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병원에서 남편을 면회하고 혼자서 터벅터벅...
혼자라는 외로움이 낯설어 도시의 가로등 불빛이 어색하기만한데
이기사도 없고 혼자 힘으로 사상 터미널 2층 승차권 발매표 앞에 서 있는데
어디서 우리집 가는 버스표를 구하는지도 모르겠고 늦은 저녁이라
혹시라도 막차인생이 될까 봐 혼자서 은근히 겁도 났다.
혼자서는 거의 안 다녀 본 내가
복잡한 부산의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잠시 얼빠진 아줌마가 된다.
휘황찬란한 쇼윈도우의 색색의 불빛도
줄지어 서서 현란하게 반짝... 번쩍이며 올라갔다가
꺼졌다가 갑자기 화~~악~~들어오는 네온사인도
나만 제외시키고 다들 반긴다는 듯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한글은 깨우쳤기에 드문드문 읽으며
겨우 우리집 방향의 승차표를 끊고는
아직도 버스가 오려면 거의 30 분이나 남은 대기실로 휘적휘적 걸어 나갔다.
씹다 버린 껌딱지들이 주근깨처럼 다닥다닥 붙은 타일바닥이
꼭 싸구려 포장지같다.
얼룩덜룩....
고급 디자이너가 하지 않은 카피한 싸구려 포장지.
김해니 장유니..대구..밀양....
높다랗게 매어 달린 작은 간판에는 행선지가 적혀있었고
각각의 행선지 앞으로 줄지어 보퉁이들을 들고 줄을 서 있었다.
우리집 방향은 어델꼬?
안경을 끼고도 불안한 시선으로 두리번거리다가
저쪽 한쪽 구석때기에 영산~~부곡~~~
어찌나 반갑던지....
꼭 우리집 안마당에라도 도착 한 사람처럼 푸근하다.
그래..여기서 있으면 우리집 가는 버스가 온다~이거지?
내 꽃들이 있고 남편이랑 살고 있는 우리 집으로 날 데려다 준다 이거지?
장유가는 사람들은 줄지어 서 있는데 영산가는 줄에는 사람들이 없다.
덜컥 겁이 났다.
혹시 내가 글씨를 잘 못 읽었나?
몇번이나 올려다 본 간판에는 영산이 있다.
부산에서 창녕을 가게되면 우리집을 거쳐서 가야하니
도로 되짚어 내려와야 해서 영산에서 내려 한택시 타고 우리집에 오면 된다.
승차표를 쥔 손이 꼽꼽하게 땀이 베어 나온다.
청바지 주머니에 승차표를 넣고는 아들아이에게 줄 반팔 티셔츠가 든 가방도
바닥에 내려 놓고 핸드백만 어깨에 둘러 맨 자세로 주위를 두리번 거려본다.
여기..저기..담배꽁초며 먹다 버린 캔맥주며 휴지조각 , 보다만 신문지
이런 것들이 승객 대기실에 꼴사납게 널부러져 있다.
아직 버스가 오려면 한참은 더 기다려야 하니 어디 슬~~슬~~
손으로 하기엔 지저분해서 발끝으로 담배꽁초며 휴지, 캔등을 끌고
구석에 조그맣게 서 있는 형식뿐인 쓰레기 분리대로 갔다.
자판기 커피를 마신 빈 종이컵에 빼곡히 들어 있는 지린내 나는 담배꽁초.
쓰레기통위에 자그마치 몇개야 대체?
열개도 넘는 빈 종이컵에 담배꽁초가 몇갑은 되게 들어 있다.
꼭꼭 포개서 쓰레기통에 넣고 빈 맥주캔이며 신문지까지 말끔히 치우고
바닥에 있던 담배꽁초는 쓰레기통 뒤로 다 밀어넣었다.
이리저리 발끝으로 쓰레기를 치우는 내 모습이 이상한가 사람들이 힐끔거린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 주위 반경 몇 미터는 다 치우고 나니 금방 대기실이 훤~하다.
그러고 나는 관찰을 했다.
과연 사람들이 아까처럼 담배며 침, 캔을 버리나 안 버리나?.......
바닥이 깨끗해졌고 쓰레기통 위가 말끔하니 사람들이 다 마신 종이컵이며
맥주캔을 좁은 분리수거 함으로 디밀고 있었다.ㅎㅎㅎㅎ
작전성공이다.
지저분한 곳에서는 껌이며 담배꽁초를 아무렇게나 양심하고는 상관없이 버리지만
주위가 깨끗하면 한번쯤 돌아보고 쓰레기통을 찾는 기본적인 양심이 살아난다는 것.
나의 작은 행동이 대기실을 금방 깨끗하게 만들고 그 후로도 그리한다면
누구나 정갈까지는 아니지만 쾌적한 환경은 만들지 않을까?
꼭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어야 한다기 보다는
내가 만든 쓰레기는 최소한 내가 처리한다는 선진국형 정신만 가진다면
미화원들도 편하고 우리도 눈살을 덜 찌푸려도 되지 않을까?
곧 민족대이동이 있을 추석이다.
한꺼번에 엄청난 인구가 고향을 찾아 떠나는 여행길
고속도로든..시외버스든..기찻간이든간에
자기가 발생시킨 쓰레기는 자기가 처리하는 기초도덕은 꼭 살렸으면 한다.
고속도로의 벌초행렬이 밀려서 좀 늦게 도착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도 여전히 잠만 잤다.
차만 타면 잠을 자는 이 일을 어찌하오리까마는
기분 좋게 달게 자고 일어나니 벌써 기사 아저씨가 영산~~영산~~내리실 부..운~~~!!
고개를 삐뚜름하게 자다가 으차차차차차.....
놀라서 핸드백이며 쇼핑백을 거러쥐고 후다닥~~
통로를 비틀거리며 뛰다시피 걸어서 내렸다.
혹시라도 날 데리고 더 달릴까 봐.
우리집에서 더 먼 곳으로 이 밤에 날 데려갈까 봐.ㅋㅋㅋ
얼마나 쌩쌩 달리셨는지 늦은 시간을 만회하고도 남았다.
잠을 잤으니 망정이지 눈을 뜨고 맨정신이었다면 어휴~~무셔무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