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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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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전


BY 동요 2009-09-07

2002년 월드컵 때였습니다.

잠실 체육관에서 포르투칼과의 경기가 벌어진다길래

남편보고 부모님 모시고 경기장엘 가자고 졸랐습니다.

 

붉은 티를 식구 수대로 사와 모두 입으라고 말했지요.

그 땐 광진구에 살 때라 집에서 멀지도 않고 아이들에게도 하나되는 온국민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소중한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생각이 있는 사람이냐며 반대를 했습니다.

이제 겨우 3살된 아이와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제정신이냐고..

사람들 틈에 끼어 죽는다..

축구경기는 통닭 사놓고 집에서 시원하게 보는게 최고다.

거기 가봐야 사람들에 가려서 잘 안보이고 TV로 보는게 제일 잘 보이고 좋다고..

 

왕고집 저는 아무도 못말립니다.

운전을 할 줄 몰랐다면 어린 아이가 있어 망설였을지도 몰라도

만약 힘들면 차에 재우면 되지 싶어 결심을 굳혔습니다.

간식거리 챙겨 드리고 부모님께 양해를 구했습니다.

 

두 번 다시 우리나라에서 하는 월드컵 보기 어려울 거고

아이들에게 꼭 경험 해주고 싶어서 저 혼자라도 다녀오겠다고 말씀드리고

아이들 셋을 차에 태우고 경기장으로 향했습니다.

 

내가 나가면 남편도 따라올 거라고 예상했던 제 기대는 무참히 깨졌지만

서운함도 잠깐, 세 아이와 저는 신나게 응원하고 우리의 응원이 보태져선지 경기에서 이기고

돌아오는 길에 여기저기 자동차들이 내는 경적소리에 우리도

대~~한민국 빠밤밤밤바~로 답하면서 행복하게 돌아왔지요.

 

가끔 부부의 교육관의 일치와 자녀교육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부부의 의견이 서로 일치해 의논하며 아이들을 지혜롭게 키워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경우겠지만

그렇지 못한 부부도 많을 것입니다.

이 경우 두 사람이 함께 키워가는 경우보다는 못하겠지만

어느 한쪽이라도 열심히 적극적으로 키워가려 애쓰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는 생각입니다.

 

\"얘들아, 아빠가 하지 말라신다. 우리 하지말자. 얘들아 아빠가 가지 말라신다. 우리 가지말자 \" 라는 말보다

\"아빤 우리가 위험할까봐 염려가 돼서 가지 말라 하시지만

우린 안전하게 잘 다녀올 수 있다고 엄마가 우겨서

겨우 허락을 받았다~ 우리 안전하게 잘~~다녀오자~\" 라는 말이

긍정적 능동적 적극적인 아이로 기른다고 믿습니다.

 

어제 드디어 벼르던 서울시립미술관의 르누아르전 다녀왔습니다.

9월14일이면 전시회가 끝난다고 해서 서둘렀습니다.

귀공이 여름방학 내내 기회 한 번 보려고 해도 8월말로 새 책 나와야 한다고 출판사서 독촉하여

짬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같이 가자는 나의 제안에 남편은 미술엔 관심없다며 거절했고

이미 남편의 거절에 단련되어 남편없이도 재미있게 잘 돌아다니는 나는

조금도 우울하지 않게 귀공이 태우고 잘~ 다녀왔습니다.

 

110여편의 작품 모두 어찌나 훌륭했던지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모처럼 귀공이와 이거저거 메모도 해가며 행복한 미술감상 하였습니다.

 

르누아르의 그림은 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밝고 따뜻함이 있어 특히 좋아했는데

화가의 남다른 철학이 있었더군요.

 

\"아름답게 만들어야해\"

\"그림은 영혼을 씻어주는 선물이어야 해\"

\"고통은 지나간다. 아름다움은 남는다\"

 

르누아르의 어록을 가슴에 새기며 저도 다짐했습니다.

 

삶의 작은 일상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전하는 아름다운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