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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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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텃밭


BY 시냇물 2010-05-25

 

며칠 째 하늘은 연신 우울모드로 잔뜩 흐려 있다

 

그렇다구 나까지 합세할 수는 없는 일

 

점심을 먹고나서 남편이

 

\"옥상에 올라가 봤어요?\"

 

\"아니, 그저께 올라가 봤어요!\"

 

어제는 줄기차게 비가 내려 하루종일 집안에서만 맴돌았는데

 

오늘은 올라가 봐야겠다

 

그를 따라 옥상엘 올라가 보니

 

2주 전에 심어 놓은 고추, 가지, 토마토가 제법 튼실하게 자라

 

처음 심을 때만 해도 갓 태어난 아기마냥 여리디 여리기만 하더니

 

지금은 닭으로 치면 영계(?)정도라고 할까?

 

고추 모종은 줄기가 손가락 반 마디 정도의 굵기로 연신 새순을 품어가며 열심히 하늘 향해

새파란 잎을 피워내고 있었고

 

자랄 때부터 가지임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가지는 잎파리가 제법 손바닥만큼 자랐는데

 

잎줄기 사이사이 가지색을 띄는 게 고추에 비하면 씩씩한 개구장이 같다

 

줄기 사이 새순을 잘라줘야  영양분이 나뉘지 않고 중심이 되는 줄기에 모인다는

 

남편의 말을 듣고 잘라 주다가 숨어있는 가시에 찔릴뻔하였다

 

가지나무도 처음 보는 나는 줄기에 가시가 있다는 것두 오늘에서야 처음 알아 그저 신기하기만 하였다

 

그 옆에 심겨진 토마토는 제일 위 줄기에서는 벌써 꽃이 피려고 준비를 하며

 

줄기 주변에 잔털이 보송보송한 게 결코 약하지 않다는 듯 내 눈길을 끌고 있었다

 

아직 토마토는 열리지도 않았는데 벌써 싱싱한 토마토 냄새가 싱그럽게 코를 간지럽힌다

 

 

순서울내기에 도시생활만 해 온 내게 이 정도의 텃밭만 해도 감지덕지이며 꿈이 영그는

 

소중한 행복이다

 

남편은 고추와 토마토 줄기를 쓰러지지 않게 지탱해 줄 버팀목을 세운다고 옥상에 있는데

 

잎에 빗물을 잔뜩 머금고 며칠 새 쑥쑥 자란 상추을 한 손 가득 따서 들고 내려온 나는

 

물에 씻어 담가 놓고는 룰루랄라 여유있는 오후 한 때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