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수요일 어머님이 넘어지시면서 대퇴부골절을 당하셨다.
그때 나는 집에 없었다.
근 한달만에 친정아버지를 뵈러 갔기 때문이다.
남편으로부터 빨리 집으로 와 달라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지하철 안이었다.
집이 있는 마두역까지 30분을 가야했는데 지하철 안에서도 동동동 뛰는 기분이었다.
하필 친정 다녀오는 길이라 그런지 마음은 더 무거웠다.
어머님은 수술을 하셨다.
그리고 열흘 정도 입원하시고 지난 토요일 퇴원을 하셨다.
수술은 다행히 잘 되었다.
조금씩 움직이셔야 한다는 의사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휠체어에 오르내리시는 정도의 거동은 하신다.
다행히 식사도 식탁에서 하실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변기에 앉으시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당연히 대소변을 받아내야 한다.
어머님이 넘어지신 것은 사실 두번째다.
올 초 따님댁에 갔다가 넘어지셔서 어깨 뒤쪽이 부러졌는데 그때는 아예 침대생활만 가능했었다.
식사도 배변도 모두 침대에서 해결해야 했던 것이다.
그때 어머님의 배변은 남편이 거의 도맡아 돌봐드렸었다.
최근 남편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결코 다행 아닌 일이 상황에 따라 잠시 다행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번엔 남편도 많이 지친 모습이다.
내가 나서서 돌봐드려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되었다.
어제부터 대소변 받는 것을 내가 했다.
다 도맡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편이 바깥에 나갈 여유를 낼 정도는 되었다.
대소변 받아내는 일.
나의 일이 되기 전 상상해 보았다.
닥치면 해야지 생각했지만 비위 약한 내가 과연 해낼까 의심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하고 있다.
냄새나지만, 조금씩 구역질 나지만 어머님 앞에서 찌푸리지 않고 밝은 모습으로 해내고 있다.
생각 이상으로 예쁘게 돌봐드린다. 어머님의 미안해 하시는 모습이 오히려 힘들고 죄송하다.
이제 시작이라 앞으로 지치기도 하겠지만 잘해나가리라 다짐한다.
이런 상상도 한다.
나는 지금 드라마를 찍고 있다. 내가 주인공이다.
카메라가 돌아간다.
착한 여주인공 역할을 하는데 표정관리를 잘해야 한다.
이런 상상하면 우습게도 재미도 난다.
피할 수 없으면 차라리 즐기랬지.
근데 너무너무 신기한 것이 울 어머님 똥은 크게 더럽지도 냄새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닥 예쁘진 않지만,,,,
울 아들은 할머니똥 냄새 심하다고 하는데.
내겐 그렇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항암 잘 마치고 잠시 쉬시며 방사선 치료를 하시던 아버지가 월요일 검사하시고 결과가 나왔다.
암이 다시 퍼지고 있단다.
다시 먹먹한 가슴.
아무 것도 못 드신다는 기운없는 아버지의 음성이 나를 슬프게 한다.
그래서 다시 항암치료에 들어가셨다.
아버지, 제가 착하게 살겠으니 혹여 제게 내려질 복 있으면 그거 다 아버지가 가져가셔서 고통없이 지내시길 바래요.
간절히 바래요. 사랑해요. 내 아버지.
옆에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아버지를 돌봐드리는 내 예쁜 엄마도 지치지 말고 힘내세요.
저는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합니다.
두분 위하는 마음으로요.
**얼마간은 정신이 없을 것 같아요. 울 어머님 일어나셔서 화장실만 가셔도 괜찮아질거예요.**
**콜라님, 한국오시면 꼭 연락주시구요. 혹시나 해서 이메일도 남깁니다. gemma1205@hanmail.net 필요하심 언제라도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