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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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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에 축복


BY 가을단풍 2009-04-21

시어머니께서 갑작이 쓸어지셨다.

벌써 세번째임에 불안함 마음이 아주 크다.

두가지 기도를 함께 하였다.

큰 고생 하시지 말고 아쉬울때 추하지 않을 만큼 계시다가 가시오소서.

또 하나는 막내 아들 사업이 다시 일어서서 잘 사는것을 보고

돌아가셔야 할텐데 하는 마음도 함께 했다.

원망스러운 마음으로 시어머니를보면 원망스러운 일도 많았지만

가슴아픈 마음으로 바라보면 가슴아픈 일이 한두가지가 아님에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다.

시집와서 27년을 살았는데 무슨일은 없었겠는가.

그래도 제일 감사한것은 우리 시누이들

그 황금 노다지 시누이를 셋씩이나 낳아  주셨음에 너무나 감사하다.

부모님께 무슨일이 생겼다하면 눈물 콧물  흘리며 돈 싸들고 달려 와서

올케한테 절절 매는 사람은 시누이 이다.

역시 딸은 없어서는 안되는 말년에 축복이다.

내 딸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흐믓했다.

남편에게 유세를 부렸다.

\"당신 나한테 딸턱내.\"

감기 기운이 있다 하며 집이 춥다 투덜 거리는 남편에게 호령을 했다.

아니,당신은 그것도 못해, 보일러 돌려, 손가락 없어.\"

남편이 놀랬는지 눈을 끔먹 끔먹하며 처다보더니 

말을 더듬 더듬하며 

\" 왜그랴.\"

내가 왜 바보 등신같이 딸을 낳고  숨어서 슬프디 슬프게 울었던가.

축배 축배 이제라도 축배를 들어야지.

이번에 더 놀란것이 또 하나 있다.

시어머니께서 중환자실에 계시다가 조금 회복이되어

중환자 입원실로 옮기게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남자 여자 환자가 함께 혼숙이었다.

시어머니 병간호를 하다가 우연히 옆에 있는 침상으로 눈이가매

\'으머 깜짝이야.,

머리가 허옇고 수염이 더부룩한 할아버지가 코를 드르렁 드르렁 골고 계셨다.

시누에게 물어보니 중환자 입원실이다 혼합이라 했다.

아 그런것도 있구나!

그런데 또 한가지 놀란 것은

할아버지들을 간호하는 새파란 여자들이 한둘이 아닌지라

\"아빠 아빠 하며 숨이 깔딱 깔딱 넘어갈듯  아빠를 부르며 간호를 하는 그 이쁜 것들이

모두 그 노인들의 딸냄씨들이었다.

이번에 깨닳은것은 시어머니는 며느리도 딸도 병간호를 할수있지만

남자 노인은 아무래도 며느리는 곤란한듯.

나는 내일부터 유세를 더욱 더 부리리다.

 

그리구 친정 아버지도 울궈 먹어야지.

벌써 전화로 예약해 놨다.

\"아버지 한턱 내셔.\"
아버지 딸 많아서 좋겠네. 아니 엄마한테 한턱 내셔.

딸들을 자그만치 넷씩이나 낳아주셨는데 엄마 손가락에 물 팅기게 하지 마셔.\"
아니 아니 청소기는 엄마한테 돌리게 하지 마셔.

엄마는 노래 교실도 가야하고 국선돈가 뭔가도 해야하고 노인대학도 가셔야 하니까

아버지가 시간 쪼개셩셩셩~

.................

친정 어머니는 맜다 맜다 박수를 치며 웃으시고

아버지는\" 쌔끼, 쌔끼, 쌔끼들.\"하며 웃으셨다.

근데 내일은 뭐를 먹지.

거참 고민되네.

참 ~ 여동생도 불러 모아야지.

그래도 그것들이 총알처럼 달려올텐데.

딸은 역시 말년의 축복이 분명하다.

 나이 오십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재잘 댈 수 있는 권세가 있으니 얼마나 좋아.

맛있는거 사줄수 있는 부모가 있어서 좋고

그걸 또 좋다고 얌얌 거리며 먹을수 있는 산적같이 우람 튼한 딸들 어서 좋고.

야호 야호 딸은 역시 말년의 축복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