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남지의 5 일장이 서는 날이다.
가까운 창녕은 3일과 8일이 장날이고
남지는 2 일과 7일
영산은 5일과 10 일이 장이 서는 날이다.
시골이라도 대형마트가 경쟁적으로 들어 서긴 했지만
역시 나는 시골의 5일장이 체질인 모양이다.
마트에서는 생필품 즉 공산품이나 잡다한 가정용품을 사지만
부식 같은 식품은 웬만해서는 마트에서 구입을 하지 않는다.
깔끔하고 시원하고 물건들이 이쁘긴한데
흥정하는 재미도 없고
덤으로 더 받아오는 즐거움도 없는
한마디로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의 오가는 정담이 없어서 서운한 것이다.
상추 몇장만 더 저울에 올려도 정확하게 몇원까지 찍혀서 나오는
금속성의 계산이 아니라 한 줌을 더 얹어 줘도 그냥 천원과 이천원인
또 두어가지를 같이 사면 그 옆의 색다른 채소도 조금 생각해 주는
그런 인간적인 계산이 좋은거다.
하나 더 얹어 달라..안된다...
장사 밑지고 한다..에~~이~~거짓말하지 마라~`
장사 밑진다는 이야기 하고
처녀 시집 안간다는 이야기 하고
노인네들 늙으면 죽어야한다는 이야기는 말짱 거짓말이라 하던데....
진짜로 밑지고 파는데도 사람 말을 안 믿다니?
버선목이라 뒤집어 보일까?
찐빵 속이라 뚝~갈라 보일까?
그것도 아니면 무 속이라 칼로 반 잘라 하얗게 증명할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한참을 손마이크를 잡고 왁자지끌~~`
리어카에 소소한 채소를 싣고 팔던 아저씨의 걸죽한 입담이 오가고
햇고구마요~~햇고구마~~달고 맛있는 햇고구마~`
한소쿠리에 오천원~~한가마니에 오천원~~
한소쿠리에 오천원이다가 금방 한가마니에 오천원이라니...
돌문어며 말린 반건조 갈치,물때도 좋은 오징어에 한치
마른멸치에 제사상에 오를 북어포며 문어를 말려서 무늬를 넣은거며
골뱅이 가자미...참조기와 백조기...홍합살에 반지락까지...
물량이 많지는 않은데 종류는 다양하다 못해 어지럽게 많다.
짐차를 개조해서 통닭을 즉석에서 튀기는 아저씨
오만가지 공구는 다 팔 것 같은 잡화상 아저씨
발목양말을 신겨 놓은 발 뿐인 마네킹이 서 있는 양말가게 아줌마
양말이 한켤레에 \"단돈 500 원 \" 이라고 삐뚤빼뚤 적혀 있다.
늘씬하고 선정적인 롱~~다리 스타킹이 하늘을 짜르고
남자의 스판팬티는 민망스럽게 그 부분만 강조되어 보란 듯이 대로를 유혹한다.
뭘 어쩌라고???
고구마 실은 리어카가 지나가고나면 물이 뚝뚝 떨어지는 생선아저씨의 외침.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펄떡~펄떡~뛰는 고등어가 한마리에 천원~~천원~~
미꾸라지 추어탕에 넣어 먹는 산초요~~아지메 산초 안 살라요?
햇거구마요....산에서 금방 따 와서 알큰허니~~좋은디.....
새댁이~~ 여기 좀 보소~~
고구마줄기 연한데 2천원만 주고 가주구가소~~
이거 떨인데 막걸리 한사발 하고 집에 가라는데 마 사가지고 가소~~
여그 남은거 까지 다 얹어줄께.....
입구서 부터 난장에 앉은 할머니들의 올망졸망한 보따리 채소며
리어카부대들의 감자며 고구마 , 부추에 잔파까지
시골의 5 일장에는 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싱싱함이 있어 좋다.
아직 밭의 흙도 덜 털어 낸 싱싱한 생명들이 함께해서 좋다.
다 팔아 봐야 몇만원 안 되는 장거리들이지만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한테는 다음 장까지의 생활비요
신경통으로 병원에 가야 하는 진료비일 경우가 많다.
잘 다듬어져 있지 않은 대파단이며
크고 작은 알들이 이리저리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들어 있는
마늘봉지며 아직도 덜 영근 땅콩도 한마당씩 주인을 기다린다.
길게 늘어진 골목길 따라의 장 끄트머리에는
동물을 파는 장이 따로 서 있다.
개 ,고양이, 오리에 오골계며 토종닭까지 종류는 별로지만
장날마다 등장하는 단골 동물들이다.
강아지는 제법 비싸고 집고양이 새끼는 오천원이나 만원 정도
닭은 토종닭과 그냥 닭은 큰 차이가 난다.
시골 집 마당 한켠에 놔 먹이는 토종닭은 고소하고 맛있는 계란과
쫄깃한 육질을 제공하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또 짭짤한 부수입원이기도 하고....
암캐가 강아지를 한 배에 열마리나 낳고 새끼 치중을 잘 하는 어미개는
동네에서 그 녀석의 새끼를 사기 위해 낳기도 전에 예약이 끝이 나기도 한다.
수놈이 좋은 녀석이 있으면 그 씨를 받는 값으로 그 녀석과 교배를 하고
암놈이 있는 집에서 강아지를 낳으면 씨값으로 강아지를 한마리 주기도 한다.
말하자면 수놈이 힘들여 일한 노력봉사 즉 교배값인거다.
전문 장사꾼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모습은 금방 알 수 있는데
시골 집에서 키우다가 개나 고양이가 새끼를 낳아서 팔러 나오는 사람들의 우리는
우리랄 것도 없이 그냥 작은 라면 박스나 장바구니에다가
새끼 고양이며 강아지들이 오골오골....저들끼리 비좁게 들어 앉아 있지만
전문 장사꾼들은 철제 케이지에다가 여러마리 우글우글 들어 앉혀 놨다.
비좁은 우리 안에서 차를 타고 오느라 멀미를 했는지
온 몸에 오물을 뒤집어 쓰고 눈이 맹~해서 아직도 제정신이 아닌 녀석들이 있는 가 하면
저 팔려 가는지도 모르고 남의 꼬리를 물고 장난 치는 녀석
남이야 장난을 치던 팔려 나가든 아랑곳 없이 코~~~잠만 자는 녀석
눈이며 몸에 장난끼가 가득하고 순진한 녀석들을 뒤로 하고
발길이 저절로 닿는 곳.
환한 늦여름 햇살 아래 한쪽 옆에는 가지가지의 꽃들이 한껏 물을 받고
최대한 싱싱함을 자랑하며 얼마나 더 이쁠 가망성이 있을지를 뽐낸다.
저 좀 봐 주고 가세요~
저는요~~
이렇게 색이 고운 꽃을 피울 것이고요~
향은요~
감미로운 첫사랑의 향기 같답니다~
절 데려 가시지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제가 책임질께요.
다음 장날까지 가려면 흔들리는 차 안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며
멀미를 한답니다.
조용히..흔들림 없는 작은 꽃이기를 바래요...
제발 절 좀 데려 가 주세요~~
그 꽃들은 그렇게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내게 외치는 것 같았다.
약하게 부는 비 묻은 바람에 온 몸을 흔들며 그렇게...
내가 누군가?
꽃들이 그 자리에 있는데 걸음을 멈추지 않고 어찌....ㅎㅎ
골목을 두리두리 살피던 내 눈에 들어 온 꽃 시장 앞에
배추며 어묵, 푸른 아오리 사과 두 봉지를 그 자리에 철퍼덕 놔 두고
작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누굴 데려 갈까?
이 꽃은 집에 있고 저기 저 꽃은 수명이 그리 길지 않으니 그만두고
얘는 잎이 너무 안 이쁘니 아니고......
솔직히 등 뒤에 서 있는 남편의 눈치가 보이긴 보인다.
집에 있는 꽃들도 적은 수량이 아닌데 또야? ...그럴까 봐.ㅎㅎ
그래도..그래도 이렇게 날 좀 봐 주고 가세요~~
하면서 아우성치는데 그냥 갈 순 없잖아.
딱 하나만 고를께요~~으~~응?
덩치에 안맞게 애교작전이다.
남편은 얼른 고르고 빨리 주차장으로 오기나 해~`
그러면서 휭~~`바람같이 사라져 주는게 아닌가?
분명 화 난 얼굴은 아니었겠다?
이야호~~~
딱 하나만 골라야쥐~
아주 작은 꽃 하나만 골라서 일어나야지.
처음 앉을 때 마음은 그랬는데 어디 맘 같이 되는가 뭐???
애는 얼만데요?
쟤는요?
꽃 상인이 일일이 답을 해 주고 있었지만
정작 나는 그 대답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오늘은 작고 앙증스런 다육이를 고르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이름은 써 주지 않으면 다 까먹기에 그냥 이쁘게 키우기만 하기로 작정했고
별종들은 너무 가격대가 높으니까 깜찍한 걸로만 두어개 정도?
그런데 화분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눈 높이로 올려도 보고
나중에 넓은 화분에서 개체수가 늘었을 경우를 상상하면서는
두어개 정도만 골라야 하는데 네개나 골라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기다리다 지친 남편이 주차장에서 벌써 차를 빼서 기다리는게 아닌가?
후다닥~~계산을 하고 일부러 검정 봉지에 다육이들을
넣어 달래서 들고는 잽싸게 짐차에 올라탔다.
두 손 가득 배추며 잔파 ,비린내 나는 자반고등어며
사과 두 봉지까지 사 들고 다육이 봉투까지 들고 뛰니
뒤뚱뒤뚱...영락없는 오리 궁둥이다.ㅋㅋㅋ
물론 사과장수 아저씨한테서는
사과하나 더 주시면 큰~~일 나요? 안나요?
안나신다면 하나만 더 주시면 차암~~좋을건데....
아이구...
아줌마는 안 주고는 못 베기게 하시니 드려야겠네요.
내일 창녕장에서 장사나 잘 되게 빌어나 주시고요~`
아싸~`
하나만 더 달라고 했더니 두 봉지 사는데 세개나 덤으로 주신다.
내일 창녕장에 장사 대박나세요~`
비 안오게 해 달라고 할께요~`ㅎㅎㅎ
그래도 다육이를 건졌으니 몇 장날은 행복할거다.
다육이를 심으면서 행복할거고
아침마다 들여다 보면서 어린 싹은 올라왔을까?
꽃대는 올라왔을까?
그러면서 한 동안은 애정을 듬뿍주면서 작은 행복에 빠지겠지.
그런 맛으로 5일장에 기를 쓰고 쫓아 나가고 말이야.ㅎㅎㅎ
대 놓고 야단은 맞지 않지만
이제는 나 스스로가 남편한테 은근히 눈치가 보여서
가능하면 꽃집 앞을 안 지나치려 하는데 장날만 되면
또 궁금증이...오늘은 어떤 이쁜이들이 새롭게 선을 보이려고 나왔을꺼나....
장날 장 구경은 차라리 꽃 구경이라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