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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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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눈물


BY 오월 2010-05-31

난 꿈이 있었어.

너무 어린 나이에 구미 공단에 나이를 속여

취직을 했어.

늘 말을 아껴야 했지

왜냐고?

혹 내 비밀이 탄로 날까 봐.

작은 난 늘 언니였어.

왜냐고

나이를 속였으니까.

전자제품을 조립하는 라인에 앉아서 일을 해

여러가지 일이지만 납땜 같은거.

수백명 직원들이 있고

많은 과 사무실이 있어

수시로 간부님들이 라인을 돌며 순시를 해

그러다 좀 똘방해 보이거나 깔끔한 이미지의

애들을 사무실로 데려다 사무를 보게

밀어주는거야

왜 그랬는지

그렇게 라인을 돌던 간부님들은 꼭 내 앞에

멈추곤 했어

학교는 어디까지 다녔느냐

한문으로 이름을 써 봐라

영어로 이름을 써 봐라

본은 어디냐

그런 것들로 날 테스트 하고는 그냥 지나 치시는 거야

그런날 밤에 난 집에 돌아와 밤새 울었어

머리에 고드름이 열리는 찬물에 머리를 감고

한자를 쓰고 영어 단어를 쓰고 공부를 했어

그 시절에는 공짜로 책을 읽을 도서관 같은 곳도

참 귀했지 그래서 서점에 양해를 구하고 한 구석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책을 읽었어.

그리그리 세월이 흘렀네

내 꿈은 펜대 잡고 일해보는 거였어.

노동 말고 사무실에 앉아 펜대 굴리며 일해보는거

배움이 딸려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많은 눈물 속에

세월이 흘렀네

지금 ㅎㅎㅎㅎ

나 매일 하는일이

은행가서 지점장만나 상담하고

공인인증서로 서류 만들고 이메일 확인하고

컴퓨터로 서류 만들어 전송하고

B2B통장 계설하고 직원들 자격증 취득 독려해

인터넷 접수 시키고 그러고 산 세월이

훌 10년이야

근데 말이지 나 이제 꾀가 나

머리 아픈것 싫어

복잡한 거 싫어

은행장님이 세법 책 한권 갖다 주신다네

저 싫습니다 머리 쥐나요 그랬어.

이제 내 꿈은 꽃 키우고 작은 동물 돌보고 흙 밟고서

그리 살고 싶어 공부만 하면서 사는 사람이 세상에서

젤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어.

이제 싫네 꽃보면 행복하고 새소리 듣고 바람따라

자연냄새 맡으면서 걷고 쉬고 보고 듣고

단순한 사람되어 그리 살고 싶네

그래도 이 나이에 피아노 학원에 등록 했다네

ㅎㅎㅎㅎㅎ 사는 날까지는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하기에 눈물도 웃음도 참으로 많은 날들이였지만

꿈은 내 꿈은 이루어 졌다네 ㅎㅎㅎ

아픈 세월이였지만 참 행복해

그저 누군가에게 아니면 떠가는 구름에게도

흐르는 물에게도 후끈 스치는 바람에도 그리 말하고

싶어

참 고맙다고 참으로 고마웠다고

낡은 눈물은 이제 그만 ㅎㅎㅎ

그래도 말이지 내 꿈은 아직도

진행형이라네

꿈을 가진 사람은 늙지도 않고 꿈을 가진 사람은

늘 힘이 난다네

행복하다네!!

그리고 세상 모든 것들에게

감사하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