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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 싸랑해요! ]- 엄니 젖꼭지..... *^^*


BY *콜라* 2010-04-19

 

 

명절마다 엄니는 동부콩을 갈아서 느타리 버섯과 숙주나물 버무려

고소하고 담백한 동부전을 한 소쿠리씩 부치신다.

 

아들 다섯에 딸린 식솔이 평균 셋, 홀로 되신 시누님 가족까지 모이면

밥 한끼를 먹어도 명절 같은 시댁이니 설, 추석엔 무얼 준비해도 신음소리 나올 만큼 대량이다.

하지만 엄니랑 나무 판자 하나씩 깔고 마주 앉아 수다 떨며 부치다 보면 반죽은 어느새 바닥을 보인다.

 

2004년 추석. 우리도 외국가고 없는 새해 설날부터 동부전을 조금만 하시라고 말씀드렸더니

동규네가 좋아 한다.시던 엄니는 생각 난 김에 봐야겠다며 된장 단지 뚜껑을 열어

맛을 확인하시곤 또 동규네가 맛있어 하겠다’고 하셨다.    

 

동규는 큰형님네 맏아들, 즉 어머니의 장손이다.

명절 한 달 전부터 맏아들네 기다리는 엄니 맘에 질투심이 나서

부침개 주걱을 프라이팬에 두드리며 노래 한 곡을 불러제꼈다.

  

우리 엄니~~ 동규네~~ 동규네~~ 동규네만 기다리시다~ 버선 발로 맏아들네 맞으실 엄니

막내 아들 우린 찬밥댕이 신세구나. 엄니 엄니 우릴 왜 막내로 낳으셨나요.~~

 

엄니는 \'하하하\' 웃으시며 \'나는 니가 젤 좋다~ \' 하신다.

맏아들을 향한 엄마들의 짝사랑, 그 절대 아성을 누가 감히 넘볼 수 있으랴.  

 

자식들 먹일 생각에 관절염도 잊어버리고 산더미처럼 동부전을 하시더니 잠자리에 들자 끙끙 앓으셨다.

신음소리로 보아 밤을 지새우실 듯 했다. 

엄니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나 방바닥에서 세상모르고 잠든 남편을 흔들어

자기야. 목욕탕 가자~ 했더니, 자다가 웬 목욕탕 타령이냐며 다시 휙 돌아 누운 그의 귀에 대고

엄니가 너무 아프셔~ 하자 후다닥 일어났다.

당신 아픔보다 곤히 잠든 아들 잠깨우는 게 더 안타까운 엄니.

\'괜찮다\'고 거부하시는 엄니를 반강제로 모시고 셋 24 보석 찜질방으로 갔다.

 

명절 전야라 그 시간에도 발 디딜 틈이 없이 가득 한 사람들 사이를 뚫고 대기자를 물었더니

그 야밤에 웬 때미는 사람이 그렇게 많을까. 족히 두 시간은 기다려야 될 것 같단다.

 

울 엄니 73세신데요... 무릎이랑 허리가 넘 많이 아파서 병원가려다가 밤중이라 이리 모시고 왔어요.

저 아시죠? 사장님 서울 후배.... 꼼꼼히 닦고 뜨거운 핫 팩으로 무릎이랑 어깨 스팀 맛사지 해주시면

서비스 팁은 별도로 드릴께요.

 

연로한 노인이 편찮으시다는 말로

혹시 우리 엄니 같은 친정엄마 있을 지 모를 그녀의 효심에 호소하고

이왕 늦은 시간에 하는 일, 서비스 팁 팍팍 준다는 말로 노동가치, 경제 가치 수직 상승 호재를 주지시키며

싹싹한 말투로 아줌마들 사이에 홍보 해 줄 거란 믿음 심어주며 읍소하자 슬그머니 새치기를 해주었다. 

 

어느 아줌마 엉덩이 떼기 무섭게 플라스틱 의자 하나 얻어 엄니 때미는 침대 곁에 놓고 앉았다.

 

중간 중간 아줌마에게 션한 매실차도 사다 바치고

힘든 일 하셔도 몸매 하나 변하지 않고 미인이라는 등 등의 비위도 맞춰가며

나도 구석구석 묵은 때를 열심히 닦으며 오동통하고 뽀얀 가슴이 며느리인 나보다 풍만한 엄니 젖가슴을

무심코 보는데, ! 젖꼭지가 없다. 그것도 한 쪽만.....

 

엄니~~ !!엄니!! 젖꼭지가 어써요(없어요)!!

너무 놀라서 말을 더듬다가 혀를 깨물었다.

 

빨믄 나와~~

 

꼭지가 없는데 어떻게 빨아?

솔직히 전쟁통에 피난오신 이야기를 하두 듣다보니 난리통에 사고로 잘린 줄 알고 더 놀랐던 거다.

빨면 나오고 놔 두면 들어간다는 소릴 듣고도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나와 엄니를 번갈아 보던 때밀이 아줌마가 큭큭 웃으며 엄니께 묻는다.

 

할머니 딸이에요?

아녀.. 메누리여

 

젖꼭지 세개인 여자는 본 적이 있다.

야단법석을 떨어대는 며느리가 그래도 곁에 있는 게 무지 든든하신 듯

아줌마에게 내 막내 메누리여~ 거듭 강조 하시면서 지그시 눈을 감고 몸을 맡기고 계셨다.

 

무릎이랑 온 몸을 조물조물 주무르고 스팀 타올로 맛사지를 하고 나자

한결 편해진 엄니를 모시고 나오며, 고맙다는 말과 함께 팁을 주고 집으로 돌아오니 새벽 1가 지났다.

 

찜질방 가고 싶어도 애 때문에 못 가신 형님, 애 없어도 가기 싫어 못 가신 형님

가고 싶어도 시엄니 앞에서 발가벗기 창피해서 못 가신 형님..... 

비누 향 폴폴 풍기며 편안히 잠짜리에 드는 우릴 무지 부러워하던 2004년 추석 전야는 그렇게 저물었다.

 

빨면 나온다던 엄니 젖꼭지는 아버님이 돌아가신 이후 영영 나올 기회가 없어져 버렸지만

내 남편을 포함해 6남매를 배불리 먹여 키워냈으니, 이젠 제 할일 다하고 휴식하는 것 마냥

오늘도 엄니 가슴에 꽁꽁 숨어 있을 게다.

 

엄니 보고 싶어요…….싸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