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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그거 별거 아녀~!(제20회) 미리내를 보내고 돌아오다


BY 만석 2009-08-19

 

 1부 제20회


미리내를 보내고 돌아오다 


  암세포란 놈은 우리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크기가 좁쌀의 크기라 한다. 거기에 무려 100만개의 암세포가 우글거린다고. 그 신발명품이라는 PET도 암세포가 0.5cm로 자라고 나서야 발견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암세포가 적어도 0.5cm로 크기 전에는 검사를 해도 나타나지를 않기 때문에, 모르고 지나간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0.5cm의 두 배인 1cm크기의 암세포에는 0.5cm 속에 들어 있는 암세포의 두 배가 아니라, 무려 10억 개의 세포로 구성 돼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 몸속에는 도대체 몇 십억 개의 암세포가 우물거리는 것일까. 갑자기 온 몸이 근질거린다.


  내 수술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어진다. 수술은 3단계로 나뉘어 실시된다고 한다. 그 첫째는 식도를 절제해 내고, 다음에는 임파절의 암 전이를 알아봐야 하며, 경부에는 아직은 발견이 되지 않아서 흉부와 복부만을 청소하게 된다고. 경부의 경우, 재발이 되는 경우에는 1년 뒤에 수술을 하게 될 것이라 한다. 세 번째 단계로는 위(胃)의 상단(上段) 부를 이용한 식도 재건 술이 있을 것이고 그러고 나면 흉부의 문합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수술하다가 위험 부위에 전이 돼서 고식절제술이 될 경우, 수술 도중에 보호자 호출이 있을 겁니다. 보호자는 대기실에서 자리 비우지 말고 대기 하십시오.”

  아~. 식도를 잘라내고 위의 일부로 식도를 만들고……. 끔찍한 일이다. 그래도 살아날 수 있을까? 그렇게 집도를 하는 동안, ‘표본실의 청개구리’처럼 널브러져 있을 나를 상상하며  힘주어 눈을 감으니 온 몸이 부르르 떨려온다.  


  다음 날 아이들은 아침도 거른 채 모두 병실로 달려든다.

  아침 8시. 우루루. 침대를 끌어가려고 남녀 도우미가 들어온다. 예고도 없이 갑자기 잡혀가는 듯한 분위기에 나는 덜컥 겁이 난다.

  “엄마. 잘 될 거야. 겁먹지 마.”

  내가 잔뜩 겁을 먹은 얼굴이라고 한다. 그건 아니지. 아니어야 한다. 의연해야 한다. 마지막 일 수 있는데 적어도 아이들에게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가자. ‘엄마는 그 순간에도 참 의연하셨어.’라고. 평생을 두고 그렇게 기억하게 하자.

 

  “엄마 수술하러 들어가면, 아빠 모시고 나가서 아침 먹고 와.”

  그 순간에도 나는 그이의 아내이고, 그리고  내 아이들의 어미이고 싶다.

  “별 걱정을 다 하셔요.”

  아침이 무슨 대수냐고 아이들이 말하지만, 모두들 눈 가가 촉촉하다. 나도 울음을 참느라고 아마 콧등이 실룩거렸겠다. 아이들이 내 침대를 잡았던 손을 놓고 울먹인다. 그이는 아이들 뒤에서 두 손을 양쪽의 허리에 얹고 아래 입술을 깨물고 섰다. 침대에 누운 채 수술실 문을 건네며, 그 짧은 시간에 만감이 스친다. 살아서 이 문턱을 넘어 나올 수 있을까?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눈 위엔 별이 총총히 박힌 캄캄한 하늘이 덮혀 있다. 새댁이었던 옛적에 시골 집 뒷마당에서 올려다보던 그 하늘이다. 길게 선 미리내가 점점 선명하게 다가온다. 아니, 멀리 사라지는 것인가? 가늠하기가 힘이 든다. 바람이 인다. 시방은 한참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인데 어깨가 서늘하다. 아마 새벽인가 싶다. 나는 지금 타고 있던 꽃 달구지에서 몸이 둥실 뜨고 있는 중이다. 하얗다 못해 파리한 옷자락이 바람에 멋지게 날린다. 어깨를 덥던 곱슬머리도 옷자락을 따라 너울거린다. 나는 지금 미리내를 따라 흐르는 것이다. 미리내는 자꾸만 멀어지고, 둥둥 떠가는 만석이는 그 뒤를 쫒는다. 다리나 팔을 좀 허우적거리면 빨리 따라 붙을 수도 있을 터인데…… 그게 안 된다. 팔과 다리는 막대기 모양으로 굳어 있다. 틀렸다. 아무리 꿈틀거려 봐도 요지부동(搖之不動)이다. 울고 싶다. 미리내가 이제는 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누군가 다가와 내 팔을 툭툭 친다. 팔을 좀 움직여 보라는 걸까? 갑자기 지독한 소독약 냄새가 내 코를 자극한다.

  “정신 좀 차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