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만 태어나고 싶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가을에 고추잠자리 하늘을 메우고 코스모스 흐드러지게 피는 날에 내가 태어 나고 싶습니다
하늘이 높고 푸른날 저녁때쯤 태어나고 싶습니다
피부도 희고 야리한 얼굴로 세상을 대하고 싶습니다
하얀 손가락으로 방안에서 피아노 치고 상큼한 쥬스 마시는 어린아이가 난 부러웠습니다
하얀 쌀밥에 계란 후라이 얹은 도시락 얹은 밥을 가지고 학교도 다니고 싶습니다
권색 주름치마 짧게 입고 하얀 블라우스 입은 내 학생 시절이 있었음 좋겠습니다
양갈래 머리 정갈하게 땋아 내리고 하얀 양말에 운동화 신고 이른아침 새벽길을 시집책 한손에 들고 학교도 가 보고 싶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엄마의 두손으로 날 안고 책가방 들어주는 집도 있었음좋겠습니다
자그마하지만 침대위에 잠옷도 있었으면 싶구요
창가에 달빛도 새어들어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구석엔 분홍 인형도 채워져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밝고 즐거운 날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요일이면 늦게 자고 일어나도 따뜻한 밥이 있고 국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단 하루라도 날 위해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태어나서 산다면 제미가 없겠지요?
하지만 상상속의 이것들을 다해보싶은데 어쩌지요?
이 소박한 꿈들이 나한테는 없었습니다
비가와도 난 혼자 집에 와야 했고 운동화 대신 고무신 을 신었고 엄마의 두손 사랑은 항상 꿈에서도 안나타 주었고 쌀밥에 계란후라이는 단 한번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침대는 지금도 없습니다
창가 달빛은 여전한데 그 맘이 없습니다
피아노는 구경도 못해 봤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신랑이 있어 행복합니다
아들이 착하게 잘 커줘서 세상 살만합니다
자랑도 합니다
지금도 빨간 잠자리 보면서 웃습니다
침대는아니라도 신랑 팔벼게 있어 행복하고 잠을 잘 잡니다
난 참 행복합니다
날마다 즐겁습니다
이 모두가 내 복 입니다
이 글을 잠시 읽는 분들에게도 내 복을 나눠 드립니다
받아가세요
사랑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