놓고 뒤늦게 글자를 배울 기회를 갖고 계셨다

 

또래의 할머니들이 모여 글도 배우고, 서로 친목도 도모하는 걸 보노라니

귀엽다 해야할까,

받아쓰기를 하는데 대놓고 옆사람 공책을 보여 달래는데 보고 써도

제대로 못 써서 틀리고 만 할머니도 있고 분위기는 화기애매 그 자체였다

 

집에는 치매기가 있는 84세의 남편이 있는데 꾸준히 배우는 걸

마다하지 않으신다

집에 돌아와서는 그날 하루의 일을 공책에 또박또박 일기를 쓰시는데

정성 들여 쓰는 글자도 반듯하지만 솔직하게 쓰는 글들이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빵 터지게 하는 유머 감각이 있으시다

 

그리하여 지역신문에까지 할머니가 쓴 일기가 실려 그동안

많은 팬도 확보를 하셨다

 

비록 아직 받침이 틀린 글자가 있지만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데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공감이 간다

 

냉장고에 들어있는 양념병마다 이름을 써서 붙였는데

간장이라는 글자가 생각이 안 나서 그냥 \'짜\'라고 써놓은 부분에서

할머니의 재치가 넘쳐 웃음이 빵 터졌다

그리고 이제는 숫자를 아니 물가 오르는 것도 알 수 있고

자식들 월급은 안 오르는데 물건값은 우라지게 오른다는 표현에서도

할머니의 솔직한 성격이 느껴져 웃음이 나왔다

 

게다가 할아버지가 할머니가 조금만 늦게 들어와도 난리를 치면

자기는 젊었을 때 오입질 하느라고 열흘도 넘게 집에 안 들어오더니

약이 올라서 속으로 욕했다는 대목에서도 듣는 사람을 웃음짓게 만들었다

 

그 할머니의 이야기를 보노라니 예전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생각났다

시어머니 역시 글자를 뒤늦게 깨우치셨는데 떠듬떠듬 숫자를 읽으시면서

혼자 흐뭇해 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공책에 전화번호를 적을 때 글자를 잘 모르면

그림으로 그려서 나름대로 구분을 해놓은 걸 보고

감탄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예를들면 까만 개가 있는 친구집은 그림으로 까만 개를 그려놓고

가스집은 가스통에 불을 그려놓고, TV고치는 집은 TV를 그려

누가 봐도 얼른 알 수 있도록 지혜를 보이셨다

 

그걸 보면서 아마 공부를 했으면 누구 못지않게 잘 하셨을거라

격려를 아끼지 않았었다

 

지식은 없어도 살아오면서 터득한 지혜야말로 진정한

우리네 삶의 활력소가 아닐런지 싶다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노익장을 과시하는

할머니를 보면서 나 역시 무엇이든 쉽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도전하는 아름다운 할머니가 될 것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