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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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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다!


BY 오월 2009-07-16

아이들이 다 집을 떠나니 남편과의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 사랑은 하나라고

아이들에게 향해 있던 마음이 오롯이 남편을

향해 가는 거 같다.

어쩌면 난 참 재미없는 아내였을 것을

다행이 남편은 말이 없고 내 생활을 존중해

주다보니 책과 컴퓨터를 끼고 사는 아내를 이해 하고

텔레비전에 목숨거는 남편에게 난 불만이 없다.

 

그래도 훨 여유 있고 자유로워진 생활

이제는 남편에게 좀 신경을 써 보려고 남편이 그토록

원하던 일명 따오기(보일듯 보이지 않는)옷도 몇 벌

준비하고 만지면 손끝이

매끄러운 속옷도 몇 벌 준비했다.

세상의 온갖 유혹에 젖어 살 던 남편 저승 문턱을 헤매고

돌아온 다음 백팔십도 달라져 오로지 가족과 아내 그리고

바른생활 사나이로 세상을 살아 가는 남편

그 남편에게도 꼭 하나 끊지 못하는 유혹이 있으니

 

그게 노래방이다

고기도 술도 일절 못먹는 남편 그런 남편이 그 역겨운 냄새를

참아가며 회식자리를 지키는 것은 오로지 노래방을 가기

위함이다 그 노래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 지는 지 난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 건 남편이 꽤 노래를 잘 부른다는거

그 유일한 즐거움을 뺏을 수 없어 난 남편이 노래방 가는

날은 집에서 자유부인 만세를 부르며 혼자 신이난다.

하지만 아내의 예의인 듯 너무 무관심 해 버리는 행동은

어쩌면 남편이 서운할 수도 있겠다 싶어 형식적인 규칙 하나를

정했는데 내가 또 누군가 대충 하려면 아예 정하지도 않았을 규칙

마음으로는 형식이지만 남편에게는 무서운 규칙

즉 밤 열두시가 넘어 들어오는 날에는 조용히 각방을 쓰는 벌이다.

 

내가 먼저 잠이 들었을 때는 거실에 깔린 이불위에 남편은

알아서 조용히 자야 하고 내가 아이들 방에서 잠이 들면 남편은

안방에 들어가 혼자 잠을 자야 한다.

그 규칙을 정하고 남편의 백미터 빨리 뛰기가 시작됐다

학창 시절 육상선수였던 남편 이제 오십을 넘겼는데 헥헥

거리며 뛰어 들어온 모습 난 화난척 남편을 쳐다 보고는 베란다에

나가 킥킥 거린다. 그러던 어느날 열두시를 살짝 넘기고 들어온 남편

난 차겁게 한 번 째려주고 아이방으로 들어가 딸깍 문을 잠궜다

밖에서 남편이 겨우 십분이라며 너무 하는거 아니냐며 억울해

하다 문을 잡고 살짝 돌렸는데 오모나 문이 딸깍 하고 열리고

말았다 그 일 이후 난 일부러 문을 열어논 음흉스런 여자라고

 

남편에게 오랫동안 놀림을 당했다.

그리고 어제 회식을 하러 가면서도 정작 본인은 먹을게 없음을

알기에 가지냉국과 된장찌게 호박잎을 쪄 놓으라는 부탁을 했다

늦은 시간까지 글도 쓰고 책도 읽고 나름 운동도 하고 시간을

보니 헉 열두 시가 넘었다 남편 오기 전 표정 관리 들어가야 하는데

후다닥 샤워를 끝내고 발가벗고 나오는데 띠디딕 전자키 누루는

소리 하필요때 얼른 따오기 옷을 입고 입을 앙당물고 남편의

거동을 살피니 차려다 받쳐야 먹는 사람이 스스로 호박잎 등등을

찾아 밥을 먹는다 차갑게 한 번 째려주고 아이방에 들어가 문을

딸깍 그 소리가 남편에게는 얼마나 큰 형벌인지 내가 안다.

오늘은 절대 실수가 있어서는 안된다.

 

남편이 없는 사이에 몇 번 확인도 했다.

밥을 후다닥 먹은 남편이 대충 치우는 소리.

욕실에 들어가 치카치카 푸카푸카 양치질 샤워 하는 소리.

거실에 불이 꺼지더니 성큼성큼 내 방 앞에 섰다.

잔뜩 긴장한 난 어디서 몸달궈 가지고 와서 대타를 찾는겨

오늘 고생좀 해 봐라 큭큭 웃음을 참고 있는데

혹 문이 저번처럼 덜컥 열리면 어떡하지 긴장을 하고 있었다

아마 남편은 저번처럼 문이 열릴 것이라 생각 했던 모양이다

문고리 잡는 소리 너무나 긴장한 난 눈을 감고 생각했다.

만약 문이 열리면 이건 운명이다

받아 들이자.

 

몇 번 세게 손잡이를 돌려도 문이 열리지 않자

남편이 부엌으로 간다 키는 이미 없어진지 오랜데 뭘 가지고

왔는지 문이 덜컥 열렸다.

아이의 작은 침대 옆에 눕는 남편입에서 ㅎㅎㅎㅎ 피오향이 난다

 하지만 옆으로 돌아 누워 결사적으로 저항하는 나에게

안방으로 가자길래 긴머리를 풀어 헤치고 구미호 형상으로

째려봤다 아이 어릴때 제 이불 한 번 사준적 없이 키운게 걸려

거금을 주고 산 양모이불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데 단점이 좀 무겁다는 거 날 번쩍 들고 가려는 남편

이불까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다시 팽겨치고는 죽어라 이불을

뜯어 내더니 씩씩거리며 더럽게 무겁네 하는데 요놈의 웃음이

또 폭팔  겨드랑이 사이로 두 팔을 끼워 날 질질 끌고 가는데

웃기고 아프고 여기저기 부딪치고

어디서 잔뜩 몸달궈 와서는 대타를 찾는감

이러면 안 돼는데~~ 

안방 침대에 날 패대기 치는 남편

 

잠긴 방문이 열릴 때 부터

난 알았었다.

운명이다

난 조용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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