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부대에 데려다 주고 돌아 온 날
침대에 널부러져 생각난 분이 시어머님
이셨습니다.
딸하나 낳지 못하시고 아들만 셋을 낳아
다 떠나 보내시고 홀로계신 시어머님.
저 어릴적 어두 컴컴한 방에 검은 보자기를
씌워 삼발이 나무위에 올려놓고 키워내든
콩나물 시루
어머님과 콩나물 시루가 뭔 연관이 있기에
자꾸만 오버랩되어 생각나는지.
물을 한 바가지 부어댑니다.
다시 주루룩 물들은 모두 아래 받쳐둔
물받이 위로 흘러 내립니다.
하지만 그 음침하고 자신에게 하나도 남는거
없는 시루 속에서 맛있고 파랗고 통통하고
실한 콩나물 들을 길러내고 검은 보자기와
콩나물 시루는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립니다.
자식을 낳은 부모님 위대 하십니다.
먹이고 입히고 길러내신 부모님 위대 하십니다.
그 어려움 속에서 가르치신 부모님 위대 하십니다.
군대를 보내고 시집장가를 들이고
남의 자식을 맞고 살아내신 부모님 위대 하십니다.
어느 날 농담 비슷한 원망 섞인 자식의 말에
한 번도 보여주지 않으신 노기띠신
모습으로 눈물까지 흘리시며 철없는 자식이
볼 때는 이해할 수 없는 노인네의 아집이라
말 했지만 부모님 좀 더 세월이 흘러 사람 되어지면
부모님의 그 노여움이 다 꺼내주고도 부족해서
스스로 인정하는 더 못해준 그 부족함에 대한
다른 표현이였다는 것을 깨닫는 날이 올거라 생각합니다.
전 세월이 흘러가도 그 위대한 부모라는 타이틀이
버겁습니다.
그저 철없는 철부지 입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 참으로 휼륭하십니다.
대지가 단비를 촉촉히 빨아 들이는 날
모처럼 여유로워 아들이 그리워 지는 날
뭔일인지 부모님이 더 그리워 눈물이 납니다.
부모님께는 늘 그리운 저도 자식입니다.
그저 자식이 다가 아닌 부모님의 삶이
제가 모르는 즐거움이 계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2009년 5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