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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품다


BY 바늘 2009-12-20

표창장!

 

위 사원은 탁월한 업무성과를 창출하고

투철한  애사심과 성실한 자세로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하고 회사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크므로 이 상장을 수여합니다

 

 2009년 12월 18일

 

어제 있었던 2009년 직장 송년회에서 50대 아줌마 상담원인 내가

연속으로 올해도 우수 직원 표창을 받았다.

 

본사를 비롯하여 센터까지 200명도 넘는 인원이 참석하였는데

20대 초반부터 나보다 더 유능한 상담원들도 많을 터인데 

매년 우수 직원 표창이라니...

 

2002년 무작정 사전 지식이나 정보도 없이 용감하게 공채 1기생으로

창업하는 콜센터에 문을 두드리고 그로부터

 

\"고객님! 안녕하세요~\"

 

\"오늘도 기분 좋은 하루 되세요 고객님~\"

 

 

아들 녀석 포항 해병대로 군에 가던 날에도

 

사랑하는 친정 엄마와 먼 이별을 하고 가슴이 미어지던 날에도

 

열 번도 넘는 이사 끝에 어렵사리 마련했던 아파트를 경매로

남에게 넘겨주던 날에도

 

그런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금 작은 아파트라도 장만하게 되어

가슴 벅찬 날에도

 

\"고객님! 안녕하세요~반갑습니다~\"

 

나는 늘 제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마치 유행가 가사처럼 그렇게...

 

베테랑 상담원이라는 다소 쑥스러운 호칭도 종종 듣지만

지금도 새로운 상담 업무를 맡으면 늘 고객에게 전달할 스크립터

내용을 요약하고 상품에 대한 정보를 찾아 공부를 한다 

 

처음 직장에 이력서를 넣고 이틀 정도 연락을 기다리는데 그 시간이

두 달 아니 이년이 지난 듯 길고 긴 시간이었다

 

그렇게 노심초사 연락을 기다리다 1차 통과 2차 면접 통보가 오자

나는 또 용감하게

 

\" 제 목소리 예쁘죠?\"

 

\" 저 채용 안 하시면 아마 후회하실 거예요~\"

 

지금 다시 그때를 생각하면 유치가 작렬하는 순간이다

 

그만큼 당장 생계가  막연했기에 가능했던 아줌마의 용감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제 현실에 있어 내게는 값나가는 보석 하나 변변하게 없지만

올해도 나는 빛나는 표창장으로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을 품에 또 안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2009년 송년회에서도 받은 연말 우수 직원 표창장 

 

가만히 문구 하나하나 찬찬히 읽고 또 읽어보았다

 

\"성실한 자세로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하여 회사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크므로 이 상장을...\"

 

2009년을 끝으로 내년 2010년에는 예정대로

아들아이 대학도 졸업하고 희망대로 취업도 하면

이제 나도 홀가분 털고 혹사했던 나 자신의 아픈 몸도 보듬고

인생의 즐거움을 찾아 노닐고 싶은 희망 사항을 갖는다.

 

울며불며 아프게 넘었던 사십 대

이제는 활짝 웃으며 살고 지고픈 오십 대

꽃처럼 환한 희망을 품어봅니다 

 

 

 

ps--- 에세이방 여러분 올해도 너무 감사했습니다 

한 많은 세월 속에 제 개인적인 슬픔 그리고 기쁨

소중한 님들의 격려가 있었기에 오늘의 제가 있었습니다. 

 

위에 올려진 사진은 작년 2008년 송년회에서 표창 받고 기념으로

아지트에 올렸던 사진인데 올해 하나 더 추가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