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담아서
“드디어 찾았어! 오늘 봤다구!”
날아가는 목소리로 그는 같은 말을 반복해서 외쳤다. 유년시절 소풍에서 보물찾기 한 것인 양 표정에 함박웃음 가득하다.
부랴부랴 컴퓨터 속에 꾸려온 사진 보따리를 펼쳐 놓는다.
곧이어 있어질 그의 호출에 오히려 내 쪽에서 기대를 품는다.
“여보! 빨리 와서 이것 좀 봐. 기가 막히지?”
이번엔 뭘까.
아들과 단 둘이 동행한 봄나들이다.
밤하늘 무수한 별들이 풀 섶에 내려앉아 봄을 피웠다. 보일 듯 말듯 수줍게 반짝인다.
곱기만 한 이름 별꽃.
남자는 사십 중반의 나이도 잊은 채 동심의 소년으로 가고 있다.
금방이라도 향기 쏟아낼 자태로 하늘거리는 별꽃을 본다.
별꽃보다 더 환하게 빛나는 그의 두 눈동자가 어쩐지 낯설다.
나란히 붙어 있는 두 개의 별이 그와 나이기를 잠시 꿈꿔본다.
오랜 세월동안 그의 별은 어디에도 없었다.
허공에 희망 잠자리채를 휘젓고 다녔다. 무엇이라도 걸려들길 바라는 맘이었으나 늘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이었다.
나이를 더해 갈수록 그는 더욱 메마른 낙엽이기만 하였다.
불혹이 주는 무게에 짓눌렸으며, 밥벌이 위해 아침마다 나서야 하는 힘겨움으로 몸살을 자주 앓았다. 두통약 몇 알에 예정 된 듯 잠속으로 빠져버리곤 했다.
다가서 위안을 주려던 나의 관심에 손사래 쳐대며 물러서 있으라고만 하였다.
짐을 덜어주고픈 마음은 오히려 부담이 된다며 이내 숨어버렸던 그.
차츰 그의 특별한 방황에 익숙해지는 나를 본다.
외로움도 자신의 몫이라면 홀로 겪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물끄러미 지켜봐 주는 것도 그에겐 또 다른 배려임을 터득한다.
탁한 세상, 사람들 가슴중앙에 희망줄기를 뿜어낼 별빛이 사라져가던 날.
그는 잃어버린 별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제 또래만큼 여물지 못한 아들의 손을 잡고 헤매기를 반복한다.
드디어 별을 찾았다는 목소리에 무르익은 봄의 풀빛생기가 가득하다.
무심코 별꽃을 바라보다가 생각한다.
하늘의 수많은 꿈의 별들 중 한 개가 그의 그물망에 건져졌다는.
한 개의 별을 담아 온 그는 꼭 그 한포기 만큼 벅차오르게 웃는다.
별은 어디에나 숨어서 그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걸어둔 망태기 챙겨들고 그는 또 어김없이 희망의 별꽃을 퍼 담으러 떠나겠지.
현관문 나서는 뒷모습이 그려진다.
2009년 4월 22일에 야생화 별꽃을 바라보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