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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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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


BY 정자 2009-06-12

 

전화가 붕붕 떤다.
발신번호를 보니 내 친구다.

\" 야 야 불났다 불!!! 얼른 와라?\"
\" 잉? 119에 신고해야지 나한테 그럼 어쩌라구?

내 친군 성질이 무지 급하다.
머릿 속엔 정작 할 말을 저장해두고 할 말만 먼저 내 밷아 진짜 불 난 것처럼
허둥지둥이다.

\" 아니 그게 아니고 도마도가 뻘겋게 다 익었당께!\"
\" 진즉 그렇게 도마도 따러 오라고 해야지 내가 소방서냐? \"
여러소리말고 빨리 도마도를 따러 오란다.
다른 때는 찾지도 않으면서 꼭 급할 때만 찾으니.

설레벌 달려가는 척이라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성질 비스므레한 작은 오토바이를 몰고 우리집으로 쳐들어 온다.

진짜 가보니 119 소방서에 신고해야 할 정도로 온통 빨간 도마도네.
방울도마도는 작기도 하지만 이 거 딸려면 수행하는 수행자처럼 마음을 다 잡고
찜방보다 더 더운 하우스안에서 땀 뻘뻘 흘리는 일이 더 큰 일이다.

\" 그러게 할 수 있을 만큼 심지 이게 뭐냐? 저 많은 걸 다 언제 따?\"
\" 일꾼은 있는 디 한 사람이 언제 올지 몰라서 니 불렀다\"

아직 오지 않은 일꾼 한 사람 때문에 만만한 나를 불러 댄 게 한 두번이 아니다.그래서 진짜 누군가 궁금하다.

\" 에궁 권사님 지금 어느 쪽이여유? 제가 모시러 가유?\" 내 친구가 그 일꾼에게 전화를 거나 본데. 권사님이란다. 집이 멀어서 늦게 오시나 생각 했는데.

아침 아홉시 반은 새참 시간이다. 그 때 하우스에 도착하셨다.
어휴~~ 감사 감사! 오늘도 이렇게 걷게 해 주셔서 감사하고 도마도도 많이 열게 하시고 진짜 감사하지~~ 안 그려?

여긴 양반들이 많이 산다는 충청도다. 대표적인 느린 말씨만큼 여유로운 성격을 가진 분은 드물다.
천천히보다 얼른얼른이 더 잘 통한다. 그런데 이 권사님은 매사 느릿느릿이다.
느리다고 품삸을  적게 드리는 것은 아닌데.

식기도도 한 오분은 하시나 보다. 일꾼들은 한 삼십초도 길다. 그 만큼 시장이 반찬이고 식사도 오 분만에 끝난다. 커피까지 마시는 시간을 계산하면 한 칠 분일까.

알고보니 일꾼들 모두 한 교회에 집사님이며 권사님들이다.
연령별도 칠 팔십대가 평균이다.

느린 권사님 별명이 막차란다.물론 본인은 모르신단다.
이 권사님이 도마도를 따고 난 후 오후에 시내 병원에 가시는데
밥도 한 십분 느리게 식사를 끝내시고 좀 쉬려면 휴식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 왜유? 언제 들어 오실려구유? 내 친구 그렇게 여쭤보니
\" 울 동네 버스 막차가 몇시더라 ?\" 권사님이 대답 하신다.

우헤헤! 그거야 버스정류장에세 시간표를 봐야지유.
우덜이 어떻게 알아유.

도마도 하우스에 불 끄려면 진짜 얼른얼른 따야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