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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알것 같습니다.


BY 박시연 2009-09-15

어린 시절 단칸방에서 다섯 식구가 살던 그 때
뼈 속까지 시려오던 추운 겨울밤이었습니다.
혹시나 감기 들까 아빠는 연탄불 활활 지펴놓고
따듯한 아랫목에 우리 삼형제 안아 옮겨 나란히 재웠습니다.

전 큰오빠의 남산만한 엉덩이에 다리를 걸치기도 하고
작은 오빠의 말랑말랑한 귓불도 만지작거리기도 했으며
아빠의 넓은 가슴팍에서 이리저리 뒹굴 거리며
편하고 아늑하게 잘 잤었습니다.
전 밤새 얼마나 몸부림을 쳤던지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죠.
엄마는 어떻게 알았는지 손가락 빗을 만들어 땀이 지나간 가려운
곳을 슥슥 긁어주기도 하고, 입바람을 불어 땀을 닦아 말려주기도
했습니다.

잠결에 후덥지근한 다리 하나가 이불 밖으로 나오면
엄마는 또 언제 깨어있었는지 다시 잘 덮어 주기도 합니다.
가끔씩 정말 더워서, 혹은 엄마에 대한 불만으로 일부러 차내기도
했는데 엄만 그것도 모르고 오히려 내 목까지 푹~ 덮어버리고
혹시나 감기 들까 이불 끝자락까지 꼭 잡고 자곤 했습니다.
밤새도록 내내 엄마는 내가 차낸 이불을 덮어주느라
한잠도 못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난 이럴 때가 정말 좋았습니다.
너무 더워 다리에 땀이 주르륵 흐를 때, 엄만 또 어떻게 알았는지
내 다리를 들어 엄마의 무릎 위에 올려놓고는 빨래를 갤 때입니다.
잠결에도 빨래 비누향이 솔솔 콧속으로 파고들 때
왠지 모르게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마른 옷이 펄럭일 때 마다 작게 일어나는 시원한 바람이
노골노골 해진 내 몸에, 얼굴에, 팔 다리에 쫙쫙 붙어 살이 탱글
탱글 올라붙는것 같아 잠이 절로 왔었습니다.

그 작은 빨래 바람이 어찌나 달고 맛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랬던 제가 이제는 엄마와의 어린 시절 행복한 추억을 제 아이에게 물려줄
때가 되었습니다.
살이 애이도록 추웠던 12월의 어느 날 건강한 사내 아기를 낳았습니다.

내가 추운 바닥에서 자게 되더라도 아기에겐 너무나 당연한 듯이
따듯한 아랫목을 찾아 내어주게 됩니다.
곤히 자다가도 아기가 한번 씩 뒤척이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깨어 옷도
고쳐주고 발로 차낸 이불을 덮어주기도 했습니다.

혹시나 열이라도 오를까 이마를 짚어 보기도 하고, 앞머리를
걷어내어 입 바람을 불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도 걷어줍니다.
그리곤 손가락 빗을 만들어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꼭꼭 숨어있는
열기도 훌훌 털어내어 줍니다.
어릴 적 내가 겪어왔듯 우리 아기도 이렇게 해주면 분명
시원해 하며 맛있게 잘 자리라 생각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기가 막 잠이 들 무렵엔 전 항상 빨래를 갭니다.
그냥 버리기엔 너무도 아까웠던 낮의 따사로운 햇볕을 잔뜩
머금어서인지 훈훈한 산소와 함께 향긋한 빨래비누 향이 짙게
베어났습니다.

이 기분 좋은 향기와 내 행복한 어린 시절의 향수가
우리 아기의 온몸에 머릿속에 솔솔 불어 넣어 주었으면.....
지금의 이 느낌을 우리 아기가 커서 그대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기를 낳아 길러보니 이제야
엄마의 맘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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