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차가워도 땅 속 봄소식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울타리에 심어 둔 개나리는 노~오~랗게 피어났고
매화나무에도 하얗거나 연한분홍색으로 자잘한 꽃송이들이 피어났다.
라일락은 새순을 틔우고 있고 양지바른 곳에는 봄의 전령사라는 목련꽃이 소담스레 피었다.
올핸 유난히 눈과 비소식이 많았고 아직도 눈이 오는 곳도 있다니....
여긴 남쪽인데도 아직 꽃샘바람이 차갑다.
그래도 시장에는 봄나물이 작은 소쿠리에 담겨져 귀하신 몸을 드러냈다.
쑥..냉이..머위..달래..취나물..풋마늘....
겨울 동안 김장김치를 여러모로 조리해 먹다가 봄나물을 보는 순간
그만 이성을 잃고만다.
이 나물도 조금 저 나물도 조금
봉지봉지 봄나물을 사들고 돌아보는 시장에
어~~라~~`
오늘은 초벌부추와 등비늘이 마치 보석같이 푸르게 반짝이는 햇멸치까지~~
초봄에 갓 나온 부추는 사위한테도 안 준다는 보약과 같은 채소질 않나.
부추즙 한방울에 피 한방울이라고까지 한다는데...
뿌리부분이 볼그족족한 기럭지가 짧고 통통한 부추도 한 단 사고
냉이며 햇쑥, 머위, 탱글탱글한 굴도 좀 사고 햇멸치까지 사 들고
꽃상추도 큰 단으로 한 단 사서는 룰루랄라~~~
나물들은 살짝 삶아서 된장으로 조물조물 무치고
(봄나물은 간장이나 소금, 젓갈보다는 된장으로 심심하게 무쳐야 제 맛이난다.)
햇쑥은 멸치다싯물을 내서 탱글탱글한 굴을 넣고 된장국으로 심심하게
햇멸치는 뚝배기에다가 보글보글 매콤하게 청양고추랑 풋마늘을 송송 썰어 넣고
조려서 푸짐한 점심상을 차렸다.
그저께 담아서 어느 정도 맛이 밴 알타리 김치를 내고
무청조림도 자작하게 조려서 따끈하게 내고
배추속으로 홍고추를 갈아서 담근 노랗고 붉은 물김치를 이쁜 유리그릇에 색곱게 담아서
상추까지 내 놓고 보리밥을 해서 점심을 먹자니 꺼억~~~~임금님 상도 안 부럽다.
머위의 약간 쌉싸름한 맛에 햇멸치의 고소한 맛, 그리고 햇쑥으로 끓인 국....
입은 달아서 자꾸만 상추쌈을 싸서 구겨넣는데
배는 둥~둥~꼭 임신한 새댁 배같다.ㅋㅋㅋㅋ
웬만해서는 과식을 안하는 내가 상추쌈은 두세겹 포개고
초벌부추는 가위로 숭덩숭덩 잘라서 상추 위에 놓고
그 위에 햇멸치조림을 한숫가락 놓고 싸 먹으니
밥은 별로 많이 안 먹는데도 금방 배가 불러 온다.
아사삭..상추를 씹으니 그 속에 든 멸치살에서 나온 즙이
입안 가득~~퍼지는데 입에는 상추가 빈 틈을 안 주니
멸치즙이 입술을 타고 흐른다.
크흐~~~
손등으로 쓰윽..닦고 손은 또 상추를 집어든다.
상추쌈은 시아버지랑 마주보고는 못 먹을 음식이라고 그러던데..ㅎㅎㅎ
`
입맛 돋구는 봄나물에 보리밥으로 햇멸치 쌈을 먹고나니
앞으로 줄줄이 나올 봄나물의 유혹을 어찌 물리칠까 고민이네.
마당에 심어 놓은 두릅나무에 솟아 날 두릅나물이며
돗나물김치며 원추리나물에 찬물에서 자란 향기 짙는 미나리
으으으으으으~~~~~~~~~~~~~~~~~~~
참아야 하느니라.
몸의 기운도 좋지만 자꾸만 불러 오는 이 배는 어쩌란 말이냐??
지하실에서 테니스라켓을 한시간씩이나 휘둘러도
줄넘기를 숨이 턱에 닿을 때까지 넘는다치더라도
런닝머신을 등에 땀이 나도록 뛴다하더라도
뭐하냐고요~~~~
말짱 도로도로도로묵이쥬~`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