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내가 없는 시간에 전화가 왔던 모양이다.
아주..아주..특별한 일이 아니면 절대로 단 한번도
먼저 전화하지 않는 둘째 올케한테서.
특별한 일이란게 날 너무 우울하게 만든다.
오빠랑 지독하게 싸웠다던지
생활비 좀 빌려 달라던지
조카 시집가는데 오빠가 돈을 융통해 오지 않아 속 상한다던지 등...
늘 둘째 올케는 자기 중심적이었다.
단 한번도 같은 경주에 사는 친정 엄마를 모시고
외식을 시켜 드린 적 없었고
명절 날 미리 와서 부모님 모시는 막내 동서의 일 손을
거들어 주지 않았던 그런 이기주의적인 올케였다.
그런 올케지만 음식점을 개업한다고 했을 때
밥도 제 때 먹기 힘들고 처음 하는 일이라 육체적으로 피로할 것 같아서
거금들여서 개소주를 해 간 우리한테 음료수 값까지 다 받아내는
그런 올케가 둘째 올케니....남편보기에 난 너무 미안하고 죄 진 사람 같았다.
해외명품에서 부터 국내의 유명 브렌드는 드르르...
고모야..이거는 어디건데 얼마고
이 화장품은 메이커가 뭔데 어디에 좋아서 난 이거만 발라.
돈을 더 준게 아무래도 뭐가 달라도 다르더라구.....
그런 자랑을 몇 달만에 만나는 자리에서 늘상 하던 그런 올케가 둘째다.
그러면 막내 올케는 눈을 흘긴다.
자기네 가족끼리 외식 간 이야기를 하지나 말던지..
옷 자랑이나 화장품 자랑을 할라치면
시모님 모시고 사는 막내동서한테 하나쯤 선물이나 해 주면서 하던지...
명절 음식을 다 해 놓으면 어슬렁어슬렁 와서는
간이 싱겁다느니..짜다느니...올해는 요렇게만 했다느니...
막내 올케가 약이 올라 죽을 맛이라했다.
차라이 오지나 말라고 내게만 그랬다.
안오면 약이나 안 오르지 와서는 이런저런 일로 사람 열 받게 한다고..
다 듣고 다 보고 하지만 단 한마디도 흉을 보거나 나무라지 못하는 나.
성질이 마른잎처럼 화르륵~~~타 오르는 것도 있지만
오빠랑 이혼 할 올케가 아닌 이상 난 아무 올케한테도 무슨 말은 안한다.
무조건 올케한테 다독이고 잘한다...수고한다....
그런 말로만 일관하는 내가 어떤 날에는 우습기도 하다.
한번 확~~다 엎어버릴까?
이건 이렇고 저건 저런데 왜 올케는 안하고 나 몰라라 해?
가족이 뭔데??
시댁가족이 뭔데 같은 지역에 살면서 오가는 소문 뻔한 좁은 도시에서
여기저기 들 쑤시고 다니면서 좋다는 음식점이나 갈비집을
고생하고 연세 많은 엄마를 단 한번도 안 모시고 갔었냐고~~!!
말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막내올케가 내게 일러바치지 않더라도
이미 눈치로 다 알고는 있었지만
단 한번도 섭섭한 마음을 토로하지 않았다.
남겨질 엄마가 더 비참하고 불쌍 할 것 같으시고
막내 올케가 당할 수난이 예상되기에......
그냥 좋은 얼굴로 인사나 나누고 그 동안의 안부나 묻고는 헤어진다.
우리 큰 딸 결혼식 때도 자기 볼일이 있다고 하나 뿐인 시누이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은 극단적인 이기주의잔데 더 말해 뭐할까???
그 날 친척분들한데 욕은 오지게도 많이 들었다 오빠가....
마누라 하나 단속 못하고 으이구....큰 댁 식구들 다 한마디씩 던지셨다.
오빠는 이제 포기한다는 눈친데 사는 날 동안..정말 으이구....
처음 이 곳에오고부터 10 여년 동안 경주 오빠들 네 집에
봄이면 감자며 양파를 가을에는 단감을 집집마다
다 똑 같이 한 상자씩... 한 자루씩 철마다 올려 보내드렸다.
이 지방에서 나는 가장 크고 좋은 인물로....
그러기를 10 여년 하는 동안에 막내오바는 받자마자 고맙단 인사가 오고
큰 오빠네서도 세째오빠네서도 전화가 바로바로 오는데
유독 둘째네서는 늘 전화가 없었다.
다 먹고 철이 지나고 다른 일로 전화 할 일이 있으면
고모야..그 때 잘 받았다..고맙구로....
그럼 끝이다.
늘 남편한테 미안했었다.
친정 오빠들 넷한테 해마다 올려 보내는 농산물 값도 만만찮은데
오빠들한테서는 막내오빠는 자주자주 소식도 오고 우리가 경주가면
대접도 융숭한데 두 오빠들은 그저 낼름..낼름..개구리가 파리 먹듯이
너무나 쉽게 잘도 받아드시고는 입 싸..악....
큰 오빠는 늘 미안하다고..동생한테 받아만 먹어서 미안하다고 그러신다.
큰 올케가 사별이라 새 올케를 봤는데 나랑은 사이가 좋은데
다른 올케들이랑은 사이가 좀 서먹서먹한 모양이라 좀처럼 잘 어울리지를 못한다.
그런 올케를 다독거리며 사는 큰 오빠가 안스러워 자주 전화하고 안부를 전하지만
늘상 물 위에 떠도는 기름처럼 올케들 사이가 그랬다.
내게는 고가구며 아이들 용돈을 잘 챙겨주는 올켄데 안타깝기만 하다.
10 년이 넘도록 한결같이 처갓집 식구들을 챙기는 남편 보기에 미안해서
한 3 년 전부터는 내가 그만 끊어버렸다.
더 이상은 남편한테 미안해서 내가 안되겠어서 감자도..양파도..단감까지.
감자도 비쌀 때는 한 박스에 가격이 꽤 나가고
단감은 산지에서도 거의 5 만원을 줘야 산다.
경주에서는 비싼 값에 다들 사 먹어야하는데 이젠 그만 신경을 끊고자한다.
농사도 없는 친정이고 다들 슈퍼나 시장에 나가서 끙끙대며 사 먹으라지 뭐...
돈이 필요하거나 아쉬울 때만 고모야....고모부님....불러대는 올케들이 얄미워서
내가 그만 친정으로의 택배꾸러미 챙기기에 불을 꺼 버렸다.
남편은 하던 일인데 그냥 하자고...
장모님 돌아가시기 전까진 하자고 그랬지만 내가 싫다.
아무리 사람이 좋기로 이건 아니다~~싶다.
물론 친정엄마를 모시는 막내오빠집에는 그냥 하고 있다.
뭘 바라서 하는 일이었다면 애저녁에 하지도 않았겠지.
그냥 가족이니까....내 피붙이니까....
하나라도 더 올려 보내고 싶었고 시댁에도 친정에도
다들 농사가 없으시니 이거라도 가면 당분간은 밑반찬 걱정을 안하고
이 고장의 양파나 감자가 우수한 품종이니
보관도 좋고 맛이나 향도 좋은데.
그 돈을 지금까지 다 모아 뒀더라면 빌딩을
하나 아니면 둘 정도 올렸을까나??ㅎㅎㅎ
내가 야속한 것은 참겠는데 남편한테 미안해서 그만 하고 싶었다.
10 년이 넘도록 했으면 누가 뭐래도 자식의 도리나 하나 뿐인
여동생이 시골 사는 턱은 다 했지 싶다.
한 두 집도 아니고 네 집에 철마다 올려 보낸 농산물 가격도 무시 못할 가격이었다.
단 한번도 싫단 말 않고 자기가 먼저 감자며 양파.. 단감을
최고 좋은 걸로 사 들고 오던 남편이었다.
우리가 시골에 사니 이런거라도 좋은 걸로 드려야하지 않겠느냐며.
내 친정에 보내는 건데 좋으면 좋지 왜 싫겠느냐만
사람이 자꾸 실망시키니 더는 안하고 싶다.
오늘은 또 뭐가 아쉬워서 먼저 전화했을꺼나??
그 내용이 뭐든 간에 이젠 들어주나 봐라...
나도 할만큼은 했고 둘째 올케도 나쁠만큼 나쁜 올케니 더 이상의 신경전은 그만~~
생활비가 없어도....오빠랑 부부싸움을 대판으로 했고
오빠가 아무리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난 더 이상은 안 말리러 갈거니까..둘이서 잘들 해 보세요들.ㅎㅎㅎ
옷값 줄이고 화장품값 줄인다면 그 살림 잘 돌아갈거니까.
중년 아줌마들이 뻑~~하면 몰려다니며 무슨 회다 무슨 모임이다 해대며
이런저런 직함이 좋아서 썩 잘 나가는 형편도 아닌 형편에 무리수 두더니 난 몰라요~~
뿌린 씨앗~~뿌린 사람이 거두시지요.
그래도 내일 무슨 일로 전화했더랬는지 확인 전화는 해 봐얄 듯...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