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퇴근길에 비가 오더니
오늘도 그 시간에 비가 많이 내립니다.
신발신고 어린이집 문을 나서는데 이슬비가 내려
어차피 집에가면 씻을 건데...그냥 맞고가자 싶어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몇 걸음이나 걸었을까...
콩크리트 바닥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그리 크다는 걸
이제야 알다니...
상가 앞 어느 가게 앞에서 잠시 비를 피하는데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은근 화가 나는 일이 생각이 납니다.
오늘 오후 원장님 말씀~
내일 6시 30분부터 한 시간 정도 교사 교육의 일종인 세미나가 열리는데
원장님 이하 모든 선생님들의 참여를 알리는 소리였죠.
그런데
내일은 우리 딸 돌아오는 날
그렇지 않아도 옆 반 선생님께 한 시간 가량 먼저 퇴근 할 테니
대신 수고 좀 해 달라고 이야기 한 후고
이제 원장님께 이야기 하려던 차였는데...
\"원장님 죄송한데요. 내일은 딸이 돌아오는데
짐도 무겁고 아이 혼자 오라고 하기엔 길이 너무 멀어서요.
차타고 8시간 오고 비행기 타고 4시간 오는 아이라....
제가 웬만하면 참석하겠는데 내일은 좀 빼주세요\"
\"아~ 그러세요. 그럼 할 수 없죠\"
그런데 주임 쌤..
\"선생님~ 그냥 딸아이보고 공항버스 타고 오라고 하면 안되요?\"
\"그러기엔 짐이 좀 무거워서요. 이번엔 좀 봐주세요~\"
이렇게 말하고 일단락 짓기는 했는데 좀 서운합니다.
자기도 중학생 아들 둘 있는데
아이들 밥 걱정하며 항상 일찍 퇴근하는 그녀...
5주의 시간이 지나고 돌아오는 딸아이를 그냥 혼자 오게 하라는 소리를 들으니
섭섭한 생각이 많이 드네요.
지난 번 필리핀으로 연수를 갈 때도 절 불편하게 했던 선생님...
콩크리트 바닥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비릿하고 먼지 낀 내음 속에
마음이 확 상해진 저는
그냥 쏟아 붓는 비속으로 그냥 걸었습니다.
그런데...
비를 맞다보니 웃음이 납니다.
어떻게 하지???
나 흰 색 얇은 면 블라우스 입었는데...
머리에서 부터 흐르는 빗물이 목과 가슴을 타고 줄줄 흐릅니다.
얇은 웃옷은 그대로 바디라인을 감아버리고
그 와중에도 가방 젖을까봐 꽉 붙잡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빗속의 여인을 요즘 보는 일이 쉽진 않죠.
지나가며 흘긋흘긋 쳐다보는 우산 안의 저 눈동자가
어딜 보는 걸까요? ㅎㅎ
점점 젖어가는 몸 안에서 화가 빠져 나갑니다.
어떤 상황이던지 이유는 있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그럴 수도 있겠지 하는 생각이 없으면
모두 화병으로 몸져누워야 합니다.
\'울 주임 쌤도 뭔가 꼬인 생각이 있으신가 보다.
맘 넒은 내가 이해해야지.
낮에도 맘은 섭섭했지만 사진 작업 다 도와줬잖아.
그렇게 살자~~ 그래야 내가 편하다~~~\'
이렇게 마음먹으며 실실 웃으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정말 다 젖었습니다.
그리 오랜 시간도 아닌데 말이죠.
비 맞으며 마음도 씻어 냈으니 비 맞을 만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