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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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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도라지꽃)


BY 오월 2009-07-06

출퇴근길에 길옆으로 펼쳐진 도라지밭

보라색 흰색 어우러진 끝간데 없는 꽃의 향연

설마 농군이 그 꽃을 보기위해 심지는 않았겠지만

난 가슴이 아리도록 도라지 꽃이 좋다.

그 밑둥지에선 뭐가 나오든 그건 나하곤

상관없다

어린 날 지치고 힘든 산골

한 고개 두 고개 넘어가든 고개길

시원한 모시적삼 차려입은 귀부인마냥

고결하게 피어나든 도라지꽃

 

도라지도 더덕도 한 곳에서6~7년 나기가 힘들다는

말은 맞지 않다. 우리집 화단에서는 9년짜리 더덕이

화단에 단풍나무를 휘감고 꽃을 피우고 꼭 꽃을 보기위해

한 그루 심어둔 도라지꽃도 꼭 그만큼의 나이를 먹고

꽃을 피운다 봄 도라지 순이 머리를 내밀고 부터 쭈그리고

않아 오매불망 나의 해바라기가 시작된다.

어느날 쑥쑥자란 대궁위에 열기구 모양을 한 작은 도라지꽃

봉오리가 맺혀있다.

 

보랏빛 꽃을 피워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얼굴도 목 뒷부분도 손도 발도 까맣게 되도록 쭈그리고 앉아

애를 태우던 어느날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벌레가 어쩜

그 실한 꽃대궁을 싹둑싹둑 잘라 먹었다.

만지면 바스라 질까 바라만 보든 그 여린 꽃봉오리와 함께

몽땅 잘려나간 내 기다림 허망하고 속상하고

그런데 어느 날 그 잘려나간 밑부분 잎사귀 사이사이

다시 꽃대궁이 자라고 봉오리가 맺혔다.

잘려나가기 전보다 훨 많이 다시 희망을 품은 나의 기다림

보랏빛 풍선마냥 부풀어 입을 앙당물은 모습은 귀여운 아가의

볼이 되었다가 그 기다림이 너무 길어지자 다시 어머님 볼이 

되어 보이기 시작하더니 기다림의 한계에 도달 해서는

꽃잎을 살짝 터드려 보고 싶은 충동을 일게 부풀은 모습.

 

마음 조급한 날 나무라듯 때 되니 피어난 

보라빛 선명한 꽃.

한들한들 여유있는 몸짓으로 날 나무란다.

어김없이 온다 하지 않았느냐고..

꽃대궁을 벌레가 몽땅 잘라 먹었을때 그 허전하고 황당함

하지만 세옹지마 처럼 그 하나의 잃어버린 꽃대궁은 더 많은

꽃들을 피워내는 계기가 되었고 좋은것이 다 좋은 것만도

아니요 나쁜것이 다 나쁜것만도 아니라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꽃을 좋아하는 것은 늙음으로 가는 징조라는데

난 꽃밭을 들여다 보는 시간이 이렇게도 행복한 걸 보면

아마도  늙은 할멈이 다 된 모양이다.

올해는 진짜 농군이 주신 도라지씨가 제법 많이 올라왔으니

내년에는 흐드러진 도라지꽃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누구 말처럼 깊지도 않은 계곡으로 생명이 있는듯

또르륵 굴러 내리는 땀방울이 우리 서로 살아있음을

확인 하듯 그래서 등으로 가슴으로 굴러가는 땀방울마저

사랑스럽다. 여름은 여름다워야 하고 겨울은 겨울다워야

하고 이 짱짱한 여름 속에 내가 함께 살아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가 그래서 오늘도 난 행복~~~~

도라지꽃 한 송이에도 난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