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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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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요양원에 가세요 (6)


BY 오월 2010-07-21

내가 어머님께 받은 유산

그 최고는 아마 남편일 것이다

어쩌면 비정 하기까지 했던 부모님께 버려지다 시피

했던 남편이 자신의 직계 가족을 끔찍하게 챙기는 것을 보면

난 마음이 아프다.

라면 박스에 옷 한 상자 씩을 넣어 시작한 신접살림

그리고 힘겹게 이뤄온 오늘

내가 반듯한 사각 상자를 짜고 들어 앉은 여자라면 남편은

더 정교한 틀안에 들어 앉은 남자다.

술을 먹지 못하는 남편은 극과 극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내가 하는 일에 전폭적인 지지자 이면서 백만스물하나를

지칠줄 모르고 외치는 울트라 슈퍼우먼이길 바라는 남자다.

 

자신이 안 돼는 일이 없고 절망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기에

늘 존경받는 남편이지만 그 기대치에 부흥하지 못 할 때

나로인해 남편이 좌절하고 실망하는 모습을 보일까

참 힘이 들기도 하다

1미터 51센티 47키로

신장이 크다고 일을 잘하라는 법은 없지만 내 두 배의 몸무게를

가지신 어머님이 이젠 장애등급을 받으시고 걷지도 못하시고

누워 버리셨다

그런 어머님으로 힘들다는 말은 남편에는 절대 있을 수 없는

표현이며 생긋생긋 나긋나긋 어머님께는 상냥한 며느리로

아이들에게는 반듯한 엄마로 남편에게는 빈틈없는 아내로

사무실일도 똑 소리 나는 직원으로 정말 완벽하기를 바라는

남편이다. 난 어느날은 순전히 심리적인 무게로 어깨가

아프다 내가 짊어진 짐이 무겁게 내 어깨를 짓누를 때가 있다.

 

결혼 25년 아파서 병원에 가본 적 없고

모유먹여 아들딸 키우고

아직 남편 밥 한번 세탁기 한번 돌려본 적 없다.

그저 함께 일하면서도 그렇게 살아 왔기에 남편은 날 아마

슈퍼우먼쯤 생각하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편이 살아가는

방법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난 아직 너무 어리고 여리다.

그래서 남편의 말에 순종하고 따르는 길이 내가 세상을 배우는

길이라 생각 하기에 남편의 말에 역행하면서 살기는 싫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날 문득 걸려온 전화 한통

장조카놈이 할머니를 모시고 올라오겠다는 전화

남편은 당연히 그러라고 하고 나 역시 각오했던 일이지만

 

오시고 벌어질 이 기막힌 상황을 생각하니 걷지도 못하시는

큰 등치의 어머님을 모시고 내가 어떻게 출퇴근을 할것인가

아니면 14층 높은 아파트에 혼자 두고 출근을 할것인가

아버님이 계시다고 해도 두 노인네 현관문도 마음대로 열고 닫지

못하시는데 그래도 시골 집에는 간병인이 하루 4시간씩 병간호를

해주시니 운동을 하셔도 그 곳이 훨씬 편하시련만

난 용기를 내어 아주버님께 전화를 했다

저 어머님께 맘아프게 오시지 말라 소리 못합니다.

아픈분이 병원엘 가셔야지 무조건 저에게 가시라고 하시면 어떡하나요

아주버님 말려 주세요

그리고 어머님은 결국 우리 집으로 오시지 못했지만

 

마음이 편치않아 내려간 시골집

어머님 곁에서 하루 밤을 자고 돌아 오는데

눈물어린 어머님의 눈이 목동이 던진 올가미에 다리가 걸려 꺼꾸러

지는 소처럼 내 다리에 엉켜 들었다

뒤돌아 보고 또 돌아보고 돌아 오는 길

시이모님이 그러신다.

아들이 셋씩이나 있는 사람이 어디 갈곳이 없어 요양원엘 가느냐고

당최 그런말 꺼내지도 말라며 엄마 요양원 보내려고 상의하러 왔냐며

심하게 나무라신다.

싸구려 옷 몇 벌을 사다 놓고 반찬 몇 가지를 만들어 놓고

죽어도 요양원에는 안가신다는 어머님의 마음을 알고 돌아 왔다.

 

죽으러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는 어머님

그런 어머님을 보낼 수도 모실수도 없는 내 처지

언젠가는 나에게 차려진 밥상이라 생각한다.

몸이 편하면 그만큼 마음이 힘들고 마음이 편하려면

내 몸이 좀 힘들면 되겠지

부모님의 일은 어느 누구 하나에게 밀어 두고 맘 편하게 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 소리없이 부모님 모셔 주는이 있거든

돈으로 라도 몸으로 라도 그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더 많은 이해와 배려가 필요할 거 같다.

함께 산다는 것 만으로 그것이 곧 시집살이 인것을  시어머님이

며느리를 떠받들고 산다고 해도 그것이 곧 시집살이 인것을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신 부모님을 그리는 상식적인 글이

되지 못해 참 부끄럽다 

하지만 난 끝까지 내 어머님을 몰라라 하는 며느리는

맹세코 되지 않을 것이다

 

오늘 그렇게나 가기 싫다고 하시던 큰며느리에게

가셨다고 좀 전에 전화를 넣어 보니 형님이 그러신다.

난 몸편한 죄인이다

어머님의 원망서린 눈매가 눈앞에 선하다

형님의 불만 가득한 목소리도 내 귓가에 맴돈다.

형님게도 난 죄인이다

몸 편한 죄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