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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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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들도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BY vera 2009-09-11

20090909 아내들도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친구들 모임에 나갔다. 뱀띠 동갑내기들이 두어달 만에 한번씩 모여서 이런 저런 정보와

전화로 못다한 이야기를 원없이 할 수 있는 모임이다.

 

오랜만에 맛있는 집 찾아다는며 먹는 즐거움도 크고 수다 떨면서 마음에 있는

나름대로 복잡한 잡생각을 털어버릴 수 있는 그야말로 숨통 탁 트이고 살맛나게 해주는

친구모임이다.

 

그럭 저럭 20여년의 세월이 내공으로 쌓여진 모임이라선지 3-4시간 함께 하는 시간이

아주 짧게 느껴진다. 밥먹고 차마시고 영화나 공연도 보고 헤어지려다 보면 아쉬움이

왈칵 밀려온다. 같은 동네 같은 교회 친구모임이라 다음날 볼 수 있는데도

차문 열어놓고 선채로 한시간정도 더 이야기 하는 건 예사이다.

 

40대 중반이지만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는 워킹맘들이기 때문에

서로의 이야기가 더욱 흥미롭다.

대화가 한참 무르익다 보면 이야기의 주제가 남편들과 아이들문제는 기본이고

친구들이 속해있는 회사나 조직내부의 우리가 잘 알지도 못하는 동료들의 이야기부터

정치, 사회, 경제 종교분야를 넘어서서 정말로 오만가지 이야기가 다 튀어나온다.

 

여자들이 남자보다 오래사는 이유가 말을 많이 해서라고 하던데 정말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도 풀어도 끝도 없고 한도 없다.

내 친구들은 이런 수다를 몸에 좋은 영양가 많은 특식이라고 한다.

 

오늘 모인 여섯명의 친구들중 성격이 내성적이고 조용해서 ‘적극적경청’의 대가라고

불리는 한 친구도 있고 모일때마다 주제를 제시하는 사회자 같은 친구도 있다.

불꽃튀는 의견들이 대립될때는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는 선생님 같은 친구도 있다.

더 재미있는것은 중간 중간 이야기의 흐름을 정리해가며 의견을 말할 순번을 정해주는

반장같은 친구도 있다.

 

시끌시끌 와글와글 여섯명이 한주제로 이야기 하는가 싶으면 두명씩 따로국밥이 되었다가

세명씩 뭉치기도 하면서 마치 초등학교 1학년 교실 쉬는시간 같은 모습을 연출해서

가끔씩 너무 철없어 보이고 한심해 보이는 우리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약간 부끄러워

질때도 있다. 어쨌든 우리들은 두어달 만에 한번씩 만나는 이런 시간을 목이

빠지게 기다린다.

 

그런데 한참을 이야기하다보면 언제나 느끼는 공통점 하나를 찾을 수 있다.

그중 한가지 예를 들자면 내가 남편흉을 보면 모두가 귀를 쫑긋하고 듣고 나서

무조건 내편이 아닌 남편편을 든다는 것이다.

정황상 친구인 나의 역성을 들어줘야 하는데도 남편흉보는 나를 남편도 이해 못 하는

철없는 아내 취급을 해버린다.

 

남편이 그럴땐 네가 이렇게 했어야 하고.... 저럴땐 그렇게 안했어야 하고... 어쩌고 저쩌고...

결론은 남편을 잘 컨트롤 하지 못한 나의 미숙함이 문제라는 것이다.

아직도 남자를 잘 모른다느니... 남편에게 아직도 그런 희망을 요구 하면 되겠냐느니...

 

나 참... 그런데 비단 내 경우만이 아니라 모두가 약속이나 한듯이 분명 이집 남편

저집 남편 모두 다 남편들이 잘못한것 같은데 무조건 친구가 아닌 남편들 편(?)을

든다는 것이다.

 

참 이상한 것은 속상한것 풀어보자는 맘에서 남편 흉거리를 꺼내놓았던 입장에서

내 편들어주지 않고 내 남편 편들어 주는 친구들이 결코 밉지가 않다는 것이다.

 

만약에 내 이야기 거들어서 친구들이 떼거지로 내 남편흉을 같이 본다면

그 상황에서의 내맘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우와~ 더 속상할것 같다. 자존심도 상하고 괜히 말했다는 후회도 될것 같다.

 

이런 심리를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친구들이 심리학을 전공한것도 아니고 특별히 따로 공부한 적도 없는데

인간 심리의 기본을 너무 잘알고 서로서로 묵시적으로 교감을 잘 나누는 것이

참 신가한단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나는 어떤가 생각해 보니 나또한 친구들하고 다를 바 없는 행동을 한다.

특히 이 모임에서는...

 

20여년의 만남속에서 산전 수전 공중전을 다 체험하고서 얻어낸 친구들간의

특별한 배려가 허물이고 흉인줄 알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게

하는 원천인것 같다.

 

친구의 속상함은 말함으로써 다 풀게 하고 그 남편의 위상에는 전혀 흠집을

내지 않고 문제를 문제가 아닌 풀어야 할 가벼운 숙제처럼 이런 저런 해답을

제시하는 친구들의 지혜가 어느 멘토의 멘토링보다 더 값진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런 친구들이 있어서 나는 참 행복하다.

물론 간혹 의견충돌로 다투기도 하고 하루이틀 기분이 상하기도 하지만

서로를 진심으로 배려하고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알고 있기에

 다툼과 성냄이 오래가지 않는다.

 

좋은 일이 있어서 자랑하면 배아픈 시늉하면서도 실컷 축하해 주고,

서로 자신들이 더 이쁘다고 억지 부리면서 사진기 들이대면 1센티라도

뒤로 물러서서 작은 얼굴 만들어 보려고 내숭도 떠는 소녀같은 내 친구들.

 

걱정거리나 안좋은 일이 생겼을땐 내 일인듯 서로 염려해주고 기도해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참 좋다.

 

바쁜 일상가운데 진정한 마음으로 기쁨, 행복, 고통, 고민들을 함께 나눌수 있는

소중한 친구들이 있어서 나는 오늘도 감사하고 행복하다.

 

40-50대 중년여인이 가져야 할 필수조건중 하나가 ‘친구’란 말에 동감 한 표를

기쁜 맘으로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