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안에 몸을 담그고 나오니 탄력있던 피부가 추욱 쳐진다.
탕안에 혹은 한증막에 머무는 짧은 동안에
온 우주를 내 머릿속에서 주물럭거린다.
아이를 임신하면서 허벅지와 뱃살이 텄다.
갈라지는 것이 어디 논바닥 뿐이겠는가,
탱탱했던 피부가 쩍쩍 갈라졌다.
두 손으로 모두어 본다.
더 깊게 패이는 피부를 볼 수 없어 덮어 버렸다.
내 몸에 이 만큼의 생채기를 내고 태어난 아이들에게
과연 나는 얼만큼의 애미노릇을 하고 있는가.
가슴이 탄다.
아이들에게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마음 껏 못 주고
있는 부모의 노릇에 타들어 간다.
또한 엄마의 몸에 껍데기라는 명예를 안겨주고
당신의 자궁을 빌어 알맹이로 태어난 이 몸,
어머니의 거무죽죽한 피부가 창피하고
막걸리 냄새를 풀풀 풍기던 아버지의 모습이 부끄러워
저만큼 도망치던 내가
이제서야 후회한 들 무엇하리.
투명한 얼음이 동동 떠다니는
블랙커피의 한 모금이 목에서 넘어가질 않는다.